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Go Top

생활

좀비의 비밀

2016-09-23

좀비의 비밀
지난 여름, 국내 극장가는 때 아닌 좀비 열풍이 불었는데요, 친숙한 얼굴들이 시체 분장을 하고 달려드니 더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죠. 좀비는 실제 없을 것 같은데, 혹시 좀비의 전설이 된 실제 사실이 있을까라고 말이죠.

좀비의 전설


사실 좀비는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부두교에서 나타난 개념으로, 부두교의 주술사가 어둠의 주술을 통해 사람에게서 영혼을 뽑아내 만든 ‘살아있는 시체’를 의미합니다. 시체가 살아 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부두교를 믿는 지역에서는 종종 예전에 죽어서 땅 속에 묻은 가족이 몇 년 후, 넋이 빠진 듯 시체에 가까운 모습으로 다른 지역에서 죽은 이를 만났다는 이야기가 많이 떠돌았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전설처럼 내려오는 좀비들의 실체를 밝히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하버드대의 민속식물학자 웨이드 데이비드 교수인데요, 데이비드 교수는 좀비를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사이언스’ 1988년 ‘좀비 만들기(zombification)’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는 연구 결과를 묶어서 ‘뱀과 무지개(The serpent and the rainbow)’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는데, 1988년에 영화 ‘악령의 관’이 바로 이 책을 기반으로 한 영화입니다.

테트라도톡신 중독


데이비스 교수는 처음부터 주술사의 저주라는 좀비 만들기 과정에 의심을 품었습니다. 현대 과학적 사고 방식을 가지고 공부한 그에게 저주라던가 주술이라는 말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존재였습니다. 그런데도 좀비가 목격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는 것은 실제 좀비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는 비록 주술로 포장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가사 상태로 빠뜨리는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연구에 들어갑니다. 그는 오랫동안 부두교 신자가 많은 아이티 지방에서 머물면서 시간과 물질적인 노력을 들여서 부두교 주술사 8명에게서 각자가 가진 좀비를 만든다는 좀비 묘약을 구해서는 성분 분석에 들어갑니다. 좀비 묘약에 든 성분들은 주술사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8개의좀비 묘약에는 공통적으로 복어의 독인 테트라토톡신과 자이언트두꺼비(Bufomarinus)의 침, 그리고 독말풀(Datura stramonium)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데이비스 박사는 좀비를 만드는 첫 번째 비밀이 테트라도톡신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60~70년대 까지는 복어를 잘못 먹고는 테트라도톡신에 중독되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곤 했는데, 테트로도톡신은 근육세포에 있는 나트륨 이온채널을 차단해 근육과 신경을 마비시키는 독극물입니다. 따라서 테트라도톡신에 중독된 사람은 근육이 점점 마비되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고, 급기야는 신경도 마비되어 온몸이 감각을 잃고 혀가 꼬여 말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다가 결국에는 호흡이 정지되며 사망합니다. 테트라도톡신의 양이 치사량에서 조금 못 미치는 경우에는 가사 상태에 빠졌다가 극적으로 살아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마비의 결과로 근육이 뻣뻣해지고 산소부족으로 뇌가 손상되어 기억과 언어능력을 잃는 경우가 종종 생겨납니다. 데이비스 박사는 이 테트라도톡신 중독 증상이 좀비와 비슷하다는 것에 착안해 좀비를 만든다는 주술사의 묘약은 테트라도톡신의 양을 미묘하게 조절해 죽지 않을 정도로만 함유한 것이며, 자이언트두꺼비와 독말풀에는 환각을 일으키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렇게 가사 상태에서 깨어나 혼란스러운 인물에게 환각을 보여주어 자유의지를 상실한 채, 명령을 내리는 주술사의 의도대로만 움직이는 일종의 ‘살아 있는 인형’을 만드는 과정이 좀비의 실체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좀비가 된 후 발견되었다는 사람들이 대부분 열악한 농장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도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됩니다. 힘든 농장에서 마음껏 부려먹을 수 있는 노예로 이용하기 위해 좀비를 만들었다는 것이죠. 이들은 자유의지를 상실했으므로 시키는대로만 복종할 것이며, 가혹한 노동 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죽더라도 어짜피 한 번 죽은 이들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테니까요.


좀비 묘약의 과학적인 근거


데이비스 박사의 주장은 매우 흥미롭고 그럴듯하지만, 과학자들은 아직도 반신반의했고, 일부는 직접 이 연구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중 미국의 생리학자 로이진 박사도 그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쥐와 레서스원숭이에게 좀비 묘약을 먹여 보았습니다. 그러자 쥐와 원숭이들은 혼수상태에 빠졌고 어떤 외부자극에도 반응하지 않았지만, 뇌파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었고, 심장도 느리지만, 뛰고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죽은듯이 꼼짝 않던 동물들은 24시간쯤 지난 뒤, 몇 마리가 정신을 차렸습니다. 묘약으로 좀비를 만들 수 있다는 데이비스 박사의 주장을 확인한 것이었죠. 일본 토호쿠대 카베시 야스모토 교수는 사람을 좀비 상태로 만들 수 있는 테트로도톡신의 적정량을 알아내 독성물질에 대한 저널 ‘톡시콘’에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좀비 확산의 방법


한 번 좀비가 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물어뜯어서 좀비를 확산시키는데요. 이 경우는 아마도 광견병 증세에서 따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광견병은 광견병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일어나는 질병으로, 몇 안 되는 인수공통전염병입니다. 흔히 개에 물려서 전염된다고 생각하지만, 개가 사람하고 가장 친숙하고 가장 많이 접해서 그런 거지 사실 포유류의 상당수가 숙주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반려견의 경우 대부분 예방주사를 맞히기 때문에, 오히려 개에 물려서 전염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야생 너구리나 여우, 박쥐에 물려서 전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는 증세가 나타난 후 10일내로 혼수 상태에 빠지게 되고, 대체로 2주 이내에 호흡근마비로 사망하게 됩니다. 환자의 반수 정도에서 목이 마름에도 불구하고 물을 격렬하게 거부하는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공수병(hydrophobia)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물을 마시려고 시도하는 과정이나 실제 마시는 과정에서 후두나 가로막(횡경막)에 고통스러운 근육경련, 즉 쥐가 나기 때문입니다. 환자가 침을 흘리게 되는 것 역시 이러한 공수증세 때문인데, 이 과정에서 침 속에 바이러스가 대량 유출됩니다. 또한 삼키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게 되어 음식도 먹지 못하게 되지요. 신경관을 타고 올라와 뇌에 작용을 하게 되면 감기증상과 감정변화 등의 증상이 생기고, 이 상태에서 2~10일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신경학적 문제가 발생해 성격이 거칠게 변하고 공격성이 더욱 심해집니다. 보통 야생 동물의 경우, 이 과정에서 마구 물어뜯는 증상이 나타나고 이를 통해 광견병 바이러스가 다른 개체로 옮겨갑니다.

대중문화 속에서는 ‘죽었다가 살아난 시체’라는 소재는 매우 흥미있는 이야깃거리여서 아마도 여름철이면 이런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나올 듯 합니다. 무더운 여름, 좀비가 나오는 공포영화를 보며 더위를 잊도록 만들어주는 것은 문화적 상상력이 하는 역할이라면, 좀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파헤쳐보며 과학적으로 바라보는 방식도 함께 익혀보는 건 어떨까요? 현실의 비극을 막아야 영화적 상상이 더 즐거울 수 있는 법이니까요.

Close

우리 사이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와 다른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이용함으로써 당신은 이 기술들의 사용과 우리의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