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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모기를 부탁해

2016-07-08

모기를 부탁해
인간의 목숨을 빼앗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은 무엇일까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자신의 블로그에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동물’(The Deadliest Animal in the World)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맹수는 생각보다 위력이 세지 않습니다. 상어(10명), 사자(100명), 악어(1,000명)이며, 초식동물인 하마가 500명이나 해치는 것이 의외입니다. 오히려 개(2만 5천)가 더 무섭고 뱀(5만)은 이름값을 합니다. 사실 사람에게 있어 가장 큰 적 중의 하나는 사람입니다. 연간 47만5천명이 같은 사람에 의해 희생됩니다. 하지만 사람을 능가하는 살인마가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모기입니다. 해마다 72만 5천명이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에 의해 사망합니다.

모기, 작은 고추가 맵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모기를 엄청나게 싫어하고 모기에 대해서 매우 예민합니다. 기찻길 소음 속에서도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사람일지라도 귓전에서 앵앵거리는 모기 소리에는 잠을 설칩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기찻길 소음보다 모기소리를 더 싫어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싫은 것은 모기 소리가 아니라, 모기 그 자체죠. 모기에게 물리면 벌겋게 부어오르고 가려울 뿐 아니라, 운이 없다면 꽤 심각한 질병에 걸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처럼 모기는 작지만 그들이 옮기는 질병은 결코 가볍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모기들이 가벼운 가려움증과 발진 등을 일으키는데 그치지만, 작은빨간집모기는일본뇌염), 중국얼룩날개모기(말라리아), 아에데스 알보픽투스(뎅기열) 같은 모기들은 그 정도로 만족하지 못합니다. 이 밖에도 모기는 황열이나 웨스트나일열, 지카소두증 등의 질병들도 모기에 물려 전염되지요.

모기의 해악


모기가 옮기는 질환이 사람에게 끼치는 해악이 얼마나 큰지는 말라리아만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해마다 전세계에서 약 500만명이 말라리아에 걸리며 이 중에서 10% 이상이 사망합니다. 이는 이전에 비해서 많이 줄어든 수치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제 3세계의 5세 미만 어린이들의 사망과 청력 손실의 주요 원인은 말라리아임에 틀림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모기는 뇌염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었는데 실제로 1960년대까지는 연간 300~900명이 모기가 옮기는 일본 뇌염으로 사망했고, 이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뇌염이 남긴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생하곤 했다고 합니다. 비록 1970년대 이후에는 백신의 보급으로 발병률이 급격히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모기는 우리에게 말라리아 원충과 뇌염 바이러스가 혼합된 질병 폭탄처럼 인식되고 있지요.

인류의 모기 박멸을 위한 노력


모기에 대한 인식이 ‘질병 폭탄’인만큼 인류는 오랜 세월 모기를 박멸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모기장을 둘러치고 모깃불을 피우고 모기의 애벌레인 장구벌레가 서식하는 물웅덩이를 없애는 간접적인 노력부터, 말라리아 치료제와 황열 백신과 뇌염 백신을 개발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처법과 DDT를 비롯한 각종 살충제를 개발해 모기를 박멸하는 과격한 방법까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했지만, 아직 모기의 박멸까지는 길이 먼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최근 WHO는 지카 바이러스 매개 모기를 퇴치하기 위한 새로운 무기로서 방사선 및 유전자 조작 불임 모기와 모기의 알까기를 막는 박테리아를 제안했습니다. UN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방사선을 쬐어서 정자를 죽여 불임 상태의 수컷 모기를 대량 방사해 암컷과의 짝짓기를 통해 미수정란을 낳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 방법은 체체파리를 없애기 위해 시도한 방법입니다. 아프리카의 흡혈파리 체체파리는 동물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데 트리파노소마(혈액기생충)에 감염된 사람·동물의 피를 빤 뒤 다른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빨게 되면 사람에게는 수면병을, 동물에게는 나가나병을 옮깁니다. 수면병에 걸리면 발열, 두통, 관절통증을 유발하다가 기면상태가 돼 사망하게 되고, 말이나 소가 나가나병에 걸리면 근육마비가 오고 죽게 됩니다. 에티오피아는 수년 전부터 비행기로 불임 체체파리 수컷을 방사하는 작업을 진행해왔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인 비행기보다 더 낮게 오래 날 수 있고 파리를 더 고르게 방사할 수 있는 드론을 이용해 살포하기도 하는데, 이 기술을 모기에게도 이용하겠다는 것입니다.
또한 영국의 생명공학회사인 옥시텍(Oxitec)이 10년의 연구 끝에 만들어낸 유전자조작(GM) 모기는 모기 알에 모기의 생존에 필요한 유전자들의 발현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tTA의 유전자를 도입한 것입니다. 야생에 방출된 수컷 GM모기는 야생의 암컷들과 교미하고 성체가 되기 전에 사멸하도록 프로그램 된 자손들을 낳게 됩니다. 수컷 GM모기의 수를 충분히 늘리면 야생 모기들이 교미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야생모기가 제거된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실제로 옥시텍은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 영토인 케이맨 제도에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3개월 내에 야생모기의 개체수가 80%나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주로 수컷 모기를 테스트 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수컷 모기는 사람의 피보다 식물의 즙을 먹기 때문에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 미시간대 분자유전학과 쯔용시 박사팀은 암 모기가 '볼바키아'라는 균에 감염되면 후손 세대의 모기에게도 이 균이 되물림돼 말라리아를 옮기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볼바키아 감염 모기를 만드려고 하고 있습니다. 볼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채 태어난 모기는 평균 21일밖에 살지 못합니다. 모기는 자연 상태에서는 평균 50일을 살며, 다른 천적이 없는 실험실에서는 이보다 오래 삽니다. 연구진은 "만일 이 기생충 균주가 모기 사이에 널리 퍼지게 되면 뎅기열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볼바키아 박테리아는 새우, 게, 거미 등 절지동물과 곤충류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바이러스로. 볼바키아 박테리아는 감염된 암컷을 통해 후대에 전염되기 때문에 감염률이 높습니다. 또한 연구팀은 동남아시아에서 말라리아를 옮기는 ‘아노펠레스(Anopheles stephensi)’ 모기 배아에 이 균을 주입한 뒤 성체가 될 때까지 배양하고 이 균에 감염된 암모기와 감염되지 않은 숫모기를 번식시킨 결과 34세대 모기까지 이 균에 감염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볼바키아균이 암컷을 통해 후대에까지 전염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죠.

모기 종 멸종 시도에 대한 찬반


이런 박멸 노력과는 달리 모든 모기 종을 멸종시킨다는 개념은 생물다양성에 역행하기 때문에 생태계에서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게 될 수도 있다는 비난도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FDA를 상대로 GM모기를 승인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올린 청원에는 16만 1000명 이상의 지지자들이 몰릴 정도죠.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몰라도 적어도 해마다 7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질환이라면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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