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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명화를 만나다 -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2014-04-05

지난 3월 30일, 일요일인데도 시청앞 덕수궁 매표소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이어져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명화를 만나다 -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 전시회의
마지막 날이어서 이 기회를 놓치기 안타까워한 관람객이 구름처럼 몰려든 것입니다.
제가 이 코너에서 이 전시회를 소개하고
특히 한국적 인상파 회화를 개척한 오지호의 [남향집]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 전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겠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다녀간 관람객 수는
39만 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이는 국내 화가 작품을 내건 전시회 중에서는 최다 관객이라고 합니다.
같은 장소에서 지난 2008년에 열린 [한국근대미술 걸작선]에도 25만 관객이 모여든 것을 보면,
우리 국민들의 우리 회화에 대한 관심이 무척 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 [명화를 만나다 -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에 전시된
작가는 일제 강점기에 최초로 서양화를 접한 1세대인
이상범, 도상봉, 오지호, 구본웅 등에서부터
한국적 서양화를 일구어낸 이중섭, 박수근, 천경자
그리고 한국적 추상미술을 개척한 김환기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익히 들어온 화가들입니다.
그리고 그 작품들도 내로라하는 명화들이어서
그야말로 명품을 감상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감동을 잠시 식히고 냉정한 눈으로 그림들을
일별해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작가들이 살았던 시대를 되돌아보면, 일제강점기, 해방,
6․25전쟁, 4․19혁명, 5․16군사정변 등 한국사는 물론
세계사를 뒤흔든 대사건들로 점철돼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시대의 흔적이 전시된 그림에는
전혀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일제강점기는 우리 민족이 적어도
고조선 멸망 이후 2천년 만에 맞은 망국의 시기였습니다.
그런 시대적 아픔과 시대에 대한 고민이
왜 당시 화가들에게서는 읽히지 않는 것일까요.
이를 테면 이인승이 1942년에 그린 [봄의 가락]을 보면,
한복을 입은 젊은 여성들이 양복을 입은 청년 연주자의
첼로 연주를 감상하고 있습니다.
1942년은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온 민족이 전쟁터로
내몰리던 시기입니다.
그런 시기에 첼로 연주나 감상하는 유복한 계층을 그린
화가의 정신세계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그것은 우리의 초기 서양화가들이 모두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일본인 스승으로부터 그림을 배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서양의 발달된 회화 기법과 작가정신을 배우기에 급급한
그들이었기에 아직 우리 현실에 천착할 기회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눈에 확 뜨이는 그림 한 점이
김환기가 그린 [피난열차]입니다.
김환기는 한국 미술에 추상화를 도입한 화가로 유명합니다. 그의 대표작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같은
그림은 화폭 가득히 푸른 격자모양과 점만이 반복되고 있어
무엇을 그린 것인지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평론가들로부터 역사의식이 결여된 화가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피난열차] 또한 추상화입니다.
화폭에서 지평선 아래는 붉은색, 위는 푸른색으로
양분됩니다.
그리고 땅 위에 지붕이 없는 화물기차가
검은색조로 묘사돼 있고,
그 기차 안 가득히 콩나물 시루와 같이
사람들이 들어차 있습니다.
추상화임에도 누가 보아도 6․25 당시의
피난열차임을 알 수 있고,
화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시대상을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서양 회화가 도입된 지 30여년이라는
시간의 두께가 자연스럽게 한 작가의 시선 속에
녹아든 결과일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점에서 김환기의 [피난열차]는 역사란
때로는 한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 스스로를 드러낸다는 진리를 웅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전시회는 서울이 끝이 아니고,
부산으로 무대를 옮겨 계속 전시된다고 하니
더 많은 분들이 감상할 기회를 누릴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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