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Go Top

역사

영화 ‘명량’의 흥행신기록을 계기로 살펴본 역사 속 이순신

2014-08-23

최근 국내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주인공인 [명량]인데요. 관객 수가 1500만을 넘어 이미 흥행 신기록을 세웠고, 2천만도 문제없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이순신은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한 위인입니다. 그런데 이순신은 원래부터 민족을 구한 ‘성웅’으로 칭송받았을까요?

우리는 자칫하면 역사라는 것이 철저하게 현재의 필요에 의해 재구성된다는 자명한 이치를 잊어버리곤 합니다. 이순신에 대해서도 그러해서 마치 임진왜란 당시부터 이순신이 나라를 구한 영웅으로 칭송받았을 것으로 오해합니다. 그렇습니다. 그건 분명히 오해이고, 시대 상황에 다라서 이순신을 바라보는 시각도 각기 달랐습니다. 어떻게 달랐을까요.
먼저 임진왜란 직후의 이순신에 대한 평가는 어땠을까요.
물론 이순신은 왜군을 물리친 공을 인정받아 1등 공신이
되었습니다. 일본이 쳐들어 왔을 때 조선 관군은
연전연패하며 도주하기에 바빴기 때문에 사실 상을
주려해도 줄만한 사람이 없었으니 이순신이 공신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공을 하사할 국왕 선조 자신이 정작 임진왜란 당시에는 이순신을 신뢰하지
않아 그를 삼도수군통제사에서 파직한 적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순신의 공을 인정하는 것이 곧 선조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상을 주지 않을 수도 없어 고심하던 선조는 애초에 자신이 신뢰했던
원균을 끌어올려 두 사람에게 동등하게 1등 공신을 내려주는 것으로 얼버무렸습니다.
이순신이 나라를 구한 영웅으로 ‘레벌업’ 되는 것은 병자 호란을 겪은 이후입니다. 청나라에게 치욕의 항복을 한 것을 못내 참을 수 없던 유학자들은 오랑캐 청에게 복수를 다짐하 며 북벌론을 내세웁니다. 이때 역시 오랑캐인 왜를 물리친 이순신을 나라에 충성한 영웅으로 부각시킴으로서 북벌론에 대한 지지를 획득하려고 했습니다.
이순신의 위상이 한 단계 더 높아져 ‘성웅’이 되는 것은 더욱 심각한 위기 즉, 나라가 망한 뒤입니다. 일제에 패망한 뒤 모두 좌절에 빠져 있을 때 일군의 역사학자들이 민족혼을 일깨우기 위해 분투합니다. 그 대표적인 역사학자가 신채호 였습니다. 신채호는 이순신 전기를 써서 이순신을 영국의
넬슨 제독과 비교하며 세계적인 인물로 추켜세웁니다.
심지어 거북선을 세계 최초의 철선이라고까지 과장하며
우리민족이 이순신의 정신을 이어받아 독립운동에 나설 것을 호소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이순신 상은 일제하인 192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묘하게 변모합니다. 그것은 민족운동가들이
3․1운동이후 일제의 문화통치에 일정하게 타협하던 정세와 관련이 됩니다. 대표적으로 [민족개조론]을 쓴 이광수는
[이순신전]을 새로운 각도로 저술하는데, 그 속의 이순신은 전투를 지휘하 는 장군의 면모보다는 그의 인간적 고뇌에 더 초점을 맞춥니다. 그리고 그를 모함한 당쟁의 폐해를
부각시킵니다. 즉 우리 민족이 못나서 이순신을 제대로
대접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셈인데요, 이는 우리 민족이
일제 식민지가 된 것은 우리 잘못에 기인한다는 일부
민족주의자들의 시국인식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었습니다.
해방 후 북진통일을 외치던 이승만은 이순신보다는 신라
삼국통일의 주역 화랑을 주로 부각시켰습니다.

그러다 5․16군사정변을 일으켜 권력을 잡은 박정희가 다시 이순신을 불러냅니다. 공산주의와 대결하면서 경제발전을
밀어붙여야 했던 그에게 ‘시련과 극복’의 상징으로
이순신이 아주 적합했던 것입니다. 이에 따라 충무공 이순신 사당이 크게 증축되고, 각급 학교에서 이순신을 충성의
아이콘으로 교육하게 됩니다.
이렇게 보면 이순신은 우리가 어려움에 처할 때면 언제나
구세주처럼 등장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2014년 오늘 우리가 이순신에 열광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 답은 오늘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 속에 있지 않을까요.
Close

우리 사이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와 다른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이용함으로써 당신은 이 기술들의 사용과 우리의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