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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조선시대 관청 소격서에 얽힌 일화

2014-01-04

새해 2014년은 간지로 갑오년이고, 말띠 해입니다.
새해를 맞아 신년운수를 보신 분도 계실 텐데요,
신년운수 같은 것은 유교 풍습이 아니라 도교 풍습입니다. 그만큼 도교는 예로부터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했는데요, 때마침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한국의 도교문화 - 행복으로 가는 길]이란 특별전을
열고 있기도 합니다.
흔히 조선시대는 유교문화가 지배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는 도교 또한 유교에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나라에 도교 제사를 지내는
기구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는 국가기구를 창설하면서
하늘과 신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을 임무로 하는 관청인 소격전을 특별히 만듭니다.
이것이 나중에 소격서로 개칭이 돼서 임진왜란 때까지 존속합니다.
유교를 나라의 근본으로 삼는다고 선포했지만,
예로부터 가뭄이 들면 하늘에 기우제를 지내고
가족이 아프면 산신에게 비는 풍습을
하루아침에 버릴 수는 없었던 것이죠.


실제로 태조는 소격서를 통해 자주 기우제를 지냈고,
심지어 세종은 아들을 낳은 뒤 아이의 건강을 빌기 위해 소격서에서 제사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점차 유교적 의례가 일상생활에서 굳어져 감에 따라 도교 제사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대신들이 생깁니다.
그때마다 국왕은
“선왕 때부터 해오던 풍습을 폐지할 수 없다”며
소격서를 존속시킵니다.
유학자인 대신들은 못마땅했지만
국왕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연산군을 몰아내고 집권한 중종 때
반전이 일어납니다.
중종은 연산군을 모시던 수구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젊은 사림들을 대거 등용합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유학자가 조광조였습니다.
중종 13년인 1518년 4월 4일의 일입니다.
종묘대제를 지내기 위해 희생 제물로 쓸 소를 끌고 오던 중
종묘 문턱을 넘다가 그만 죽어버립니다.
대신들은 무언가 나쁜 징조라며 이를 중종에게 보고합니다. 중종은 대신들을 불러 대책회의를 엽니다.
이때 홍문관 부제학의 직책을 맡고 있던 조광조는
이것을 비유교적인 풍습을 철폐하는 계기로 삼기로 하고
중종에게 소격서를 폐지할 것을 간언합니다.
하지만 중종은 소격서 제사가 나라에
큰 혼란을 일으키는 것도 아닌데
없앨 필요는 없다며 버팁니다.
이렇게 되자 소격서 문제는 도교 의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조광조를 필두로 하는 사림 세력과 국왕 중종 사이의
자존심 싸움이 되어버렸습니다.
중종이 계속 버티자 사헌부 대간이
‘그렇다면 제가 물러나겠다’며 사표를 던지고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중종은 대간을 교체하려고 했지만
조광조 등이 그 정도의 일로 대간을 교체하는 것은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강력하게 상소합니다.
때마침 과거 시험 일자가 닥쳐옵니다.
대간이 과거를 주관하기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없었죠.
결국 중종이 굴복하고 소격서를 폐지한 뒤
대간을 출근시켜 과거를 무사히 치릅니다.
이 일을 계기로 중종은 조광조 등 사림에게
서운한 감정을 품게 됩니다.
이후 수구세력이 기묘사회를 일으켜 조광조를 탄핵할 때
중종이 방관한 데는 이런 배경도 한몫을 했습니다.
결국 조광조가 유배지에서 사약을 받고 죽자
중종은 소격서 부활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대신들은 한번 폐지한 것을 아무 이유 없이
부활시킬 수는 없다며 난색을 표합니다.
그러자 중종은 어머니가 병석에 누운 것을 이용해
이렇게 호소합니다.
“신선에게 기도한다는 것이 비록 바른 일은 아닐지 모르나, 그 외에 아무 다른 방법이 없는 절박한 때에는
기도 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
결국 국왕의 애절한 호소 끝에 소격서는 다시 설치됩니다.
이 사례는 도교라는 것이 우리 민족의 삶 속에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역사 토막상식, 아하 그렇구나!
새해 말띠 해에 여러분들 운수대통하시길 빌면서,
조선시대 관청 소격서에 얽힌 일화를 들려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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