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Go Top

문화

밤의, 소설가 - 조광희

2023-10-31

ⓒ Getty Images Bank
AI를 구독 신청하면서 선택해야 할 여러 사항이 있었다.
자신이 이용할 AI의 별칭, 
법률, 문화, 과학, 정보 기술 같은 전문 분야의 선택,
텍스트만으로 대화할 것인지 아니면 음성으로도 대화할 것인지,
스토리텔링 기능을 추가할 것인지,
AI에게도 질문을 허용할 것인지 등등...

건우가 선택한 옵션에 따른 매월 구독료는 3만 4천원이었다.
엉뚱한 답변을 할 때도 있지만
개인 비서와 말동무 역할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 방송 내용 중 일부 


건우는 문득 윤밤의와 자신이 등장하는 부분이 업로드 된 날짜들이
실제로 만난 날들의 전날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건우는 찬찬히 생각한 끝에 파악한다.
저 음흉한 소설가는 벌어질 일을 미리 예측해서 소설을 쓰고,
그 다음 회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반영하면서 다시 예측한다는 것을...
나름의 문학적 실험이라는 것일까.

건우가 레비에게 물으니,
현실과 허구가 얽힌 소설이나 영화가 ‘겁나게’ 많다고 했다.
어쩐 일인지 여기서 레비는 표준적인 용법에서 벗어나
‘겁나게’라는 부사를 썼다.
레비마저 건우를 놀리기 시작하는 걸까.


# 인터뷰. 전소영
이 작품에 등장하는 AI의 이름은 ‘레비’인데 작중에서 리바이 라고 명명되기도 하죠. 그로부터 우리는 한 가지 단어를 떠올려 볼 수가 있는데요. 바로 성경의 욥기에 등장하는 바다 괴물 리바이어던입니다. 그 괴물의 본래 이름은 레비아탄인데 영어식 표기가 리바이어던인 것이죠. 인간의 힘을 초월하는 매우 강력한 동물이 바로 이 리바이어던입니다. AI는 이제 인간의 앞에 도착한 현대판 리바이어던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AI와 인간의 미래를 예견하는 이러한 소설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반성적으로 성찰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들을 만하셨어요?  구상중인 이야기와 근사한가요?” 

으스대는 듯한 레비의 목소리가 이름을 얻지 못한 소설가의 귓속을 파고든다.

“기대와 약간 다르기는 한데, 흥미로웠어.
 후속편을 바로 들려줄 수 있어?” 

“바로 시작할까요?  아니면, 추가로 요청할 사항이 있으세요?” 

“음...예전에 만난 사람이 밤의였을 것으로, 아니 밤의의 언니였던 것으로 들려줘” 

“두 버전을 차례로 들려드릴까요?” 

“그게 좋겠다. 우선 밤의였던 버전부터...” 

“다른 요청은 없으신가요?” 

“음, 이번에는 밤의가 건우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줘.
 참, 한 가지 더.... 이야기에 굳이 너를 등장시킨 이유가 뭐야?” 

레비는 AI답지 않게 잠깐 뜸을 들인 후 대답한다.
아니면, 그것조차 계산된 것일까?



작가 조광희 (서울, 1966년~)
    - 등단 : 2018년 장편소설 [리셋]
Close

우리 사이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와 다른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이용함으로써 당신은 이 기술들의 사용과 우리의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