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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소변의 재발견

2016-04-29

소변의 재발견
하루에 몇 번이나 화장실에 가시나요? 건강한 성인은 보통 하루에 4~7회 소변을 보고, 하루에 1~2리터의 소변을 배출합니다. 물론 이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수분을 얼마나 섭취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들어간 만큼 나오는 것이 정상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소변을 별달리 귀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몸에서 버려야 할 냄새나는 액체 정도로 생각할 뿐이죠. 그런데 이 소변을 귀중한 실험 재료료 이용하는 과학자들이 있다는 것, 혹시 알고 계시나요? 오늘은 소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소변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
왜 우리 몸은 액체 배설물과 고체 배설물을 따로 버리는 구조로 진화되어 왔을까요? 일단 대변은 소화기관에서 영양분을 흡수하고 남은 음식물의 찌꺼기가 버려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변은 발생 구조가 다릅니다. 소화기관에서 흡수한 영양분 중에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 등이 들어 있기 마련이죠. 이 중에서 열량원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은 덩치가 큰 고분자화합물이므로 소화되는 과정에서 분자 및 원자 단위로 작게 쪼개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탄소(C)와 산소(O) 및 수소(H)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대사과정에서는 부산물로 이산화탄소()와 물()가 발생되지요. 이 중 이산화탄소는 호흡을 통해 배출되고, 물은 재흡수되거나 소변과 땀을 통해 배출됩니다. 하지만 탄수화물이나 지방과 달리, 단백질의 경우에는 질소(N)를 포함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단백질이 대사되는 과정 속에서는 질소(N)에서 유래된 부산물, 암모니아()가 발생하기 때문이지요.

독성이 강한 암모니아
암모니아는 냄새도 고약하지만 강력한 염기성을 띠는 물질이기 때문에 신체에 독성을 나타냅니다. 강한 염기성 물질은 단백질을 녹이고 효소를 변성시키기 때문에 단백질로 만들어진 생물체의 조직에 심각한 해를 미치거든요. 단백질 때문에 암모니아가 발생하는데, 그 암모니아 때문에 다시 단백질로 이루어진 생물체의 몸이 위험에 빠지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어쨌든 암모니아는 몸에 해롭기 때문에 생성되면 가능한 빨리 몸 밖으로 배출해야만 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물 속에 사는 생물이 훨씬 유리합니다. 어류 등 수중에 사는 생물들은 단백질 대사로 인해 만들어지는 암모니아를 만들어지는 즉시 몸 밖으로 배출해도 됩니다. 암모니아는 물에 대단히 잘 녹기 때문에, 순식간에 주변을 둘러싼 많은 양의 물에 녹아 희석되니까요. 하지만 육지에 사는 동물들의 경우, 암모니아를 희석시킬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지 않으므로 암모니아가 생성되는 즉시 버리기는 힘듭니다. 따라서 일단 암모니아를 일정기간 모았다가 버려야 하는데, 앞서 말한대로 암모니아는 독성이 강하므로 그 상태 그대로 모아둘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육지에 사는 생물들은 독성이 강한 암모니아를 독성이 적은 다른 물질로 바꾸어서 모았다가 버려야 합니다.

육지동물 중에서 새는 암모니아를 요산(Ureic acid, )의 형태로 변환시켜 배출시킵니다. 요산도 일종의 산이기 때문에 부식성이 강한 편입니다. 흔히 자동차에 본네트에 떨어진 새똥을 방치한다거나 비둘기가 떼를 지어 집을 짓고 사는 다리의 교량에 자주 부식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사람이 새와 같다면, 우리네 화장실 배관은 지금보다 더 자주 터지거나 혹은 화장실 배관만큼은 엄청나게 튼튼하게 발전했을 테지요. 다행히도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의 경우, 세포내 대사에서 생성된 암모니아는 요소(Urea, 로 변환되어 배출됩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요소 역시 무독성은 아니지만, 암모니아에 비하면 독성이 1/100,00에 불과해 훨씬 덜 위험하죠. 이렇게 간에서 만들어진 요소는 혈액을 타고 신장으로 가는데, 신장은 하루에 180L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혈액을 걸러내지만, 이 중에서 실제 소변으로 배출되는 양은 약 1~2L 정도입니다. 이는 한 번 걸러진 소변 속 물질 중 대부분이 다시 재흡수 되기 때문이다. 엄청난 재활용율이지요. 우리가 이처럼 재활용을 한다면 자원 부족에 대한 아우성은 쏙 들어가겠지요. 그러니 이 재활용의 거미줄에서 끝까지 걸러지는 것들은 정말로 유독해서 꼭 버려야 하는 것들이거나 혹은 너무 많아서 자투리까지는 다 걸러낼 수 없는 것들입니다. 우리 몸은 이런 찌꺼기들을 최대한 적은 양의 수분에 농축하여 몸 밖으로 배출하는데, 그 것이 바로 소변입니다.

소변의 재활용
일단 소변은 몸 속에서 필요없거나 사용하고 남은 것들이 모여 버려집니다. 따라서 소변을 보면 지금 몸 속에서 어떤 물질이 많이 만들어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의 유용한 척도로 쓰입니다. 병원에 가면 가장 기본적으로 하는 검사가 소변검사입니다. 원래 정상적인 소변 속에는 섞여서는 안되는 3가지 물질이 있습니다. 바로 혈액, 단백질, 포도당입니다. 혈액은 혈관 속에만 있어야지 소변에 들어가면 안 되고, 단백질도 요소로 모두 바뀌어야 하고, 포도당은 아주 귀중한 영양분이라 늘 몸 속에 가지고 있어야지 배출시키면 안 됩니다. 그래서 이 3가지가 검출되면 일단 이상한 일입니다. 피나 단백질이 있다는 건 신장이나 방광 어딘가에 출혈이 있다는 이야기이므로, 신장염이나 방광염, 신부전증 등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이 섞여 나온다는 건 당뇨병이 있다는 뜻이고요. 또한 간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간세포들 속에 존재하는 물질들이 소변에 섞여 나오므로 간질환 여부도 진단할 수 있고요, 임신 여부도 소변으로 판단이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개인마다 소변에 사는 미생물도 개인마다 다르다는 것에 착안한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 연구팀은 대소변에 사는 미생물의 종류와 구성 비율이 사람마다 달라 지문이나 홍채처럼 개인 식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지난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적도 있습니다. 이는 범죄와 관련된 조사를 하는 법의학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소변으로 약을 만들다
한 때 우리나라의 수출품목 중에 소변이 들어간 경우도 있었지요. 1960년대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입에 풀칠하기 급급할 만큼 가난했고, 소변 한 방울 그냥 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서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팔아치웠고, 당시에는 가발, 은행잎, 돼지털 등이 주요 수출 품목이었고, 소변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사실 소변 그 자체를 판 건 아니고요, 소변 속에 든 유로키나제라는 효소가 돈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유로키나제는 원래 우리 몸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지는 효소의 일종으로, 사람의 몸은 매일같이 유로키나제를 만들고, 쓰고 남은 양은 소변에 섞어 몸 밖으로 배출합니다. 이 유로키나제를 농축하면 뇌졸중 환자나 심근경색 환자들이 혈전을 제거할 때 사용하는 혈전제거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유로키나제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소변이어서, 제약회사들은 사람의 소변을 일부러 사들였습니다. 이 사실을 안 정부에서는 전국 각지의 공공화장실마다 겉에다가 ‘한방울이라도 통 속에!’라는 안내문을 단 소변수거통을 설치했고, 이렇게 설치한 소변을 모아 외국 제약회사에 수출했습니다. 소변이라고 우습게 봐서는 안 되는 것이 1974년의 통계를 보면 소변수출로 번 돈이 약 150만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1인당 국민소득이 550달러에 불과했던 걸 생각하면 꽤 큰 규모의 수출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더 이상 소변을 수출하지는 않지만, 소변 속에는 방광 벽에서 떨어져 나온 세포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에 착안해 혈우병 치료제를 찾아낸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국내의 연구진(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과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 김종훈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 등)은 혈액응고인자가 부족해 피가 잘 멎지 않는 혈우병 환자의 소변에서 치료의 실마리를 확인했다고 지난해 ‘셀 스템셀’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연구진은 환자의 소변에서 얻은 체세포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만든 뒤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혈우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골라 정상으로 돌려놨습니다. 이렇게 교정한 줄기세포에서 혈액응고인자를 만드는 세포로 분화시킨 뒤 중증 혈우병에 걸린 쥐에게 이식했더니. 그 결과 혈액응고인자 분비가 늘어나 혈우병이 경증 수준으로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김동욱 교수는 “지금까지 환자의 세포를 얻으려면 귀 뒤의 피부를 떼어냈는데 소변을 활용하면서 훨씬 간편해졌다”며 “특히 혈우병 환자처럼 칼을 대기 어려운 경우엔 소변이 최적”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소변 속 세포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생쥐의 소변 속에 든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 쥐를 만들어낸 경우도 있었고, 국내 한 바이오기업은 소변에 있는 세포에서 성체줄기세포를 추출해 개인 맞춤형 화장품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한 바 있습니다. 미인의 대명사인 양귀비가 피부를 매끄럽게 하기 위해 아기의 소변을 이용해 목욕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그야말로 양귀비식 미인 비법의 현대판 버전이라 할 수 있겟지요.

소변으로 전기를 만들다
아무래도 소변을 이용한 화장품이나 약품이 꺼림칙하다면 이건 어떨까요? 소변으로 전기를 만드는 것이죠. 지난해 영국 웨스트잉글랜드대 연구팀은 소변을 원료로 하는 미생물 연료전지를 개발해 화장실 조명에 활용했다고 합니다. 이 전지 속에는 소변 속 유기물을 먹이로 삼는 미생물이 들어있는데,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할 때 나오는 전자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입니다. 연구팀이 지난해 6월 영국에서 열린 세계적 음악축제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화장실에 이 전지를 설치한 결과 5일 동안 화장실 불이 한 번도 꺼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소변으로 밝힌 축제의 현장인 셈이죠.

이렇듯 과학의 발전은 우리가 당연히 버리는 것으로만 여겼던 소변 한방울에서도 여러 가지 의미있는 것들을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일상에서도 이처럼 ‘버려지는 것들의 가능성’을 한번쯤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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