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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오존의 두 가지 얼굴

2016-06-03

오존의 두 가지 얼굴
여러 가지 경고 시스템이 늘었습니다. 건조주의보, 한파주의보, 미세먼지 주의보, 황사주의보, 오존주의보 등등 말이죠. 봄이 되면서 건조주의보와 미세먼지 주의보가 자주 뜨더니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자 여기에 더해 오존주의보까지 뜹니다. 도대체 오존이 뭐길래 주의보까지 띄우면서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는 걸까요?

오존(Ozone)의 정체
Ozone이란 이름이 그리스어로 '냄새나는 것'이란 뜻에서 유래되었는데, 특유의 톡 쏘는 향이 납니다. 흔히 복사기나 레이저 프린터를 사용할 때 나는 특유의 ‘복사기 냄새’ 혹은 ‘프린터 냄새’가 바로 오존의 냄새입니다. 이 때 발생하는 오존의 양은 매우 극미량이지만, 냄새가 워낙 강해 느낄 수 있을 정도죠. 이 오존의 기원은 산소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꼭 필요한 기체가 있습니다. 바로 산소죠. 이 때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는 산소원자 2개가 결합해 만들어진 산소 분자이고요, 이 산소 분자가 3개가 결합한 것이 바로 오존입니다. 화학에서는 같은 원소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몇 개가 결합되었는지, 혹은 어떤 방식으로 결합되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역할과 기능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같은 벽돌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위치에 어떻게 연결되었는지에 따라 다리의 일부가 되어 상판을 떠받치기도 하고, 굴뚝의 하나가 되어 연기를 뿜어내는 역할을 맡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산소 원자 3개로 이루어진 오존은 산소와 전혀 다른 성질을 지닙니다.

오존의 특징
일단 오존은 산소에 비해서 불안정합니다. 원자 구조상 산소 원자는 2개가 결합될 때 가장 안정적인 형태를 띕니다. 우리 주변 공기에 산소 분자가 1/5나 들어있음에도 이들이 오존으로 바뀌지 않는 이유는 산소 원자는 2개가 결합할 때가 가장 안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산소 원자 3개가 결합된 오존은 마치 2인용 좌석에 3명이 끼어앉은 것처럼 불안정해서 가만히 놓아두면 3개의 산소 중 하나가 떨어져 나가고 산소 분자가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이렇게 떨어져 나온 떠돌이 산소 원자 하나는 매우 불안정해서 주변에 존재하는 것들 아무거나 결합해서 산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세상에는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을 가진 존재들이 종종 있는데, 오존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존은 대표적으로 장소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집니다. 일단 우리에게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오존은 매우 고마운 존재입니다. 지표에서 하늘로 올라가다보면 지상 20~30km에 걸친 상공의 성층권에 도달하는데, 이 곳에는 오존의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오존층이라고 흔히 부릅니다. 오존층의 주된 역할은 태양에서 나오는 자외선을 흡수하는 일입니다. 사실 오존은 자외선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자외선 때문에 오존이 생기고 오존이 다시 자외선을 흡수합니다. 즉, 자외선의 강력한 에너지가 산소 분자를 결합시켜 오존을 만들고, 이 오존이 다시 산소 분자로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자외선을 흡수하는 것이죠. 이렇게 오존의 생성과 파괴가 균형을 맞춘 덕에 성층권의 오존층은 항상 일정한 농도로 존재하는 것이죠.
이 오존층 덕에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자외선의 양은 원래 태양에서 나오는 양의 채 1%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피부암과 백내장을 일으키며, 일광소독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일반적으로 성층권의 오존농도가 1 % 감소하면 UV-B의 양은 2% 증가하고 피부암의 발생율은 약 4% 증가하며, 백내장은 0.6 % 증가하여 시력을 잃는 사람이 매년 10만 명 이상 증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자외선은 식물의 성장을 둔화시키고 식물 호르몬과 엽록소에 피해를 주며, UV-B는 물 속 깊은 곳까지 침투하므로 단세포 조류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주고, 기온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1974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Molina와 Rowland 박사는 염화불화탄소(CFCs)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과학잡지 Nature에 처음 발표하게 됩니다. 그후 1985년에 1957년 이래 남극의 오존층을 정기적으로 관측하고 있던 영국의 남극조사팀에 의해 남극의 오존층 파괴 현상이 처음 발견되었지요. 오존층 파괴의 원인은 주로 염화불화탄소(CFC)였습니다. 우리에게는 듀퐁사의 상품명인 프레온가스로 더 많이 알려진 염화불화탄소는 매우 안정적이고 다루기 쉬워서 냉장고의 냉매제, 스프레이의 분사제 등등에 널리 사용되었던 기체인데, 지나치게 안정적인 탓에 발생 이후 분해되지 않고 상승기류를 타고 성층권에 올라가 오존과 반응해 오존을 분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1970년대 염화불화탄소에 의한 오존층 파괴는 매우 심각해서 가장 심했던 남극 지역에서는 오존층이 90%가 파괴되는 충격적인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1987년 몬트리올의정서를 기점으로 CFC의 사용이 전면금지되기에 이르렀고 그 노력에 힘입어 오존층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중입니다. 이대로 오존층을 잘 지켜낸다면 21세기 말까지 오존층의 구멍이 완전히 메워질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더 이상 실수하지만 않으면 말이죠.

오존주의보란?
성층권에 있는 오존은 선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오존은 그렇지 못합니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오존은 원래 2개가 있어야 할 자리에 산소 원자가 3개 붙어 있기 때문에 불안정해서 자꾸만 산소 분자와 산소 원자로 쪼개지려고 하고, 이 때 만들어진 산소 원자는 매우 불안정해서 주변의 물질과 닥치는대로 결합하려고 하는데, 산소가 다른 물질과 결합하는 것을 산화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산소가 금속과 결합해 산화하면 금속은 녹이 슬고, 산소가 단백질과 결합해 산화하면 단백질이 변성됩니다. 특히나 오존의 단백질 변성 작용은 매우 강해서, 때로는 이를 이용해 살아 있는 생물체, 즉 미생물을 제거하는 소독/살균제로써 기능하기도 합니다. 실제 오존은 염소보다 6~7배 이상의 살균력을 가져,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순식간에 죽이고 곰팡이, 해조포자, 효모균 등을 죽이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 성질 때문에 오존은 우리 몸에 해롭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몸 자체도 단백질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오존이 대기 중에 많이 포함되어 있으면 숨 쉴 동안 이 오존이 기도를 통해 폐로 들어오는데 이 과정에서 오존의 강력한 산화력이 기도와 폐 조직에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따라서 오존 농도가 높은 날은 가급적 호흡기가 약한 사람들은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미국흉부학회(ATS)가 발행하는 ‘호흡기 및 중환자 의학’(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 최근호에 실린 ‘대규모 전향적 연구에서의 오존 장기 노출과 사망률’(Long-Term Ozone Exposure and Mortality in a Large Prospective Study) 논문에 따르면, 장기간 오존에 노출된 상태에서 대기 중 오존농도가 10ppb(1억분의 1) 올라갈 때마다 폐질환자들의 사망률이 1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오존 농도가 0.1ppm이상일 경우 그 다음날 사망자가 7%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기상청에서는 오존농도가 0.12ppm 이상이면 오존주의보, 0.3ppm 이상이면 오존경보를 내려 국민들이 참고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오존은 자외선에 의해서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여름이 오고 태양 고도가 높아져 자외선을 많이 받게 되면 지표에서도 오존 농도가 높아집니다. 특히나 오존은 산소원자 뿐 아니라, 자동차배기가스에 든 질소산화물과 휘발유, 페인트, 잉크 등에서 발생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에서도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동차/주유소/레이저프린터/복사기의 증가는 오존 발생율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오존은 동일하되, 때와 장소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하는 두얼굴의 존재입니다. 이 두얼굴의 오존의 좋은 얼굴만 계속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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