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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건축물들의 문화재 가치에 대한 우리의 인식

2014-05-31

최근 문화재청은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지금은 사용되지 않고 있는 간이역사 송정역을
문화재로 보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송정역은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을 수탈하기 위해 건설한 건축물로 일제잔재이므로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을 물리친 것인데요.
이번 결정을 보면서 일제강점기 때 세워진 건축물,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생각해보겠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로서
논쟁의 초점이 된 것은
일제 식민지 지배의 총본산인 조선총독부 건물이었습니다. 일제는 1905년 을사늑약 이후 통감부를
남산 자락에 설치하여 운영해왔고,
1910년 합병 이후에도 그곳을 조선총독부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장소가 비좁아 새 건물을 짓기로 했는데,
그 장소가 오늘날 경복궁의 광화문 안쪽
근정전 앞이었습니다.
이 공사를 위해 광화문은 헐렸고,
광화문통에서 바라보면 조선총독부 건물이
근정전을 완전히 가린 채 떡 버티고 선 경관이
조성됐습니다.

이러한 치욕의 상징인 건축물이지만,
새로 들어선 대한민국 정부는 정부청사로 사용했고,
1970년에 세종로에 정부종합청사가 완공된 이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민간에서는 끊임없이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그들은 조선총독부 건물은
일제의 우리 민족 수탈을 상징하는 건축물인데다가,
일제가 고의적으로 경복궁 근정전을 가로막아
민족정기를 끊으려고 했으므로
당연히 이 건물을 철거하여 경복궁의 원형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치욕의 역사도 역사임은 분명하므로 이를 문화재로 남겨,
후대에게 이를 통해 다시는 그런 치욕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각성하는 교육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런 두 주장이 갑론을박하던 중에
김영삼 대통령이 이끄는 문민 정부는
‘역사바로세우기’ 작업을 전개하면서
그 일환으로 1995년에 전격적으로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오늘날 광화문에서
조선총독부 건물을 더 이상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2014년의 시점에서 다시 그 논쟁이 재개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날의 여론으로 본다면
아마도 보존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 같습니다.
부산 송정역사의 보존이 그런 맥락에서 결정된 것이지만
이미 2001년 정부는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하여,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건축물들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하여
문화재로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조선총독부 철거 때와는 달리
이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은 적었습니다.

오히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지자체에서
이런 근대문화유산을 지역 관광을 활성화시키는 호재로
활용하면서 적극 호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지자체가 전라북도 군산시입니다.
군산은 일제가 호남 지방에서 생산된 쌀을
일본으로 수출하기 위해 육성한 항구입니다.
따라서 일제강점기 때 세워진 많은 관청과
민간 건축물이 다수 남아 있습니다.
군산시는 그것들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그 건축물들이 밀집된 지역을
근대역사경관지구로 개발했습니다.
이곳에 가면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은 세관 건물과
목조 2층으로 지은 민간 가옥 등
일제시대의 거리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국내 유일의 일본식 절인 동국사가 보존돼 있습니다. 이 절은 현재는 조계종에 소속돼 있지만,
외관은 한국식 절이 아니라 일본의 신사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오늘날 군산의 근대역사경관지구를 찾는 이들에게서
이것들이 일제 수탈의 상징이므로
철거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수는 없습니다.
해방된 지 거의 70년이 지났고,
이제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런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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