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위에는 전쟁으로 인해서 오랜 세월 가족들이 남과 북으로 흩어져 이산가족으로 살아온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동안 몇 차례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 중의 일부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었는데요, 만날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겠지만 단 며칠간 만나고 또다시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됐을 때의 고통 또한 대단히 클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와 같이 헤어져서 살던 이산가족들이 만난다고 할 때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그렇다면 ‘상봉’과 ‘해후’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우선 ‘상봉(相逢)’은 말 그대로 ‘서로 만나는 것’을 뜻합니다. 반면에 ‘해후(邂逅)’는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뜻밖에 다시 만나는 것을 뜻하는데, 이 말은 ‘우연성’이 개재돼야만 쓸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과 북의 이산가족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을 때는 가족들이 서로 만날 것을 기대하고 가서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상봉’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가능하지만 ‘해후’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이 그동안과 같이 한정된 인원의 일회적인 만남으로 끝나기보다는 앞으로 더 많은 이산가족들이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