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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성 프란체스코, 그는 누구인가

2014-08-16

지금 고국은 뜨겁습니다.
8월의 뜨거운 햇볕 때문만은 아닙니다.
방한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거수 일투족이
한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까지
그의 이름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였습니다.
교황에 선출되고 나서 교황 이름으로
프란체스코를 선택했는데요,
이는 13세기 수도사 성 프란체스코를 본받아 살겠다는 뜻이었답니다. 성 프란체스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성 프란체스코는 1182년 이탈리아 아시시에서 태어났습니다. 부유한 상인 집에서 태어난 그는
보통 젊은이들과 다름없이 세속적 출세를 위해
기사가 되고자 했고
이웃 도시 국가들과 전쟁이 벌어지자
군인으로서 참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하느님의 계시를 받았고
그 뒤로 세속적 욕망을 버리고 수도사의 길로 들어섭니다.
가톨릭 교회의 역사에서 수도사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수도사라는 것이 처음 등장한 것은
가톨릭이 로마제국의 국교가 되고 난 뒤였습니다.

가톨릭이 초기에 박해를 받던 시절,
신도 모두가 순교를 각오하며 살았던 시대엔
사제와 주교만 있었고
수도사라는 직분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톨릭이 로마의 국교가 되면서
박해 받던 처지가 정반대로 이교도를 박해하는 지위로
급반전됐습니다.
이에 따라 사제와 주교의 권한은 점점 커져갔고,
결국 가톨릭의 수장 교황은 세속 황제보다도
위에 설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가톨릭 성직자들이 막강한 권력과
막대한 재산을 가진 지배층이 되자
순수한 신도들 가운데는
이러한 현실은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을 이끌던
초기 교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하는 이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현실 성직 위계를 벗어나
외딴 곳에서 기도와 묵상에만 전념하는 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이들이 최초의 수도사였습니다.
그들은 5세기에서 6세기에 걸쳐
베네딕투스 수도원을 이루었습니다.
베네딕투스 수도원의 제1 규칙은 당연히 청빈이었습니다.
많은 가톨릭 신도들이 베네딕투스 수도원의 참신함에 매료돼 지지와 성원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 지지와 성원이 날로 커지면서
역설적으로 수도원에 특권과 재산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급기야 수도원의 위상이 사제, 주교, 교황으로 이어지는
성직 위계보다 높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러자 다시금 초기 교회의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반성이 일어나,
10세기에는 청빈 규칙을 더욱 강화한 클뤼니 수도원이,
12세기에는 아예 세상과의 단절을 선언한
시토 수도회가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그들 모두 대중들의 지지와 함께
권력화의 길로 들어서는 역설적 상황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바로 이러한 시기에 프란체스코가 태어난 것입니다.
프란체스코는 수도원이 세상과 담을 쌓아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보통 사람들과 부대끼며
그들 속에서 선교에 헌신하는 것이
진정한 수도의 길이라는 것이었죠.
우리나라 불교에서 원효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프란체스코가 살았던 13세기는
유럽에서 십자군 전쟁이 일어난 시대였습니다.
그때까지 중세 장원이라는 폐쇄된 영역 안에 갇혀 있던
유럽인들이 비로소 바깥 세상을 향해
눈길을 돌리기 시작하고 있었죠.
이러한 시대 분위기는 프란체스코의 생각과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프란체스코는 ‘작은 형제회’라는 수도회를 만들었는데요,
이전의 수도원들과는 달리 한 장소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전도여행을 하는 것을 임무로 삼았습니다.
그 자신도 5차 십자군에 가담해
시리아 지방으로 가서 이슬람교도들을 향해
선교를 하는 모범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일생 동안 청빈하게 살면서
선교에 몸을 바친 그를 사람들은
‘또 한 분의 예수 그리스도’라 부르면 존경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현 교황이 프란치스코란 이름을 선택한 것은
13세기의 혼란한 시대에 교회의 개혁을 위해 몸을 던진
그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 아닐까요.
교황이 요즘 보여주는 행적이 그것을 증명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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