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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아인슈타인의 예언, 중력파

2016-02-26

아인슈타인의 예언, 중력파
최근에 과학 관련해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중력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지난 2월 11일이었죠? 미국 국립재단(NSF)은 미국 워싱턴 DC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 총 16개국의 1,000여명이 참여한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일명 LIGO에서 중력파의 검출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LIGO의 실험 책임자였던 데이비드 라이츠(David Reitze)는 “신사숙녀 여러분, 우리가 중력파를 검출해 냈습니다. 우리가 해냈습니다(We did it)라고 말했더 이 한 마디에 전세계 물리학자들은 드디어 아인슈타인의 예언이 100년만에 증명되었다고 흥분하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단어인 중력파는 무엇이고, 이것이 발견된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중력파란 무엇인가?
중력파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시공간의 뒤틀림으로 발생한 요동이 파동으로서 전달되어, 움직이는 물체 또는 계(界, system)로부터 바깥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라 나옵니다. 분명 한국어이기는 한데 전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사실 중력파에 대해 이해하려면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상대성이론이란 운동 속도에 따라 각자 시간과 공간을 상대적으로 느낀다는 것입니다. 빛의 속도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시간은 느리게 흘러서, 쌍둥이 중 하나가 빛의 속도에 근접한 속도로 우주 여행을 하고 지구로 돌아오면 이미 그의 쌍둥이 형제는 늙어 있더라는 ‘쌍둥이 패러독스’가 유명하지요. 우리는 이러한 시간의 왜곡을 속도의 빠르기에 달려 있다고만 알고 있지만, 아인슈타인이 1915년에 발표한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과 가속도란 본질적으로 같기에, 마찬가지로 강한 중력은 시공간을 휘게 만들며, 시간의 흐름에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고 봅니다. 이건 2014년에 개봉해 큰 성공을 거둔 [인터스텔라]에서 물로 뒤덮인 밀러 행성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블랙홀 근처에 있어서 매우 강한 중력을 받고 있던 밀러 행성에서는 시간이 매우 빠르게 흘러서 주인공인 쿠퍼와 아멜리아는 겨우 몇 시간 정도 그 곳에 있었지만, 우주선으로 귀환한 그들은 자신들이 23년의 시간을 건너뛰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이처럼 강한 중력은 시공간을 뒤틀리게 만들기 때문에, 뒤틀린 공간에서 나타나는 에너지는 파동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며, 그 것이 바로 중력파라는 것이죠. 마치 잔잔한 연못에 돌을 던지면, 돌의 무게가 평평했던 수면의 균형을 파괴하고, 이로 인해 돌멩이가 떨어진 주변으로 물결파가 퍼져나가는 것처럼, 강한 중력을 가진 존재가 있으면, 이들의 중력의 영향으로 인해 공간이 휘고, 이 휜 공간이 원인이 되어 퍼져나오는 파동이 바로 중력파라는 것이죠. 아인슈타인은 이미 1915년에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이론이 맞다면 중력파가 존재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력파(Gravitational Wave)라는 단어 자체가 나온 것은 이미 한 세기 전이라는 것이죠.

중력파가 검출되지 않았던 이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맞다면 중력파는 검출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중력파를 직접적으로 관측한 적이 없습니다. 이는 우주의 광활한 크기 덕분입니다. 우주의 크기는 약 465억 광년 정도로 추측됩니다. 그래서 이 곳에 아무리 강한 중력을 가진 별들이 있다고 한들 그들이 왜곡시키는 시공간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매우 작기에, 일을 검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중력파가 만들어내는 우주공간의 일렁임은 태양 반지름만한 길이(대략 70만 km)에 원소 중 가장 작은 수소 원자 하나 크기(25pm, 1pm는 1조분의 1m) 정도의 극히 미세한 변화이기 때문에 잡아내기가 어렵습니다.
먼저, 중력파 검출을 위해서는 매우 정교한 측정기의 개발이 필수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생전에는 기술적 한계로 이런 측정기는 만들어지지 못했던 것이죠. 또한 측정기 자체도 정교해야 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진동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외부의 진동을 완벽하게 차단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중력파 검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LIGO의 경우, 미국 워싱턴 주 핸퍼드와 루이주이나 주 리빙스턴에 있는데, 외부로부터의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람들이 적은 오지에 4km에 달하는 L자형 터널을 만들고, 이 터널 내부를 진공 상태로 유지시키고 약한 중력파를 증폭시키는 레이저 간섭계를 이용해 중력파를 검출하는데 성공합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운이 좋았던 것이 미약하지만 좀더 강한 중력파를 내는 별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에 관측한 중력파는 지구로부터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서로 마주보고 마치 손을 잡고 빙빙 돌고 있는 것처럼 회전하던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해 새로운 블랙홀이 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력파를 검출한 것입니다. 충돌 전의 블랙홀의 질량은 각각 태양의 36배, 29배이며, 하나로 결합하여 태양보다 62배 무거운 블랙홀이 됐습니다. 36+29면 65가 되어야 할 텐데 결과는 62에 그쳤으므로, 이 과정에서 지구 전체 질량의 3배에 달하는 질량이 아인슈타인의 에 의해 어마어마한 에너지로 변환되었고, 이 에너지가 중력파의 형태로 발산되었기에 평소보다 강력하고 독특한 형태의 중력파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중력파는 빛의 속도로 우주 공간에 퍼져나갔고, 이 순간을 LIGO가 놓치지 않고 잡아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벌써 13억년 전에 일어났던 일을 지금에서야 경험한 것입니다. 13억년 전이라면, 지구에서는 아직 다세포생물조차 나타나지 않았고, 살아 있는 것들이라야 단세포생물들 뿐이었던 시기입니다. 그렇게 오래전에 일어났던 일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고, 그 시간 동안 생명체의 진화가 이를 검출할 수 있는 존재로까지 변화했다는 것이 새삼스럽습니다.

21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적 발견, 중력파 검출
과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중력파 검출은 21세기의 가장 위대한 과학적 발견 중 하나가 될 것이며, 더불어 이를 검출하는데 성공한 사람은 노벨상 0순위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중력파 검출이 중요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중력파는 빅뱅의 근거가 됩니다. 빅뱅(Big Bang)이란 우주는 탄생 직후, ‘1억분의 1억분의 1억분의 1억분의 1초’보다 더 짧은 시간(10-37초부터 10-32초 사이)에 초기 우주가 ‘1억배의 1억배의 1만배’ 내지 ‘1억배의 1억배의 1억배의 1백만배’로 커지는 급팽창을 겪었다는 합니다. 이처럼 초기 우주가 급격히 팽창했다면 모든 방향으로 중력파를 발생시켰을 테니 중력파가 존재한다면 빅뱅의 이론적 뒷받침이 생겨납니다.
두 번째는 우주를 보는 인류의 시야를 획기적으로 넓게 만들어 줍니다. 우리가 우주에서 보는 빛은 빅뱅이 일어나고 약 38만 년 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이보다 앞선 우주의 모습은 광학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으로는 절대로 볼 수 없는데요, 중력파는 빅뱅직후부터 존재했기 때문에 초기우주의 모습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빛을 이용해 관측할 수 없던 블랙홀도 중력파를 이용하면 그 존재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력파는 빛과 달리 모든 물질을 통과하면서도, 통과하는 물질에 의해 왜곡되지 않기 때문에 처음 방출될 당시의 정보를 온전히 담고 있습니다. 또한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도 유일하게 중력파 망원경으로는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중력파 천문학’이 미래 천문학의 새로운 총아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력파 검출에 참여한 한국인 과학자들
우리나라에서도 약 20여명으로 구성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이’ 2009년부터 LIGO의 검출기에서 나온 데이터들을 슈퍼컴퓨터로 분석하고, 중력파 검출기 연구도 같이 수행하고 있답니다. 중력파가 검출되었다고 해서 그 것이 당장 우리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거나 뭔가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의 근원, 지구가 태양과 우주가 시작된 그 멀고도 아득한 시원(始原)의 세계를 슬쩍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인류는 우주에 비해 매우 작지만, 결코 작지만은 않은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져도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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