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Go Top

생활

노인성 어지럼증의 흔한 원인, ‘기립성 저혈압’

#윤종률 교수의 백세인생 l 2017-03-11

노인성 어지럼증의 흔한 원인, ‘기립성 저혈압’
얼마전 어지럽고 눈앞이 아득해지면서 갑자기 힘이 빠져서 주저앉게 되는 증상이 자주 생긴다고 외래를 방문한 노인 한 분이 계셨다.
“아침 식사를 하고 거실에 앉아 있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서는데 이런 증상이 생겼다”고 하셨다. 그 외에도 목욕탕에 들어 앉았다 나오는 경우나 사우나를 하고 난 뒤에도 어지럼증을 자주 경험하게 되어서 목욕탕에서는 한참 드러누워 쉬었다가 나와야 하는 때가 많다고 하였다. 이런 경우에 젊은 연령층에서는 빈혈일 가능성이 높지만, 노인에서는 기립성 저혈압이나 식후 저혈압을 의심해 보게 된다.

꼭 노인이 아니더라도, 혹시 무슨 수술을 받았거나 다리나 허리를 다쳐 며칠이나 몇주동안 자리에 누워 있다가 일어서면 어지럼증이 생기는 경우를 흔히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누웠다가 일어서거나 앉은자리에서 일어날 때처럼 신체의 변동에 의해 어지럼증이 생기는 경우, 기립성 저혈압인 경우가 많다. 아무라도 가끔 경험하는 일이지만, 속도가 빠르게 올라가는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면 조금씩 어지럼증이 생길 것이다. 중력에 의해 머리로 가야할 피가 다리쪽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공군출신들은 잘 알겠지만 조종사훈련을 받을 때 반드시 포함되는 훈련이 G-테스트라는 것인데, 곤돌라처럼 생긴 원심분리기 같은 기계속에 들어앉아서 몸을 빙빙 돌리는 훈련을 받는데 이런 때에도 혈액이 다리 쪽으로만 쏠려서 어지럽고 정신을 잃게 되기도 한다.

네발 달린 짐승들에게는 기립성 저혈압은 생기지 않는다. 사람은 직립생활을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머리보다는 다리 쪽으로 혈액이 쏠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가람의 혈관에는 혈액이 온 몸으로 일정하게 흐를 수 있도록 하는 밸브나 호르몬 작동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들은 웬만한 체위변화가 있어도 혈압은 잘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약간 올라가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노인이 되면 이런 혈관의 보조장치가 고장이 나거나 혈압을 감지해내고 혈압을 올리는 생리반응이 늦기 때문에 저혈압 증상이 더 잘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사람들은 일상생활 도중의 자세변화만으로도 혈압이 떨어져 어지럼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증상은 주로 눈앞이 하얘지거나 머리가 어질어질하면서 맥이 빠져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는 때가 많이 생긴다.
기립성 저혈압이란 누운 자세와 선 자세에서 혈압의 차이를 비교하여, 누워서 잰 혈압보다 일어나서 2분 후에 잰 혈압이 20 mmHg 이상 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눕거나 앉은 상태에서는 전신 혈관의 압력과 심장의 혈액압력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상증상이 없지만, 갑자기 일어서게 되면 혈액이 신체 아랫부분인 하지로 몰리면서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액량이 줄어들고 그 때문에 혈압이 낮아지고 그만큼 머리쪽으로 가는 혈액의 양이 줄어들어서 어지럼증이 생기는 것이다. 젊은 사람이라면 몸속의 생리반응체계가 이런 혈압이 변동을 금방 알아차리고 다시 혈압을 올려주는 장치가 작동하기 때문에 잠깐 어찔하고 말지만, 병이 있거나 나이든 분들에게는 이런 반응이 생기는 시간이 3분이상 지연되기 때문에 주저앉거나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
기립성 저혈압은 노인에서 발생하는 실신의 원인중 1/3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고, 이로 인해 낙상할 경우 골절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평소 혈압약이나 이뇨제, 항우울제, 수면제나 항불안제 등을 장기 복용할 경우나 당뇨, 알코올 등으로 인한 말초신경병증, 특발성 기립성 저혈압에 대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기립성 저혈압에 의한 어지럼증이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노인 분들은 각종 만성질환으로 복용하는 약들이 많은데 이런 여러 가지 약들이 상호작용을 하면 저혈압은 더 심하게 생기게 된다.

허약하거나 운동량이 적은 노인분들에게 기립성 저혈압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려면 평소 누워있거나 앉은 자세에서 일어날 때 갑자기 일어나지 말고 한단계 한단계 천천히 움직이면서 일어나면 훨씬 덜 발생하게 되고, 잠 잘 때 머리를 15~20도 이상 높여서 자면, 이른 아침에 저혈압 증세가 잘 나타나는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제가 즐겨쓰는 아주 간단한 치료법이 있는데, 오래 누웠거나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에는 주먹을 힘껏 쥔 상태에서 일어서는 것이다. 이처럼 간단한 동작 하나만으로도 기립성 저혈압은 많이 없어진다.

또 한가지 노인분들에게는 식사를 하고난 뒤 소화될 때쯤 저혈압이 잘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을 식후 저혈압이라고 하고, 특히 유달리 과식을 하고 난 뒤에 더 잘 생기는 경향이 있다. 노인에서 식후에 저혈압증세가 잘 생기는 이유는, 평소에도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는데다가, 식사를 하고나면 소화를 시키기 위해 혈액이 주로 소화기관 쪽으로 많이 쏠리게 되는데, 그 때문에 뇌 쪽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어지럼증과 저혈압이 발생한다. 결국 어지럼증이 생기는 기전은 기립성 저혈압과 대동소이하다.
식후 저혈압이 잘 생기는 분들이라면, 평소 식사를 소량씩 여러차례 나누어 드시는 것도 도움이 되고, 너무 싱겁게 먹는 것보다는 과도하지 않을 정도로 짭짤하게 음식을 드시는 것도 좋다.

기립성 저혈압이든 식후 저혈압이든 저혈압으로 인한 어지럼증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규칙적인 운동이다. 신체 구석구석으로 혈액순환이 잘 될 수 있도록 단련을 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유산소 운동이든 근력운동이든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근육이 약해지지 않도록 하고 가급적 오랜 시간을 누워지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일 현명한 예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노인에게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이유는, 기립성 저혈압뿐 아니라 매우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저혈압이라고 판단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뇌혈관의 동맥경화 때문에 생기는 뇌허혈증은 뇌경색의 중요한 원인이고, 그대로 방치할 경우에 후유증이 심각해질 수 있으므로 가급적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꼭 필요하다.
Close

우리 사이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와 다른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이용함으로써 당신은 이 기술들의 사용과 우리의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