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다음의 대화 내용을 잘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바쁘신 것 같은데 제가 괜한 부탁을 드린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조금 바쁘기야 하지만서도 은영 씨가 부탁하시는 일이면 무조건 도와드려야죠.”
지금 들으신 것처럼 일상 대화에서도 ‘-지만서도’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분들이 간혹 계시죠. 그런데 이 말은 방언 냄새가 짙다고 판단돼서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은 말입니다. 이와 비슷한 뜻으로 사용되는 표현은 ‘-지만’입니다.
우리 표준말 규정에는 이와 같이 의미가 똑같은 형태가 몇 가지 있을 경우에는 그중에서 어느 하나가 압도적으로 널리 쓰이면, 그 단어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것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는 것이 국어의 표현을 풍부하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을 야기한다는 판단에서 어느 하나의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은 것입니다.
‘광우리’와 ‘광주리’가 바로 그런 예 중의 하난데요, 이 두 표현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에 이 중에서 ‘광우리’는 버리고 ‘광주리’만을 표준어로 인정한 것입니다.
앞서 들으신 대화에서 나왔던 ‘바쁘기야 하지만서도’는 ‘바쁘기야 하지만’ 또는 ‘바쁘기는 한데’로 고쳐서 말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