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개판 오 분 전’이라는 표현을 들으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는지요. 아마 강아지들이 뛰어다니면서 어질러 놓은 집안이라든지 뭔가 난장판이 된 모습을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실제로 사전에서 보면 ‘개판’은 ‘상태,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 온당치 못하거나 무질서하고 난잡한 상황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판 5분 전’이라는 말에서 ‘개’는 동물을 가리키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말의 유래는 한국전쟁 때로 거슬러 올라가서 우리의 슬픈 역사의 한 장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1950년 6월, 북한의 남침으로 아무 준비도 안 돼 있던 피란민들은 낙동강까지 밀려 내려갔고, 물자들이 끊긴 상황에서 굶주리며 너무도 힘들게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식량 배급이 나와서 가마솥의 음식을 피란민들에게 나눠 주기 조금 전에 누군가 “개판 오 분 전”이라고 소리쳤다고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 구름떼같이 몰려들었는데 그때의 상황이 아주 무질서했겠지요.
‘개판’이라는 말에서 ‘개’는 동물의 이름이 아니라 한자 ‘열 개(開)’자를 쓰는데, 가마솥뚜껑을 연다는 뜻으로 ‘개판’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