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Go Top

역사

박수근 미술관

2014-07-19

고국은 이번주부터 본격 휴가철이 시작됐습니다.
올 해도 많은 분들이 피서지로 강원도를 찾는 듯한데요, 오늘은 강원도에 있는 특별한 장소 한 곳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바로 강원도 양구군에 있는 박수근 미술관입니다.
특히 올해는 박수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이곳에서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널리 좋아하는 가수를 흔히 국민가수라고 하는데요, 마찬가지로 국민화가 하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박수근을 선택하리라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그의 그림 자체가 어려웠던 시절
우리 서민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지요. 아이를 업은 여인과 함지를 머리에 얹은 여인을 묘사한 [나무와 여인], 세탁기가 없던 시절 냇가에 모여 빨래하는 아낙네들을 그린 [빨래터] 같은 그림은
국민 누구나 한 번쯤은 보았을
그야말로 국민적 작품들입니다.
박수근이 특별한 것은 그와 동시대에 활동한
다른 화가들과의 차별성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박수근은 일제강점기 초기인 1914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났습니다.

비록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미술에 재능이 있으면
발탁이 되어 서울로 나아가 동경으로 유학을 가는 것이
당시의 일반적인 코스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런 행운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는 요즘의 초등학교인 보통학교를 졸업한 것이
학력의 전부입니다.
그의 소년 시절 행동 반경은 기껏해야
춘천밖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글자 그대로 강원도 감자바위라고 할 수 있죠.
당시 화가의 재능을 보였던 다른 이들은
대부분 일본 동경으로 유학을 가서 서양화법을 배웠습니다. 우리나라 근대미술을 개척한 이상범, 도상봉, 오지호, 구본웅 등이 모두 그런 이들이었습니다.
지난 3월 이들의 그림을 전시한 [근현대회화100선] 전을
소개하면서도 제가 평했듯이
그런 이들에게서는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아픔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박수근은 가난한 시골 소년으로 살면서
학교 미술선생님이 보여준 그림 한 폭,
우연히 접하게 된 밀레의 [만종]에 푹 빠져서
외롭게 그림공부를 독학합니다.
그는 밀레의 그림이 그러하듯
자신이 사는 마을과 그 마을 사람들을
그림 소재로 삼습니다.
그는 소재만 주변에서 구한 게 아니라,
그림을 표현하는 기법 자체도
한국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수근이 어릴 때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접한 것은
돌멩이, 즉 한국의 산하에 널려 있는 화강암입니다.
그는 화폭이 한국인에게 친근한 화강암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갈고 닦은 끝에 개발한 것이
이른바 마티에르 기법으로 구현한
투박한 회색조 바탕입니다.
그가 개발한 마티에르 기법은 캔버스에 기름을 섞지 않은
회색조 물감을, 캔버스 천의 결이 살아 있도록 덧칠하고
마른 뒤 문지르고 또 다시 같은 작업을 반복함으로서
두툴두툴한 표면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박수근의 그림에서 보는
거칠고 투박한 화면입니다.
그는 그 어두운 회색조 화면 위에 검은색 굵은 선으로
형체를 묘사했습니다.
입체감이나 원근감이 없는 선 그 자체로서
주제를 표현한 것입니다.
어떤 평론가는 그런 그의 그림을 보면
마치 백제 시대 작품인 서산 마애불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고 평했습니다.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박수근, 해외유학은커녕
서울도 제대로 가보지 못한 촌뜨기 화가 박수근이
1천 5백년 전 우리 민족의 미감을 제대로 포착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건물 자체도 미적으로 아름다운 박수근 미술관은
여느 미술관과는 다르게 양구군에서 직접 경영하는
군립미술관입니다.
따라서 입장료도 저렴해서 이번 특별전은 5천원이지만
평소에는 천원입니다.
동포여러분도 고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강원도 양구에 소재하고 있는 박수근 미술관
꼭 한번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Close

우리 사이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와 다른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이용함으로써 당신은 이 기술들의 사용과 우리의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