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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과학으로 풀어보는 단맛의 비밀

2016-05-06

과학으로 풀어보는 단맛의 비밀
사탕을 입에 넣은 아이의 얼굴을 본 적이 있나요? 아이의 얼굴에서는 순식간에 짜증과 투정이 사라지고 오직 달콤함이 주는 기분좋은 표정만이 떠오릅니다. 사실 달콤함은 기쁨이자 활력이고 환희이자 축복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최근에 우리 삶을 달달하게 만들어주었던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설탕을 ‘달콤한 악마’로 설정해 악착같이 이들을 우리 삶에서 떼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설탕으로 대표되는 단것들이 요즘에는 왜 이토록 미움을 받는 것일까요?

왜 단맛에 끌릴까?
사실 단맛은 맛의 기본이며, 가장 ‘건강한 맛’입니다. 이유는 단맛의 원천이 기본적으로 포도당이기 때문입니다. 포도당은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에너지원으로 포도당만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포도당을 얻어야 했다. 하지만 초기 인류의 삶에서 포도당을 비롯해 모든 먹을거리는 구하기 어려웠고, 그렇게 힘들게 구해서 입에 넣은 포도당이 든 음식들-곡식과 과일-들은 씹으면 씹을수록 혀끝에서 달콤하게 녹아내렸고 우리는 힘을 얻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생존본능은 단맛을 탐닉하는 쪽으로 발달합니다. 포도당을 먹어야 살 수 있으니 악착같이 단맛이 나는 음식들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사람의 아기가 태어나 처음 맛보는 음식도 매우 달콤합니다. 아기의 첫 먹거리인 모유에는 약 6.5% 정도의 탄수화물이 들어 있는데, 이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이 젖당입니다. 갈락토오스와 포도당이 결합해 만들어진 젖당은 사람을 비롯해 동물의 젖에서만 발견되는 종류의 당인데, 다른 동물들의 젖에 비해 사람의 모유에 훨씬 더 많이 들어 있습니다. 이유는 뇌의 크기와 발달 차이인데요, 사람의 뇌는 몸무게의 1/50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우리 몸 전체가 필요로 하는 포도당의 1/4을 통째로 먹어치울 정도로 매우 연비가 낮은 기관입니다. 따라서 머리가 큰 사람 아기는 다른 동물들보다 훨씬 많은 당을 필요로 하고, 그래서 모유도 다른 동물의 젖에 비해 훨씬 더 답니다. 이렇게 단맛을 통해 세상을 처음 맛본 아기는 단맛에 대한 선호도를 자연스럽게 획득하게 됩니다.

동물도 단맛을 좋아하나?
단맛에 대한 선호는 다른 동물들에게서도 흔히 나타나는데 고양이는 예외입니다. 미국 모넬 화학 감각연구소의 시아 리 박사팀은 단맛을 감지하는 유전자가 고양이에게서는 작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단맛을 느끼지 못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포유류는 단백질 T1R2와 T1R3가 결합해 만들어진 수용체에 의해서 단맛을 느낍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고장나 있어서 단맛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서 고양이에게 사탕은 특별한 음식이 아닙니다. 다만 고양이는 또다른 열량 성분인 아미노산, 즉 단백질과 지방의 맛은 잘 느끼도록 진화되었고, 육식동물이었기에 에너지 섭취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비슷하게 호랑이와 치타 등의 육식동물도 단맛을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설탕은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나?
하지만 젖을 떼고 난 뒤 단맛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잘 익은 과일은 그나마 좀 달지만, 식물의 다른 부위는 대체적으로 쓰거나 떫고, 동물의 고기는 감칠맛은 있지만 달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사람들은 우연히 꿀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들이 짝짓기 전령사로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면서 제공한 달콤한 뇌물이 바로 꿀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사람들은 약 1만년 전부터 꿀을 먹어왔고, 4000년 전에 이미 이집트인들은 양봉을 통해 안정적으로 꿀을 확보하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기에, 사람들은 저마다 단맛을 내는 물질을 필사적으로 찾습니다. 북아메리카에서는 사탕단풍나무의 수액을 모아 메이플 시럽을 만들었고, 우리의 조상들은 보리를 싹 틔워 만든 엿기름으로 식혜를 만들고 조청을 고았습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단맛이 널리 퍼진 건 바로 사탕수수(sugarcane)를 알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사탕수수는 연평균 기온 20℃ 이상, 강수량 1500mm 이상의 고온다습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벼과의 열대성 작물로 원래 인도와 뉴기니에서 등지에 자생하는 풀이었습니다. 사탕수수는 줄기 속에 자당(sucrose)을 농축해서 저장하는데, 자당이란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된 이당류로 달콤한 맛이 나지요. 그래서 사탕수수의 줄기를 잘라서 씹기만 해도 단맛이 느껴져 옛 인도 사람들은 사탕수수의 줄기를 잘라 껌처럼 씹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러던 이들은 단지 줄기를 잘라 질겅거리는 것보다 더욱더 진하게 달콤함을 즐기는 방법을 찾았고, BC 500년 경에는 사탕수수의 줄기에서 짜낸 즙을 졸여서 갈색의 덩어리 형태의 설탕덩어리를 만들어냅니다. 이처럼 설탕의 초기 모습은 흙덩이 같았기에 설탕(sugar)과 자당(sucrose)라는 이름 자체가 자갈, 혹은 작은 덩어리를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sharkara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당 덩어리는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깨뜨려 사용했지요. 우리에게 익숙한 백설탕은 사탕수수 당즙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순수한 자당만을 추출한 것이죠. 순수한 자당은 단일성분으로 흰색의 가루 형태를 띄는데, 이 하얀 가루 상태의 모습에서 ‘눈처럼 흰 단 것’이라는 뜻의 설당(雪糖)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졌고 그 것이 설탕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단것이라고는 꿀 밖에 모르던 유럽인들의 눈에 인도의 감미료 설탕은 매우 신기한 존재였지요. 기원전 325년 경, 알렉산더 대왕이 보낸 인더스강 탐험대는 인도에 존재하는 ‘꿀이 흐르는 갈대’의 존재를 알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열대성 식물인 사탕수수는 춥고 건조한 유럽 지역에서는 자라지 못했기 때문에, 꿀이 흐르는 갈대는 유럽으로 넘어가지 못했고 오랫동안 사탕수수와 거기서 만들어진 설탕은 인도와 남부 아시아 지역만의 토속 특산물로 남게 됩니다. 서양에 설탕이 다시 소개되기 까지는 천 년이 넘는 긴 시간이 필요했지요. 하지만 이 당시에도 설탕은 감미료가 아니라 약으로 인식되었다고 합니다. 인구의 대부분이 굶주림에 시달리던 당시 상황에서 칼로리가 높고 즉각적인 에너지원으로 작용하는 설탕은 원기를 북돋아주어 약처럼 작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설탕은 아이들의 해열제에서 노인의 강장제까지, 감기, 눈병, 결핵, 위장병에서 페스트까지 거의 모든 질병에 효험이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개중에는 설탕이 주는 약리 효과보다는 맛에 주목해 감미료로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했던 설탕은 가격이 너무 비싸 일부 귀족이나 누릴 수 있는 호사였습니다. 설탕이 대중적인 감미료로 자리잡은 것은 식민지에 대규모 농장을 만들고 헐값에 노예를 부려 사탕수수를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17세기 이후였다고 합니다.

달콤함의 중독성
사람은 포도당만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포도당의 확보가 꼭 필요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고양이처럼 단맛을 못 느끼게 된다면 순수한 육식동물이 아닌 이상, 에너지원이 부족해져서 굶어 죽을지로 모릅니다. 따라서, 인간의 진화는 단맛을 매우 잘 느낄 뿐 아니라, 단맛 자체에 탐닉하는 본능을 획득하게 됩니다. 실제로 달콤한 맛을 지닌 음식들은 뇌의 내인성 오피오이드 분비를 촉진합니다. 오피오이드(opioid)는 원래 아편과 같은 작용을 하는 진통제를 일컫는 말이지만, 우리 체내에서도 이 오피오이드와 비슷한 작용을 하는 물질들이 존재하기에 이를 내인성 오피오이드, 또는 천연 오피오이드라고 부릅니다. 그 대표 주자가 그 유명한 엔돌핀(endorphin)이죠. 즉, 식량이 부족했던 시절을 오랫동안 견뎌왔던 인류의 조상은 포도당의 단맛을 단지 혀에서 느껴지는 달콤함이 아니라 뇌가 느끼는 쾌락으로 인식하도록 진화되어왔고,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맛을 좋아하도록 태어나고 자랐으며, 심지어 중독 증상을 보일 정도로 단맛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피곤하고 기분이 처졌을 때, 단 것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죠. 그런데 이 현상을 말 그대로 일시적이어서 금방 사라지고, 좋았던 느낌도 사라집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 때의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자 단맛나는 먹을거리를 또 찾게 됩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우리 몸에는 내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같은 수준의 기분좋음을 느끼기 위해서 전보다 더 많은 양의 당분을 먹어야 합니다. 이 것이 반복되면 기분이 좋아지려고 단걸 먹지만, 단 것을 먹고 난 뒤에는 다시금 우울해져 단음식을 더 많이 먹는 증상, 즉 단맛에 중독되는 ‘설탕 중독’ 현상이 나타납니다. 설탕 중독 증상이 나타나면 단것을 끊임없이 찾게 되기 때문에 살이 찌기 쉬우며,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이 과다분비되면서 인슐린 저항성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병 등의 질환이 발생하는 ‘대사증후군’이 발생할 위험이 커집니다. 또한 우리 몸은 당분을 선호할 뿐 아니라, 일단 몸 속에 들어온 당분은 악착같이 저장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쓰고 남은 당분은 지방으로 바꿔 몸에 일단 저장한 뒤, 이 지방은 매우매우 아꼈다가 가장 마지막에야 사용하는 시스템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살찌기보다 살빼기가 훨씬 더 어려운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이처럼 단맛에 대한 인류의 선호도는 아직도 그대로이고, 당분을 아끼고 저장하는 인체의 매커니즘 역시도 그대로인데, 이제 우리 주변에는 단 것들이 넘쳐 납니다다. 현대인들을 둘러싼 환경은 단맛이 주는 황홀함과 열량 과잉이 가져오는 비만과 건강에 대한 부담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좀더 현명하게 단것을 소비할 수 있을까요?

차가운 것과 당분의 연관성 찾기
세계인들의 식습관을 살펴보던 누군가가 어느 날, 사소한 차이점을 찾아냅니다. 동양과 서양 사람들은 좋아하는 음식의 종류도 다르지만, 식사할 때 물을 마시는 습관도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말이죠. 대개 중국이나 일본 등 동양 문화권에서는 밥을 먹으면서 따뜻한 차를 마시는 습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밥먹은 뒤 뜨뜻하게 끓인 숭늉을 마시고 나야 비로소 잘 먹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요즘에는 숭늉 대신 커피가 이 과정을 대신하지만, 이 때도 많은 사람들이 한여름만 제외하면 대개는 뜨거운 커피를 마십니다. 그런데 유럽과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식사 중에 주로 찬물 심지어는 얼음물을 마신다고 합니다. 식사 중에 음료를 차갑게 마시든 뜨겁게 마시든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지만 실제 프랑스 국립 농경제 연구소와 미국 아칸소 대한 연구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물 온도는 음식의 맛, 특히 단맛을 느끼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그런데 식사 중에 찬물을 마시는 습관은 음식의 단맛을 덜 느끼게 해 단 걸 더 많이 먹게 하고 이로 인해 설탕 중독과 대사증후군 발생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혀가 느끼는 4가지 맛 중, 특히 단맛은 온도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음식의 온도가 체온과 비슷할 때 가장 잘 느껴지며 온도가 내려갈수록 덜 느껴집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난 뒤에 과일을 먹으면 과일이 달지 않고 시게만 느껴진다던가, 차게 마실 때는 몰랐던 탄산음료가 미지근해지면 달아서 먹지 못할 정도의 설탕물처럼 느껴진다던가 하는 경험들은 한 번쯤 해보셨을 것입니다. 확실하게 실험하고 싶으시다면 얼음을 입에 넣고 이리저리 굴리다가 혀가 완전히 차가워졌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얼음을 뱉고, 즉시 따뜻한 물을 한 모금 입에 머금어 보시면 됩니다. 차갑게 얼었던 혀가 따뜻한 물에 풀어지는 순간, 이상하게도 맹물이 약간 달작지근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건 온도의 변화가 혀의 미뢰와 연결된 신경을 자극한 결과입니다. 단맛을 내는 성분이 없더라도 단맛을 느끼는 미뢰의 신경이 자극을 받아서 맹물이 ‘달작지근하다’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죠. 이처럼 단맛은 찰 때보다 약간 따뜻할 때 잘 느껴지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에 상당히 많은 양의 설탕이 들어가야 달콤하고, 아이스커피는 일반 커피보다 더 달게 마셔야 같은 정도의 단맛이 느껴지는 것이죠. 반대로 쓴맛은 따뜻할 때 덜 느껴지고 차가워지면 더 쓰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메리카노가 뜨거울 때는 먹을만한데 식어버리면 유달리 쓰게 느껴지는 것도 이래서입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진들은 식사 중간에 얼음물을 자주 마시게 되는 서구인들의 식습관이 음식의 단맛이 덜 느껴져 머리가 아플 정도로 달디단 디저트도 별로 달지 않게 느껴져 더 많이 먹게 돼 설탕 중독 증상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중입니다. 즉, 음식을 따뜻하게 먹는 습관도 단맛 중독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죠.

과일을 얼려서 먹어 보세요
그렇다면, 날도 더운데 시원함과 달콤함을 동시에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건 얼린 과일을 이용하면 됩니다. 과일의 단맛은 포도당이 아니라 과당에 의해서 형성됩니다. 과일 속에 든 과당은 온도가 낮아지면 단맛이 좀더 강하게 느껴지는 형태로 바뀝니다. 따라서 과일은 오히려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얼리면 더 달게 느껴지는데, 얼린 홍시나 얼린 망고가 더 달게 느껴지는 건 과당이 듬뿍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같은 과당이라도 첨가제로 들어가는 액상과당은 이런 효과가 없고 그저 달기만 할 뿐입니다. 요즘 날도 더워지는데 아이스크림이나 찬 음료수 대신 따뜻한 차와 함께 천연 과당도 많고 수분도 많은 제철과일을 시원하게 얼려서 드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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