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사업이나 그 밖에 어떤 일을 처음으로 시작할 때 ‘첫 삽을 뜬다’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첫 삽’이라는 말에 나오는 ‘첫’은 관형사나 접두사로 사용됩니다.
관형사는 명사 앞에서 그 명사가 가진 뜻을 수식해 주는 말로, 대개 뒤에 오는 명사와 띄어서 씁니다. ‘첫 삽’의 경우에도 ‘첫’이라는 말이 관형사로 쓰여서 ‘첫’과 ‘삽’을 띄어 쓰고, 이와 같은 예로 ‘첫 시험, 첫 월급, 첫 사건’ 같은 것이 있습니다.
반면에 접두사로 쓰이는 경우에는 ‘첫’과 뒤에 오는 말을 붙여서 쓰고 하나의 단어로 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단어로는 ‘첫사랑, 첫인상, 첫돌, 첫날밤’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신문의 기사 제목에서는 ‘OO 제도 첫 실시’라든가 ‘OO 첫 발견’이라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실시’나 ‘발견’이라는 말이 명사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동사라고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다시 말해서 ‘실시돼’ 또는 ‘발견해’처럼 그 뒤에 ‘되다’나 ‘하다’ 같은 동사의 형태가 생략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에는 ‘실시’나 ‘발견’이라는 말 앞에 ‘첫’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보다는 동사 앞에 쓸 수 있는 ‘처음’이라는 부사를 써서 ‘처음 실시’라든가 ‘처음 발견’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