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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우리 아빠 - 김강

2023-12-19

ⓒ Getty Images Bank
오늘따라 힘들었다.
2주에 한 번, 건강한 정자들을 생성하기 위해서 금욕의 생활을 했음은 물론이다.
하루 두 개의 계란은 기본이다.
하루 한 끼는 반드시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했다.
하루 한 시간 이상의 운동은 필수,
작업을 한 날과 그 사람 다음 날을 제외하고는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다.

‘우리 아빠’가 생산한 정자가 ‘우리 가족’ 사업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조건을 통과해야만 한다.
1년에 한 번 재계약 시에 이루어지는 감염 및 유전체 검사와는 별도의 검사다.
건강한 몸이라 해도 항상 건강한 정자를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수확 시 그때마다 전체적인 정자의 양, 운동성, 생존성과 형태 등을 검사한다.
국가에서 정한 조건을 통과해야만 사용 가능한 정자로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사용 가능한 정자를 제공했을 때만 통장에 돈이 입금된다.

- 방송 내용 중 일부 


진열장과 진열대를 오가며 녀석의 얼굴을 살펴본다.
닮았나?  정말?  높지 않은 코와 두툼한 아랫입술,
쌍꺼풀 없는 눈, 약간 튀어나온 턱,
오른쪽으로 틀어진 비대칭의 얼굴, 닮았다.
게다가 녀석도 손톱을 물어뜯고 있다.
버릇도 유전되나? 가슴이 쿵쾅거린다.
녀석이 ‘우리 아이’가 맞을까?
이름표에 써있는 이름은 김철수다.
철수라니.
요즘 아이 이름에 철수라는 이름을 붙이는 부모가 있을까.
흔한 선택은 아니다.
뻔한 성에 뻔한 이름이다. 


# 인터뷰. 전소영
권력이 인간의 생명마저 장악한 이 무시무시한 시대에도 하나의 희망은 있습니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그 작은 희망은 바로 인간의 유대에서 비롯되는데요. 주인공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자신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편의점으로 향하죠. 그런데 사실 둘은 별로 닮은 점이 없어요. 얼굴이 비대칭이라고 하나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은 누구나 지닐 수가 있는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그는 괜히 합리화를 하면서 아르바이트생이 자기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고 혼자 유대감을 느낍니다. 그런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 설령 사회적인 차이나 폭력 이런 것들이 만연해진다고 해도 그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유대 또 가족의 유대가 있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되죠.


나를 닮지 않았어도 좋다. 
사회에 발을 내디딘 ‘우리 아이’를 직접 본 적이 없다.
만약에 그 아이가 ‘우리 아이’ 출신이라면 
어깨라도 두드려주고 용돈이라도 쥐어 주고 오리라.
이 세상에 스스로 원해서 오는 사람은 없지만,
‘우리 아이’들은 더더욱 그럴테니까.

공장에서 만들어진 소모품처럼 세상에 나왔다는 것을 자각할 때
그들은 무슨 말을 할까.
언젠가 맞닥뜨릴 ‘우리 아이’들의 복수를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나는 용서받을 수 있을까?



작가 김강 (부산, 1972. ~ )
    - 등단 : 2017년 단편소설 [우리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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