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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로미오와 줄리엣, 동물판

2016-03-18

로미오와 줄리엣, 동물판
로미오와 줄리엣 아시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랑 이야기 중 하나죠. 몬태규 가(家)의 아들 로미오는 대대로 원수 사이였던 캐퓰릿 가(家)의 딸 줄리엣에게 첫눈에 반하고, 죽을 위험을 감수하고 담을 넘어 그녀를 찾아갑니다. 그리고는 말하지요. “당신의 사랑 없이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들의 검에 죽겠어요.”라고. 그리고 이 말처럼 첫사랑의 달콤함과 강렬함에 달떴던 어린 연인들은 결국 사랑 없는 세상 대신 그들 없는 세상을 남긴 채 죽음을 선택하게 됩니다. 오늘은 문학에서 노래하는 아름다운 사랑의 동물판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초파리들의 사랑
동물들의 경우, 종종 ‘상대와 함께 하는 것’ 혹은 ‘상대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몸에 영향을 미쳐 수명을 단축키기도 합니다. 미국 미시간대의 유전학과의 스콧 플레처(Scott Pletcher) 교수팀은 유전학의 단골 소재인 초파리를 이용해 흥미로운 실험을 한 바 있는데요. 그들은 유전자 변형을 통해 암컷의 페로몬을 분비하는 수컷 초파리, 즉 일종의 ‘여장 초파리(she-males)’를 만들어내 이들을 보통의 수컷 초파리 무리에 섞어 보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암컷의 페로몬에 흥분한 수컷 초파리들은 짝짓기를 하려고 했지만, ‘여장 초파리’들 역시 본질적으로는 수컷이었기 때문에 이들과는 교미를 할 수가 없었고,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은 수컷들은 일반 초파리보다 수명이 40% 정도 짧아졌다고 합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수명 단축을 가져온 것이지요.
무엇이 이들을 요절하게 했을까요? 연구진들은 죽은 초파리들을 분석한 결과, 체내 지방량이 감소했고 뉴로펩타이드 F(neuropeptide F)의 수치가 매우 상승한 것을 발견합니다. 뉴로펩타이드 F는 원래 진화적으로 유리한 행동-짝짓기-에 성공한 경우에 분비되는 물질로, 유전자 확산에 성공했으니 자축하라는 의미에서 주어지는 일종의 달콤한 화학적 보상물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실제 짝짓기에 성공하지 못했고, 계속해서 짝짓기를 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뉴로펩타이드 F의 수치는 매우 올라간 것이 관찰된 것입니다. 결국 연구진들은 이 현상을 두고 짝짓기에 대한 열망과 실망스러운 결과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욕구불만(frustrated)’으로 인해 초파리의 수명이 단축되었다고 결론내립니다. 결국 상대를 안고 싶고 짝짓기를 하고 싶은 신체적 욕구의 좌절이 호르몬 체계에 교란을 일으켰고, 이는 결국 몸의 균형마저도 깨뜨려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죠.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의 체내에도 초파리의 뉴로펩타이드 F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뉴로펩타이드 Y가 존재한다고 하니 황진이를 짝사랑하다 죽었다는 양반집 도령이나 나르키소스를 사랑하다가 목소리만 남은 에코의 슬픈 전설에는 생물학적 근원이 있는 셈입니다.

동물들의 비뚤어진 사랑
종종 대중 매체에서는 질투에 눈이 멀어 사랑하는 이를 해치는 이야기가 종종 등장합니다. 소위 ‘내 것이 될 수 없다면 누구에게도 줄 수 없다’는 비뚤어진 사랑 이야기인데요, 이 것과 비슷한 현상도 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유전학과의 앤 브루넷(Anne Brunet) 교수팀은 선충(nematode)을 이용한 수명 연구에서 ‘수컷의 존재는 선충의 생명 유지에 치명적이다’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요, 선충의 경우, 99%는 자웅동체로 태어납니다. 그러니 수컷은 거의 없는데, 자연적으로 완전한 수컷은 1% 정도만 태어납니다. 그런데 이 수컷 선충을 보통의 자웅동체 선충과 같이 배양하면 수컷의 수명은 그대로이지만, 일반 선충들에게는 근육과 장기가 퇴화되는 ‘노화’ 현상이 일찍 나타나고 결국 빨리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마치 수컷의 존재가 이들에게 조로증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죠. 이에 대해 연구진들은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수컷 없이도 알을 낳아 번식할 수 있는 자웅동체와는 달리 상대가 알을 낳아주어야만 번식할 수 있는 수컷 선충의 경우, 자신과 짝짓기한 상대가 내 유전자가 섞인 알이 아닌 다른 알을 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대를 일찍 늙어죽게 만드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영원히 내 것이 될 수 없다면,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겠다는 비뚤어진 소유 의식의 선충 버전인 셈이죠.

술과 사랑의 관계
혹시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분들 중에, 지난 발렌타인데이를 홀로 보내신 분들이나 앞으로 다가올 화이트데이에 사탕 하나 없이 보낼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외롭고 쓸쓸한 마음에 단 것 대신 쌉쌀한 알코올 음료와 함께 허전한 옆구리를 위로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테고요. 그런데 외롭고 허전한 마음을 술로 달랬다고 해서 자기 비하를 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사랑에 좌절한 이가 알코올을 원하는 것은 우리의 생물학적 몸이 보내는 자연스러운 신호일 수도 있으니까요.
미국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 연구진은 언제든 짝짓기를 할 준비를 마친 혈기왕성한 수컷 초파리를 두 그룹으로 나눠 A그룹은 이미 짝짓기를 끝내 더 이상 수컷을 원치 않는 암컷과 하루 3번 각각 1시간씩 4일간 맞선을 보게 했고, 반대로 B그룹은 짝짓기를 원하는 암컷 파리들과 하루 6시간씩 4일간 대면케 했다고 합니다. B그룹의 수컷들이 꿈결같이 행복한 4일을 보내는 동안, A그룹의 수컷들은 한시간 내내 암컷의 꽁무니를 쫓아다녔지만 매몰차게 퇴짜 맞는 잔인한 경험을 무려 12번이나 반복해야만 했습니다. 아무리 초파리지만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 때쯤, 이들에게 보통의 먹이와 알코올이 15% 함유된 먹이가 주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만족한 B그룹의 수컷들이 보통의 먹이를 찾아간 데 비해, 불만이 가득한 A그룹의 수컷들은 알코올에 대해 확실한 선호 양상을 보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 ‘퇴짜맞은 수컷’들은 자신의 몸무게에 2배에 달하는 알코올을 섭취하기도 할 정도로 알코올 의존성을 심하게 보였다고 해요.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 가여운 수컷들에게 5일째 되는 날 드디어 진짜로 짝짓기를 할 기회를 주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알코올 섭취를 뚝 끊었다는 것입니다. 초파리의 이러한 행동은 마치 실연한 뒤에는 술독에 빠져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하는 듯 괴로워하던 이들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 술 대신 연인에게 빠져들어 자연스레 술잔을 기울이는 횟수가 줄어드는 것과 비슷해서 재미있습니다.

초파리가 술을 찾은 이유
이 때 초파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생화학적 기반에 의한 행동이었습니다. 초파리는 물론이거니와 인간들도 마찬가지로 진화적으로 유리한 특정 행동을 하게 되면 일종의 ‘쾌락 물질’이 분비되어 이를 보상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달아 암컷에게 퇴짜맞은 수컷의 경우, 이 물질의 농도가 매우 저하되어 있었고 그 반대 급부로 인해 술을 찾게 된다고 연구진은 말합니다. 술에 포함된 알코올은 뇌에 작용하여 우울해지고 씁쓸해진 기분을 달래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좌절한 경험을 한 초파리가 술에 탐닉하다가도 욕구가 충족되면 더 이상 알코올을 찾지 않는 이유 역시도 충분히 만족한 기분이 되면 일종의 ‘쾌락 보조제’였던 술은 더이상 존재가치가 사라지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만약 누군가가 달콤한 초콜릿이 아닌 술과 함께 하루를 보냈다면, 그 사람은 하루치의 위안을 술로 대체해 얻은 셈이 됩니다. 기억해 둬야 하는 것은 술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사랑하는 누군가와 당신에게 유익한 행동이 주는 좋은 느낌이 상실되었을 때 일시적인 위로를 제공하는 대체제라는 사실입니다. 술 대신 당신에게 행복감과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지속적이고 본질적인 대상을 찾는 것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당신의 몸을 진정으로 아끼고 위하는 길일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두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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