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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전곡리 유적 발굴에 얽힌 이야기

2014-11-15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에서 흥미로운 역사축제가 열렸습니다. 해마다 열리는 연천 전곡리 구석기 축제인데요,
올 해는 [전곡리안의 귀환]이라는 제목으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습니다.
주최측에서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곡리안은 30만년 전에 이곳에 살았던 구석기인들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우리 한민족의 선조일까요?

전곡리 유적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구석기시대 유적입니다. 이곳에서 고고학계에서 아슐리안형 석기라고 부르는 주먹토끼가 발굴되어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죠.
이전까지 아슐리안형 석기는 유럽과 아프리카에서만 발굴되는 것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주먹도끼가 발굴된 이후엔
아시아에서도 상당히 오래 전부터 구석기시대가 존재한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게 됐습니다.
사실 한반도에서 구석기시대 유적이 발견된 것은
이미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입니다.
일본 학자들이 함경북도 두만강 유역 굴포리 등에서
구석기 유물을 발굴했던 것이죠.
그러나 일본 학자들은 정작 일본에서는
구석기 유적이 발굴된 바가 없기 때문에

한반도의 구석기 유적 존재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로 임했습니다.
그래서 한반도에 구석기시대가 존재했다는 것 자체가
불확실했던 것이죠.
그러던 중 전곡리 유적이 발굴되었기 때문에
더욱 뜻 깊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전곡리 유적의 발굴도 우리의 손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 주인공은 그렉 보웬이라는 미군 병사였습니다.
그는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다가 학비를 벌기 위해
군에 입대했는데, 때마침 한국 동두천에 배치되어
복무하게 되었습니다.
그렉 보웬은 군 복무 중 한 한국 여인과 사귀게 되었습니다.
1978년 1월 20일, 두 연인은 한탄강 유원지로 놀러갔습니다.
강변을 산책하던 중 그렉 보웬은 길을 내기 위해
모래 둔덕을 절개한 곳에서 토기조각과 숯이 된 목재를
발견하고는 고고학도로서의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그래서 애인을 데리고 주변을 1시간 동안 헤매고 다니며
흙을 파헤쳤습니다.
추운 날씨에 영문도 모르고 남자 뒤를 쫓아다니던 여인은
그만 짜증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렉 보웬은 연인을 달래기 위해 주변 묘자리 옆
잔디에 자리를 잡고 따듯한 차를 끓이기 위해
차비를 하던 참이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눈에 주먹 도끼 한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가 대학교에서 사진으로만 접했던
구석기시대 대표적인 유물인 아슐리안 석기가
바로 눈앞에 있었던 것이죠.
그는 흥분해서 여자친구에게
“봐, 봐, 내가 뭘 찾았는지 보라구”라고 외치며
펄쩍펄쩍 뛰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전곡리 유적에 대한 최초의 보고서는
그렉 보웬에 의해 작성됐고,

이후 서울대학교 고고학과 김원룡 교수가
본격적으로 발굴해서
오늘날의 전곡리 유적이 전모를 드러내게 됐습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전곡리 유적에 대한 연구는
완결되지 않았습니다.
이 유적의 연대에 대해서 학자에 따라 50만 년 전에서
10만 년 전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와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1만 5천 년 전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유적의 연대는 중요한 데요,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진화해서 전 지구로 퍼져나가
한반도 일대에 도달한 시점은
대개 3만 년에서 4만 년 전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따라서 적어도 4만 년 이전에 살았던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현재는 멸종한
호모 에렉투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전곡리안은 우리 민족의 직접 조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겠죠.
우리나라 고고학이 앞으로 더욱 발전해야만 하는 이유는
이런 데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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