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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 통일신라시대가 남북국시대로 바낀 걸까요?

2011-08-06

역사의 기록이란 것이 시대에 따라, 또 기록자에 따라 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따라서 우리 역사 교과서의 서술도 그동안 계속 변화되어 왔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변화로 꼽을 수 있는 것이 통일신라시대를 남북국시대로 바꿔 부르게 된 것입니다. 왜 통일신라시대가 남북국시대로 바뀐 것일까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은 신라에 의해 통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삼국시대 이후 시대를 통일신라시대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요즘 국사 교과서를 보면 그 시대를 통일신라시대가 아닌 남북국시대로 부르고 있습니다.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한 뒤 남쪽 땅은 신라가, 북쪽 땅은 발해가 차지하였으므로 남북국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진작부터 남북국시대라고 부르지 않고 통일신라시대라고 불렀을까요.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고려시대 중반 무렵인 1145년, 김부식이 <삼국사기>라는 역사책을 펴냈습니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다고 쓰고는 발해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김부식이 신라 출신 사람으로서 신라를 중심으로 역사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함으로서 우리 민족의 역사가 비로소 하나의 흐름으로 합쳐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에게 발해는 우리 민족의 나라가 아니었던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김부식의 생각이 곧 고려의 정책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고려를 건국한 왕건은 고려는 고구려를 이어받은 나라라고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그래서 나라 이름도 고려라고 한 것이었고요.

그런데 고구려가 멸망한 뒤 고구려 사람들이 세운 나라가 바로 발해였습니다. 물론 발해의 백성들 가운데는 말갈족도 많았지만 나라를 이끈 사람들은 분명히 고구려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발해의 역사는 곧 우리 민족의 역사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럼에도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쓴 이후 수백년 동안 모두 김부식을 따라 통일신라시대라고 불러왔습니다. 지금부터 약 2백년 전 무렵부터 김부식이 잘못 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유득공 같은 실학자가 <발해고>를 써서 발해의 실체를 밝힌 것이 그 시초입니다. 이후 발해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그 결과 이제는 그 시대를 남북국시대라고 부르게 된 겁니다.

한편 우리의 남북국시대란 표현에 대해 이웃 나라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의 영토 안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중국역사에 속한다고 주장하면서, 옛 발해 땅이 현재 대부분 중국 영토이므로 발해 역사는 중국역사의 일부분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현재의 중국 국경선이 만들어진 것은 수십 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국경선이 지금과 달랐던 시대에 일어난 일을 모두 현재의 국경선을 기준으로 나눈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중국은 그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발해가 당나라에 속한 지방정부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발해가 당나라에 조공을 바친 게 그 증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당시에 당나라에 조공을 바치는 나라들은 모두 독립된 국가들이었습니다. 지방정부라면 조공을 바칠 이유가 없었지요.

사실 발해의 역사가 누구의 것이냐고 다투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중국은 아마도 발해의 역사를 차지하는 쪽이 곧 옛 발해 땅을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옛 발해 땅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중국이 이해한다면, 이런 쓸 데 없는 역사 전쟁은 곧 없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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