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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왜 봄볕에는 며느리를 내보낸다고 했을까?

2016-04-15

왜 봄볕에는 며느리를 내보낸다고 했을까?
이제 본격적으로 봄입니다. 주춤거리던 꽃샘 추위까지 모두 물러나고 이젠 더워질 날만 남았지요. 찬란한 햇빛이 대지에 넘치는 봄입니다. 이렇게 봄볕이 가득 찬 날이면 놀러가고 싶어지는데요, 여기서 발목을 잡는 생각이 있습니다. 봄볕에는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는 딸 내보낸다는 속담이 있는데요, 이유는 뭘까요?

피부와 자외선
우리 피부와 자외선 사이의 상관관계 때문이더군요. 같은 태양에서 오는 빛이라 해도 햇빛이 쨍쨍한 여름을 지나 가을에 맞이하는 빛에 대해서는 우리 피부가 어느 정도 면역력을 지녀 크게 문제를 일으키기 않지만, 햇빛도 약하고 게다가 옷도 두껍게 입어서 완벽하게 빛을 차단시키던 겨울을 지나 봄에 이르면 피부는 자외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있습니다. 이 때 따뜻하다고 봄볕에 무방비로 나섰다가는 피부가 까맣게 그을리는 건 물론이거니와 잘 지워지지 않는 기미나 주근깨와 같은 잡티가 늘어나 흉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아직 시집 안 간 딸은 고운 피부를 보호해야 하니 가을에, 이미 시집와 우리집 식구가 된 며느리는 더 이상 예뻐질 필요가 없으니 봄에 내보낸다는 아주 교묘한 심리가 반영된 속담이었죠.
멜라닌 색소
햇빛을 많이 받으면 피부색이 어두워지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그것이 멜라닌 때문이라는 것도 이제는 상식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피부에는 멜라닌을 만드는 멜라노사이트라는 멜라닌 생성 세포가 존재하거든요. 멜라노사이트는 세 가지 효소의 도움을 받아서 페오멜라닌(pheomelnin)과 유멜라닌(eumelnin)의 두가지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 냅니다. 페오멜라닌은 약간 분홍빛이 도는 밝은 색을, 유멜라닌은 검정에 가까운 어두운색을 띄기 때문에 이 두 가지 멜라닌이 섞이는 비율에 따라 가장 여러 가지 피부색과 눈, 머리카락 색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유멜라닌이 페오멜라닌보다 많으면 검은 피부와 검은 머리카락이, 페오멜라닌 비율이 높으면 흰 피부와 금발이 나타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페오멜라닌과 유멜라닌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과 같아서 둘이 자리바꿈을 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납니다.

페오멜라닌과 유멜라닌의 상호변화 과정
페오멜라닌이 유멜라닌으로 변하는 과정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일어납니다. 햇빛을 받으면 그 속에 포함된 자외선은 세포에 해롭기 때문에 햇빛을 많이 받으면 우리 몸은 자체 보호막을 가동합니다. 멜라닌 세포는 유멜라닌을 많이 만들어 주변 피부 세포에 고루고루 나누어줍니다. 이 것은 마치 양산이나 모자가 햇빛을 가려 그늘을 만들어 주듯이, 피부 표면을 검은색 색소로 덮어 그 안쪽의 세포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자외선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페오멜라닌이 유멜라닌으로 변신이 가능하다면, 반대로 유멜라닌이 페오멜라닌으로 자리바꿈하는 것도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요즘 들어 각광받는 기능성 미백화장품들에는 유멜라닌을 페오멜라닌으로 바꾸어주는 작용을 하는 물질들이 들어 있습니다. 현재 식약청에서 인정한 미백 성분들은 닥나무추출물, 알부틴, 에칠아스코빌에테르, 유용성감초추출물, 아스코빌글루코사이드, 마그네슘아스코빌포스페이트 등입니다. 하지만 페오멜라닌이 유멜라닌으로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어서 쉽게 일어나는 반면, 그 반대는 조금 어렵습니다. 그래서 태닝하기는 쉬워도 화이트닝은 매우 어려운 법이지요.

유멜라닌 생성 이유
검은 빛을 띄는 유멜라닌은 햇빛 외에도 다른 이유로도 만들어집니다. 가장 흔한 예가 상처가 말끔히 치유되지 않고 거무스름한 흉터가 되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여드름을 짜면 점이 된다는 속설도 여드름을 잘못 짜서 상처가 덧나면 이 곳에 유멜라닌이 침착되어 검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상처가 나면 이 부위는 햇빛이나 기타 다른 자극에 취약해지기 때문에 우리 몸은 자연스럽게 유멜라닌을 만들어 이 부위를 덮어서 보호하려고 합니다.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고 나면 늘 하는 말이 ‘자외선 차단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상처 부위에는 멜라닌 세포들이 드글드글 몰려드는데, 여기에 자외선까지 쪼여지면 폭발적으로 유멜라닌을 만들어내거든요. 그리고 한 번 만들어진 유멜라닌은 잘 안 없어집니다.

알비노, 백색증의 양상
예부터 미인의 조건 중 하나는 흰 피부였습니다. 미인을 의미하는 말 중에 빙자옥질(氷資玉質, 얼음같이 맑고 깨끗한 살결과 구슬같이 아름다운 자질), 설부화용(雪膚花容, 눈같이 흰 살과 꽃 같은 얼굴이라 함이니, 미녀를 이름) 같은 말이 희고 매끄러운 피부를 얼음과 눈에 비유하고 있지요. 심지어는 요즘은 남성들조차도 이 흐름에 가세해 말갛고 뽀얀 피부의 ‘밀크남’이 신세대 미남의 대명사 반열에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니 멜라닌이 없어지면 얼마나 좋겠어요. 실제로 멜라닌이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유전적으로 멜라닌을 합성하는 유전자가 고장나면 멜라닌이 없어서 전신의 피부와 모든 모발이 흰색을 띄게 되는데, 이를 알비노(albino), 우리말로는 백색증이라고 합니다. 멜라닌의 그늘이 없다면 아무리 햇빛을 받아도 피부색은 변하지 않습니다. 대신 일광화상을 입어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거나 각질이 벗겨집니다. 알비노는 사람 뿐 아니라 동물에서도 나타나는데, 우리나라에서 예로부터 영묘한 동물로 알려졌던 백호나 흰 구렁이 역시 알비노 증상을 가지고 태어난 돌연변이 동물이랍니다. 백색증은 그 정도에 따라 다른 사람보다 피부색이나 머리칼 색이 약간 흐린 정도에서 온통 새하얀 정도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완전한 전신성 백색증의 경우에는 피부가 창백하도록 하얗고, 머리카락을 비롯한 온몸의 모든 털이 흰색을 띠며, 눈에도 색소가 없어서 눈 안쪽의 혈관이 비쳐 눈이 붉게 보이기도 합니다. 흰색 토끼의 눈이 빨간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심지어 흑인임에도 알비노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백인보다 더 하얀 아기가 태어나기도 하지요. 이들은 몸 전체가 하얀 것이 문제가 아니라, 빛에 대해 매우 예민해서 일광화상과 심각한 시력 저하로 고통받고,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또 한번 고통받습니다.

생명체는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멜라닌 세포를 만들어냈지만, 이 것이 때와 장소에 따라서 적당히 존재해야 합니다.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많거나 적으면 그 자체가 화를 부르게 되거든요. 때와 장소에 따라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도를 지키는 것, 그것은 인간과 자연을 모두 아우르는 진리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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