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표현 중에는 한자의 ‘느낄 감(感)’자를 써서 나타내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느낌이나 생각’이라는 뜻으로 써서 ‘오늘은 왠지 감이 좋지 않아서 그냥 쉬기로 했다.’라고 한다든지 ‘조금 늦은 감이 있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또 ‘감이 멀다’ 또는 ‘전화기가 낡아서 감이 좋지 않다’고 할 때는 ‘감도(感度)’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될 때나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느낌이 온다고 할 때는 ‘감이 온다.’ 또는 ‘감 잡았다.’와 같이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자어가 아닌 우리 고유어 가운데 ‘감잡히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너 성질이 꽤나 급한데 행여 다른 사람한테 감잡힐 소리 하지 않도록 늘 조심해라.’ 이렇게 말할 수 있겠는데요, 이 경우에 ‘감잡히다’는 무슨 뜻을 가진 표현일까요?
여기서 나온 ‘감잡히다’는 남과 시비를 다툴 때 약점을 잡힌다는 뜻이니까 결국 ‘다른 사람한테 약점 잡힐 소리는 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뜻이지요.
한자어를 쓴 ‘감 잡다’와 고유어 표현인 ‘감잡히다’가 이렇게 뜻에 차이가 많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