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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종(異種)간 장기 이식의 미래전망

2016-04-01

이종(異種)간 장기 이식의 미래전망
만약 사고나 질병으로 특정 장기를 잃어서 생명이 위험하다면, 예를 들어 치명적인 심장병에 걸렸거나 사고로 심장에 구멍이 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현재로써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빠른 시간 내에 타인의 심장을 이식받는 것 뿐 입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심장은 단 하나 밖에 없고, 심장을 잃으면 살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심장을 얻어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 다른 이가 죽음을 맞이하기를 기다려야만 합니다. 이건 이식 수술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논란이 되었던 딜레마죠.
장기 이식 기술과 면역 억제제의 개발로 장기 이식의 성공률이 높아지고, 평균 수명의 증가와 젊은 층의 사망률 감소는 이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고민했습니다. 장기 이식 수요를 모두 감당할만한 충분한 양의 장기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말이죠. 그 중 하나가 바로 동물을 이용한 것입니다. 동물은 겉모양은 사람과 매우 달라 보이지만, 내장기관은 상당히 비슷하게 생겼으니까요.


돼지와 사람의 각막이식 사례
하지만 아무 동물이나 사용할 수는 없을 겁니다. 아마도 성공률을 높이려면 사람하고 가까운 동물이어야겠지요. 사람하고 가장 가까운 동물이라면 어떤 동물이 떠오르시나요? 유전적으로 사람과 가장 가까운 친척뻘인 동물은 침팬지이지만, 생물학자들이 더 선호하는 동물은 침팬지가 아니라 돼지입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돼지를 이용한 각막 이식에 성공했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광저우 (Guangzhou Province)의 안과센터에서 2016년 2월 25일 돼지의 각막을 이식받은 14세 소년의 시력이 각막을 이식 받은지 일주일 만에 일부 시력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돼지의 각막을 이식 받은 소년은 중국 춘절 연휴 기간동안 폭죽놀이 때문에 오른쪽 눈을 다쳐 각막에 궤양이 생기는 바람에 시력을 잃게 되었다고 합니다.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 상태로라면 앞으로 거의 정상에 가까운 시력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국제 이종이식학회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는 총 47명의 각막 이상으로 인한 실명 환자(남자 33명, 여자 14명)에게 이식한 결과 큰 이식 거부 반응이 없이 성공적인 결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사람은 외부 정보의 80% 이상을 시각을 통해 받아들이기 때문에 시력을 상실하면 상당수의 노동력과 생활능력을 잃게 됩니다. WHO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각막 이상으로 인한 실명 환자는 전체 실명환자의 5%, 약 190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각막은 눈으로 빛을 유입하는 일종의 유리창의 기능을 하는데, 투명한 유리창에 스크래치를 내면 뿌연 불투명 유리가 되어 창 너머가 보이지 않듯이, 원래는 투명한 각막이지만 상처를 입거나 불순물이 쌓이게 되면 이로 인해 각막이 뿌옇게 흐려져 실명하게 됩니다. 각막 이상으로 인한 실명은 녹내장이나 황반변성으로 인한 실명이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것과는 달리 새로운 각막을 이식하는 것을 통해 치료가 가능합니다. 또한 각막은 다른 장기와는 달리 혈액형이나 면역 타입에 상관없이 이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증자를 만나기도 조금 더 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각막 이식은 이식이 성공적이었더라도 10년 후에는 재이식을 받아야 하지만, 원래부터 인간이 가지고 태어나는 각막은 양쪽눈에 각각 1개씩이기 때문에 더 많은 수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사람과 비슷한 동물입니다.

인간-동물 장기 이식의 역사
사람에게 동물의 장기를 이식해서 새 삶을 선사하고자 했던 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이런 방식을 종이 다른 생명체들 사이에서 시도되는 이식이라는 뜻으로 ‘이종이식’이라고 합니다. 이종이식이 본격적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로 당시에는 바분원숭이나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들이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당시 침팬지 혹은 바분원숭이의 신장을 이식받은 12명의 환자 중 대부분은 수일~한 달 내 사망했지만, 침팬지 신장을 이식받은 한 명의 환자는 무려 9개월을 더 살아서 이종이식의 실낱같은 가능성을 제시해주기는 했습니다. 이후 80년대 들어서도 영장류의 심장과 간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시도들이 간간히 있어왔지만, 대개는 결과가 좋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바분원숭이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기는 20일을 생존했고, 간을 이식받은 환자는 20~70일 생존하는데 그쳤습니다.
그러다가 90년대 들어서는 영장류보다는 돼지가 이종이식 대상자로 각광받게 되고, 지금은 돼지를 더 많이 이용합니다. 그래서 흔히 동물 장기 이식을 할 때 대상 동물로 돼지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왜 하필 돼지일까요? 초기에 영장류를 이용했던 건 영장류가 사람과 비슷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비슷하다보니 그 자체가 또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영장류는 사람처럼 대개 한 번에 한 마리의 새끼만 낳고 임신기간도 긴데다가(침팬지 8개월), 연달아 번식이 어렵고, 성장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침팬지는 성적으로 성숙하는데 10년 정도 걸림) 분초를 다투는 이식 현장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사람과 지나치게 비슷하게 생긴 탓에 사회적 거부감도 높고, 종간 바이러스 전염 가능성도 높아서 안전하지 못합니다. 반면에 돼지는 임신 기간이 짧고(4개월), 한 배에 많으면 스무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성장도 빠르고(생후 8개월이면 번식이 가능), 번식 주기도 짧아서 1년에 2회 이상 번식이 가능합니다. 또한 형질전환 무균사육이 가능한데다가 도살에 대한 거부반응도 적은 편입니다. 이보다 더욱 큰 이유는 일단 내부 장기의 크기나 모양이 사람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돼지-사람 이식 어디까지 가능한가?
현재로써 돼지에서 사람에게 이식이 가능한 부위는 각막, 피부, 췌도 (췌장유래 인슐린 분비 조직)입니다. 이중에서 중국에서는 돼지의 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단계로 발전한 것입니다. 췌도의 경우에는 좀더 역사가 깁니다. 1999년 뉴질랜드의 David Collinson 이 회사를 설립, 돼지의 췌도를 면역반응이 생기지 않도록 해조류 유래 캡슐 형태를 만들어 사람에게 이식하는 방식의 당뇨 치료제를 개발하였습니다. 이 제품은 DIABECELL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되었는데 돼지의 세포가 혈당을 인지하여 자동으로 인슐린을 분비하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정도만 시술을 받으면 혈당을 조절할 수 있어 매일 주사를 맞아야 했던 환자들의 불편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의 임상 1상 실험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오면서 일본의 오츠카 제약은 250억원을 출자하여 LCT와 DOL(Diatranz Otsuka Limited)라는 조인트 벤쳐 회사를 설립, 치료제의 품목허가 취득 및 제품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품은 아무리 늦어도 2020년 까지는 상용화가 완료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돼지와 사람의 경우, 종이 다르기 때문에 면역 거부 반응으로 인한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현재까지 실시되었던 이종이식이 거의 모두 실패했던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면역(免疫)이란 개인의 몸을 지키는 일종의 방어체제입니다. 우리 몸에는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있어서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들을 구별해내어 이를 공격합니다. 이 면역계는 개인마다 모두 달라서 장기 이식을 실시할 때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힙니다. 면역계가 서로 맞지 않는 사람끼리 이식을 하게 되면 극심한 면역 거부 반응을 통해 새로 들어온 장기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이식을 받은 사람의 생명도 위험하게 됩니다. 그러니 종이 다른 경우에는 엄청난 면역반응이 일어날 것은 자명합니다. 따라서 이종이식 분야의 발전은 인간의 면역체계를 속일 수 있는 장기이식용 복제돼지를 만드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이미 지난 2002년 1월, 미국 미주리대학과 바이오벤처 이머지 바이오 세러퓨틱스(Immerge Bio Therapeutics)는 인체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복제돼지 4마리를 세계 최초로 만들어내 그 결과를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바 있고, 이 분야는 계속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종 이식의 미래
물론 이종이식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닙니다. 인간의 안위를 위해서 동물들을 마구 이용하는 윤리적인 문제는 제쳐 두고서라도, 이종 이식으로 인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나 미생물에 노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이종이식에서 유인원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의 몸에서 유인원에게만 발견되는 바이러스가 검출된 적이 있었습니다. 때로는 종을 뛰어넘는 바이러스의 이동은 생각지도 못한 질병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의 흑사병이라고 불리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는 아프리카 푸른 원숭이의 몸속에 존재하던 SIV의 변형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원숭이는 SIV를 가져도 병에 걸리지 않지만, 사람은 HIV에 감염되면 에이즈에 걸리게 되는 것처럼 종을 뛰어넘는 바이러스의 이동의 위험성은 늘 도사리고 있습니다. 돼지에게서는 아직까지 HIV와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지만, 이 분야가 진정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려면 이런 검증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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