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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한국적 인상주의를 완성한 화가, 오지호

2013-11-30

지난 10월 28일부터 서울 덕수궁 미술관에 뜻 깊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바로 [명화를 만나다 -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입니다. 우리나라에 서양화가 도입된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있어,
우리 근대회화사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작품 중에 유독 제 눈에 확 띄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오지호의 [남향집]인데요,
오늘은 오지호의 작품세계에 대해 들여다보겠습니다.

다른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미술 분야도 우리나라의 고난에 찬 근대화 여정과
그 궤를 같이합니다.
우리가 일본에게 강제로 개항 당하기 이전,
우리나라의 화가들은 수묵화 이외의 그림을
알지 못했습니다.
개항 이후 비로소 서양화 즉 유화를 접하게 되는데,
그것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먼저 근대화를 이룬 일본을 통해서였습니다.

특히 1910년 일본에 병합된 이후
일본인에게 교육을 받으면서 서양화에 눈을 뜨게 되고,
그 중 재능이 있는 이들은 일본 동경으로 유학을 가서
일본 화단에서 미술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초기의 서양화가들에게 일본은
지배자가 아니라 스승이자 은사였습니다.
[근현대 100선]전의 초기 서양화가들의 작품에서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고민이나 저항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그리고 1930년대에 접어들어 일제가 전쟁을 일으키자
화가들에게는 전쟁을 독려하는 이른바 ‘참여예술’이
강요됩니다. 우리 서양화가들 대다수가 여기에 굴복합니다.
바로 이런 시기인 1939년에
오지호가 그린 작품이 [남향집]입니다.
우리 민족에게 익숙한 한옥집이 있고
문가에 한복을 입은 어린 소녀가 서 있습니다.
집 앞에는 이른 봄인지 아직 잎이 돋지 않은
앙상한 가지뿐인 감나무가 서 있습니다.
그런 화면 가득히 햇볕이 비치고 있습니다.
깨끗한 공기 속을 맑은 햇살이 쏟아져
투명하게 빛이 납니다.
그 청명함의 느낌은 감나무 그늘이
푸른 보랏빛을 띠는 것에서 더욱 강하게 다가옵니다.
이렇게 이른 봄 아침녘 햇살의 느낌을 포착했다는 점에서
그 화풍은 단연 인상주의임을 드러냅니다.
그렇습니다. 오지호는 한국적 인상주의를 개척한
대표적인 화가입니다.
서구에서 인상주의는 모네의 [인상-해돋이]라는 작품에서
출발했습니다.
발표 당시 화단으로부터 ‘그것도 그림이라고 그렸느냐’는
조롱을 받았지만, 기존의 살롱전 중심의 화단과 같이
실내에서 특정한 주제의식 아래 그림을 그리던 것을 버리고
과감하게 자연으로 나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빛의 느낌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화단에 혁명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렇게 서구의 인상주의는 기득권 화단에 대한 반항이자
거부의 몸짓이었습니다.
우리의 초기 서양화가들도 일본 화단을 통해
인상주의를 배웁니다.
하지만 모네와 세잔느의 빛에 대한 감수성을
모방하기는 했지만, 서구 인상파 화가들의 저항정신까지
습득한 이들은 드물었습니다.
한국의 초기 인상주의 화가로는 고희동,
나혜석 등이 있습니다.
특히 나혜석은 직접 프랑스와 스페인을 여행하며
현지에서 인상주의를 경험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린 풍경화에서 빛에 대한 감각은 읽히지만
기존의 것에 대한 어떤 저항도 보이지 않습니다.
인상주의의 기술뿐만 아니라 저항정신까지 구현한 화가가
바로 오지호입니다.
[남향집]은 기존의 화단이 이른바 ‘참여예술’을 부르짖으며
전쟁을 찬양하는 그림을 그리던 바로 그 순간에
‘순수예술’이란 깃발을 들며 정면으로 거역한 것입니다. [남향집]은 언듯 한가로운 농촌 풍경을 그린 것으로
보이지만, 거기에는 한국의 집과 나무 그리고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투명한 아침 햇살이 있습니다. 여기서 오지호가 외치는 무언의
‘저항정신’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지호 이후
인상파 본래의 저항정신을 구현한 한국적 인상주의 화가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이번 전시회에서 그의 그림에
더욱 애착이 가는 이유입니다.

역사 토막상식, 아하 그렇구나!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을 계기로,
한국적 인상주의를 완성한 화가,
오지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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