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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지구, 중력이라는 선물을 받다

2016-06-17

지구, 중력이라는 선물을 받다
최근 페이스북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NASA 소속 팀 코프라, 제프 윌리엄스와 유럽우주국(ESA) 소속 팀 피크 등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거주하면서 일하고 있는 우주인 3명과 20분간 '페이스북 라이브'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우주라는 낯선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 생활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
ISS는 1998년 발사된 우주 정거장으로, 현재까지 인류가 우주로 내보낸 것들 중에 가장 큰 규모의 우주 공간입니다. 길이 100m, 너비 70m에 450톤짜리 거대한 구조물이 지구로부터 350km 상공에서 초속 8km의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참 경이롭지요. ISS에는 상시 6명의 우주비행사들이 상주하는데요, 이들은 1년에 4번 오가는 스페이스셔틀을 타고 이곳으로 올라가며, 한 번 배정받으면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년 정도 이 곳에 머무르게 됩니다. 우주라는 공간 특성상 우주비행사들은 매우 특수한 환경에 놓이게 되는데, 그 중 가장 특징적인 것은 무중력 상태라는 것입니다.

중력과 무중력
중력(重力)이란 질량이 있는 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말합니다. 이 힘은 두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며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물체들이 무거울수록 힘이 강해지고, 사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힘은 약해진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지구 위에서 살기 때문에 9.8m/s라는 지구의 중력가속도를 늘 느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지구에서 벗어날수록 중력이 미치는 영향은 점점 작아지는데, ISS가 떠 있는 곳 정도 되면 중력을 느끼기 어려워집니다. 엄밀히 말하면 중력이 없는 즉 무중력은 아니지만, 확연히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중력이 작아진다는 것이죠.
사실 우주에 나가지 않고도 무중력 상태와 비슷한 상태는 느낄 수 있습니다. 중력이 잡아당기는 만큼 다른 힘으로 이를 상쇄시키면 되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놀이공원에 있는 자유낙하 놀이기구입니다. 까마득한 높이까지 올라갔다가 갑자기 뚝 떨어지는 이 놀이기구는 지구의 중력가속도와 동일한 속도로 떨어지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떨어지는 순간 중력 가속도가 0이 되어 일시적인 무중력 상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잠깐 동안이지만요. 그래서 이 놀이기구를 타면 순간적으로 몸이 공중에 붕 뜨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ISS에서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데 수백만년동안 중력이 있는 환경에서 살아왔던 인체는 이런 환경에 놓이게 되면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게 된답니다.

무중력 상태에서의 특징
일단 무중력 상태의 가장 큰 특징은 몸을 잡아당기는 힘이 없어서 몸이 공중에 붕 뜬다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보면 우주인들이 마치 날아다니는 것처럼 우주선 안을 둥실 떠서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지요. 날개도 없이 날아다닐 수 있다니 겉보기에는 꽤 즐거워 보일지 모르지만 정작 당사자 입장에선 상당히 괴로운 편이라고 합니다. 가장 큰 괴로움은 우주 멀미입니다. 우리의 귀 속에는 전정기관이라는 부위가 있어서 인체의 평형을 맞춥니다. 전정기관 안에는 이석이라고 하는 작은 돌들이 들어 있어서 이 돌들의 움직임에 따라서 몸이 기울어졌는지 바로 있는지를 알게 되지요. 지구에서는 중력 때문에 이석들이 기본적으로 발바닥쪽으로 내려와 있지만, ISS에서는 중력이 없으니 이석들이 항상 전정기관의 가운데에 존재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석의 움직임과 눈에서 보여주는 시각 정보가 맞지 않아 멀미가 나게 됩니다. 차멀미야 차에서 내리면 되지만, 우주정거장에서는 내릴 수가 없으니 죽을 맛이죠. 그래서 우주인들은 무중력 상태에서 멀미를 겪지 않도록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신체의 변화입니다. 지구상에서는 중력 때문에 무게가 다리에 집중됩니다. 하루종일 서 있던 날에 다리가 퉁퉁 붓는 건 이 때문이죠. 하지만 ISS에서는 다리에 집중되던 무게가 없어져 소위 ‘버드 레그, 문 페이스’ 즉, 새다리와 달덩이같은 얼굴 현상이 일어납니다. 말 그대로 다리는 엄청나게 가늘어지고, 얼굴은 엄청나게 부어서 말랑말랑해진다는 뜻인데요. 지구상에 있을 때는 다리 쪽에 집중되었던 체액이 몸 전체로 퍼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중력이 사라지면 상대적으로 눌려 있던 연골도 부풀어 오르는데, 특히 척추 사이사이 연골이 늘어나 키가 커지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심한 경우는 키가 5cm까지도 커지는데, 키가 커지면 좋을 듯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근육도 같이 늘어나기 때문에 상당히 아프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몸무게를 떠받칠 일이 없어서 몸이 가벼운 느낌이 든다는 것이죠. 수영장에서 수영하다가 밖으로 나오는 순간 몸이 무겁게 느껴진 경험 있으시죠? 물 속에서는 물의 부력이 중력을 상쇄해 몸이 가볍게 느껴집니다. 물 속에서는 훨씬 무거운 것도 가뿐히 들 수 있죠. 그런데 수영장에서 물 밖으로 나가면 달라집니다. 중력이 걸려서 갑자기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데, 우주에서는 이보다 훨씬 심하지요. 그래서 우주에 있다가 지구로 내려오면 몸이 무거워진 느낌이 든다고 합니다. 단순히 느낌만 그런게 아니라 근육과 뼈에 상당히 많은 영양소가 빠지게 되며 근력도 약화됩니다. 그래서 우주식은 상당히 고칼로리로 만들어집니다.

‘우주식(食)’ 메뉴
지구에서와 동일한 음식을 먹기는 어렵지요. 무중력이라는 것이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음식들도 모두 동동 떠다니므로 일단 국물이 있거나 가루가 날리는 음식은 먹기 어렵습니다. 이들이 떠다니다가 기계 등에 들어가면 오작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또한 오래 보관해도 부패하지 않도록 철저히 살균해서 밀봉해야 하고, 우주선에서는 조리를 하기 어려우니까, 포장만 뜯어 그냥 먹거나 아니면 끓는 물만 부어서 먹을 수 있도록 간편한 레토르트식품으로 만들어집니다. 게다가 ISS에 무언가를 올릴 때는 1kg당 5천만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음식들은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동결건조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까다로운 테스트를 거쳐 우주식으로 인정받은 제품만 가져갈 수 있는데요, 한식 중에는 김치, 라면, 수정과, 생식바, 비빔밥, 불고기, 미역국, 오디음료, 상주곶감초콜릿, 당침블루베리, 단호박죽, 카레밥, 닭죽, 닭갈비, 사골우거지국 등등 17가지 음식만이 우주식으로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형태나 맛은 우리가 지상에서 먹는 것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그래도 맛은 생각보다 나쁘진 않다고 하는데, 사실 맛이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들에 비해서는 더 달고 더 맵게 만드는 등 매우 자극적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무중력 속에서는 체액이 상체로 몰리면서 얼굴과 목이 부어올라 후각과 미각도 둔해집니다. 감기에 걸려 코가 막히면 음식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마찬가지 이유로 우주비행사들의 경우 맛과 냄새를 잘 못 느껴 식욕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우주비행사들이 제대로 먹지 못하면 체력이 떨어져 우주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주인들이 최대한 입맛을 잃지 않도록 음식을 조금 더 자극적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실제 저커버그와 통신한 우주비행사의 경우, 매운 것이 당긴다는 말을 한 바 있습니다.

우주비행사들은 한결같이 인간이 중력이 있는 환경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축복이라고 할만큼 무중력 상태의 생활은 힘들다고 합니다. 항상 곁에 있기에 그 소중함을 모르고 넘어가는 것들의 리스트에 중력도 한 줄 추가해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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