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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봄꽃 개화의 원리

2016-04-08

봄꽃 개화의 원리
벌써 4월입니다. 이번주엔 이곳 여의도에 벚꽃 축제가 열릴 예정이니 오늘은 봄맞이 꽃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식물은 어떻게 봄이 온 걸 아는걸까요? 그건 식물이 봄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봄의 특성이 무엇일까요? 그렇죠, 따뜻한 것입니다. 봄과 겨울은 일단 기온이 다릅니다. 즉, 겨울보다 봄이 훨씬 따뜻하죠. 식물들은 온도를 감지합니다. 영국의 존 인스 센터의 쿠마르 박사 팀은 최근 식물들이 온도를 어떻게 감지하는지를 밝혀냈는데요, 식물들은 특수한 형태의 히스톤 단백질을 지니고 있어서 온도에 따라 꽃을 피우는 시기를 조절한다고 해요.

히스톤 단백질
히스톤 단백질은 유전자에 달라붙는 단백질인데요,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온도가 낮을수록 유전자에 찰싹 달라붙어버리거든요. 히스톤이 유전자에, 여기서는 꽃을 피우는 개화 유전자에 달라붙으면 그 유전자는 기능을 하지 못해서 꽃이 피지 않는 것이죠. 그러다가 기온이 올라가면 히스톤이 느슨해져서 유전자를 붙잡는 힘이 약해져요. 그럼 개화 유전자가 작동하게 되고 꽃이 피는 것이죠. 기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표적인 식물로는 개나리가 있는데요, 개나리는 온도가 높아지면 꽃을 피우기 때문에 가끔 이상 고온 현상으로 온도가 높아지거나 한겨울에 밖에 있던 식물을 집 안으로 들여 놓으면 꽃이 피는 현상이 보이는데, 이는 개나리의 개화 시스템이 주로 온도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꽃의 개화
그런데 가끔씩 추워도 꽃을 피우는 이유는? 사실 꽃을 피운다는 것은 식물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꽃은 식물의 생식기관입니다. 사람들은 꽃의 빛깔이나 모양이 지닌 아름다움에만 관심이 있지만, 식물에게 있어 꽃은 번식을 위해 후손을 남기는 역할을 맡은 중요한 생식기관입니다. 만약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하면 씨앗이 제대로 영글지 못할 터이고 그러면 번식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식물들은 꽤 복잡한 경로를 통해 꽃을 피우는 시기를 결정합니다. 꽃을 피우는 데에는 기온 외에도 다른 요소가 더 작용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일조량을 감지하는 것입니다. 식물들은 광수용체를 가지고 있어서 낮의 길이를 인식할 수 있고, 대부분의 식물이 꽃눈이 생기려면 적당한 낮 길이(또는 밤길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꽃눈이 생기는 데 필요한 밤낮의 주기는 오랫동안 계속될 필요는 없습니다. 즉, 몇 번만 일조 조건을 맞추어 주면, 그 후에는 적당하지 않은 일조 조건 아래에서도 꽃눈이 생긴다. 예를 들어, 예를 들어 콩은 낮 15시간, 밤 9시간이라는 조건이 2-4일만 계속되면, 그 후에는 꽃눈 형성에 적당하지 않은 광주기 아래에서도 꽃눈이 형성됩니다. 이 광수용체는 주로 잎에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식물체의 잎을 모두 떼어내면, 일조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춘화 현상
사실 그런 곳에 있으면 꽃이 문제가 아니라 광합성을 제대로 못해 잘 자랄 수 없을테니 애초부터 그런 곳에서는 이렇게 햇빛에 예민한 식물은 잘 자라지 못합니다. 그런데 식물 중에는 이런 것과 무관하게 성장이 일정 수준에 달하면 무조건 꽃을 피우는 개체들도 있습니다. 토마토, 옥수수, 메밀 등이 이런 경우지요. 또한 어떤 꽃들은 단순히 기온이 높아지고 낮이 길이가 길어지는 것 뿐 아니라, 이 전에 반드시 저온에 노출되어야만 꽃을 피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반드시 겨울을 경험해야 봄에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것을 춘화 현상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식물의 꽃눈은 가을철에 온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살아는 있지만 발달이 정지된 내생휴면상태에 들어갑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가을이 지나면 추운 겨울이 옵니다. 봄이든 가을이든 낮의 길이는 비슷합니다. 그래서 자칫 가을을 봄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온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꽃눈을 정지시키는 것입니다. 그렇게 일정 기간 동안 저온 상태로 지내다가 기온이 올라가야 비로소 꽃눈이 내생 휴면상태에서 벗어나 꽃을 피웁니다. 식물이 추운데서 지내는 것이 불쌍하다고 겨울에 집안으로 들여놓으면 개화시기가 이상해지는데, 이는 춘화 현상을 겪지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반대로 화훼업자들은 일정기간 동안 일부러 저온 처리를 했다가 온도를 높이는 방법을 이용해 봄에 피는 꽃들을 사시사철 피워내기도 하지요.
여담이지만, 이 춘화 처리 과정 때문에 밀과 보리 파종을 늦가을에 하는 것이랍니다. 이들이 꽃을 피우는 꽃눈을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저온을 경험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씨앗을 잘 보관한다고 상대적으로 따뜻한 곳에 놓아두면, 이 밀은 꽃눈이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낟알을 맺지 못합니다. 반대로 이를 잘 이용하면 따뜻한 곳에서도 겨울형 밀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 겨울형 밀을 싹트게 하여 어린 뿌리가 났을 때쯤에 0-5℃인 냉장고에서 15-60일간 저온 처리를 하면, 마치 겨울을 경험한 것처럼 꽃눈이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저온을 경험하게 하여 꽃눈 형성을 촉진시키는 방법을 '춘화 처리'라고 한다. 이처럼 춘화 처리 자극을 감지하는 것은 식물의 끝눈 부위입니다. 따라서 처음에 싹이 난 밀싹의 끝부분을 잘라버리면 역시 꽃눈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답니다.

생물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하고 번식하는 것이니 번식을 위해 존재하는 꽃에 이토록 다양한 장치가 숨어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꽃들은 대부분 암술과 수술이 같이 있어서 암수한몸이지만, 항상 양성인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수술이 먼저 자라나서 꿀을 빨러 온 벌과 나비의 몸에 꽃가루를 묻히는 것에 주력하다가, 대부분의 벌과 나비들이 여섯 개의 다리 한 두개쯤에 꽃가루를 묻히고 다닐 때쯤이 되면 수술은 퇴화되고 암술이 자라나 꽃가루를 받아 수정할 준비를 마친다고 합니다. 그래서 꽃들은 같은 꽃 안에서 암술과 수술이 동시에 자라나 자가 수정을 하는 것을 막고 다른 개체에게서 유전자를 받아 다양성을 지켜내려고 합니다. 그저 예쁘다고만 생각했던 꽃들에도 이렇게 다양한 비밀이 숨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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