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시원하게 보여 주지 않고 조금만 맛보기로 보여 준다든지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 않고 조금 흥얼거리는 정도로만 부를 때 ‘감질맛 난다’고 하시는 분들이 꽤 많으실 텐데요, 우리말에 ‘감질맛’이라는 표현은 없습니다.
‘이것은 바라는 정도에 아주 못 미쳐 애타는 마음’이라는 뜻을 가진 ‘감질(疳疾)’이라는 말을 잘못 사용하는 것이죠. ‘감질맛 나다’란 표현은 없지만 ‘감질나다’는 있습니다. 보통 ‘감질나게 조금씩 주지 말고 한꺼번에 줘라.’ 또는 ‘수돗물이 감질나게 나온다.’와 같이 쓸 수 있겠지요.
그리고 이것과는 전혀 뜻이 다른 표현이지만 형태가 비슷한 것으로 ‘감칠맛’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말에 ‘감치다’라는 동사가 있는데 바느질과 관련된 뜻으로 쓰일 때도 있지만, 보통은 어떤 사람이나 일, 느낌 같은 것이 눈앞이나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감돈다는 뜻과 음식의 맛이 맛깔스러워 당긴다는 뜻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감칠맛’이라고 하면 ‘음식물이 입에 당기는 맛’을 뜻하기도 하고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을 뜻하기도 하는 거죠. ‘혀끝에 감칠맛이 돌다’ 또는 ‘목소리가 감칠맛 있게 곱다’ 그리고 ‘이야기를 감칠맛 나게 잘하다’와 같이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감칠맛’과 잘못 사용되고 있는 ‘감질맛’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