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Go Top

생활

경주 지진

2016-09-30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월 12일 저녁, 우리나라는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에 온 나라가 흔들렸습니다. 경상남도 경주시 내남면에서는 저녁 7시 44분과 8시 32분 각각 규모 5.1과 5.8의 강한 지진이 발생했고, 이젠 잠잠해졌나 싶었던 19일에는 또다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이후 현재까지 400회가 넘는 여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더이상 우리나라도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증거가 되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지진의 규모 계산법


이번 지진의 최대 규모는 5.8이었습니다. 이 숫자가 얼마나 큰 것인지 가늠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전에 우리나라에서도 규모 3.0 근방의 지진은 드물지 않게 발생했기에, 3.0과 5.8이라는 숫자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진의 규모를 표기할 때는 땅이 흔들리는 진폭의 크기가 10배 커질 때마다 숫자 1씩 커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진폭으로만 본다면, 진도 1.0의 지진과 진도 2.0의 지진은 진폭의 범위가 2배가 아니라 10배가 큰 것이고, 1.0과 3.0의 진폭의 차이는 3배가 아니라 100배입니다. 이 때의 진폭의 차이에 따른 에너지의 규모로 비교해 본다면, 규모가 1.0 커질 때마다 에너지 규모는 32배가 커집니다. 일반적으로 지진 규모 1.0은 TNT 폭약 480g이 터질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기준으로 합니다. 이 때 사람은 전혀 진동을 감지하지 못하며, 예민한 지진계의 바늘이나마 겨우 감지해내는 수준입니다. 지진 규모 2.0의 경우 TNT 폭약 480g X32 = 15. 36kg 이 폭발할 때 나는 에너지와 같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갈수록 증폭되어 규모 3.0의 경우, TNT 480kg, 4.0의 경우 TNT 15톤, 5.0의 경우에는 TNT 480톤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가 됩니다. 이를 넣어 계산해보면 규모 5.8의 지진은 규모 3.0의 지진에 TNT로 환산한 에너지가 15,848배나 크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참고로 지난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지역을 강타한 도호쿠 대지진의 규모는 9.0으로, 경주 지진의 전체 에너지보다 무려 63,095배가 높고, 규모 3.0의 지진보다는 10억배가 크다는 끔찍한 계산값이 나옵니다. 그러니 지진 규모에 있어서 미세한 숫자의 증가도 어마어마한 파장으로 나타나는 것이죠.

경주 지진을 계기로 살펴보는 지진이란?


일반적으로 지진이란 지구 내부의 변화에 의해 발생한 지진파가 지각판에 영향을 미쳐 생겨나는 현상입니다. 이 때 아무래도 지각판을 이루는 경계면이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전세계 지진의 95%는 판과 판의 경계면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지도 위의 경계면을 보면, 같은 국가 안에서도 시와 도, 구, 동 등 점점 작은 행정구역으로 나뉘어지는 것처럼 같은 지각판 역시도 완벽한 한 덩어리가 아니라 서로 밀도와 성질이 다른 암반층들이 겹쳐져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특정 암반층이 다른 곳보다 성질이 더 무르다면 지각활동이 발생할 때 이 부위가 끊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암반이 끊어져 어긋난 것을 단층이라고 합니다. 단층이 존재한다고 해서 그 자체로 위험하거나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일단 단층이 한 번 생성되면 다음번에 지각활동이 일어날 때 이 부위가 먼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시 말해, 플라스틱 구부리면 가장 힘을 많이 받은 부분이 부러지겠지요. 이 때 부러진 부위에 접착제를 발라 붙이면 일상적으로 선을 긋기 위해서는 자를 쓸 때는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자를 다시 구부린다면, 이 때는 틀림없이 한 번 부러졌던 부분이 이전보다 쉽게 부러질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단층이 한 번 생겨난 경우, 지각활동이 발생하면 단층면을 경계로 더 큰 움직임이 나타나게 되어 피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경주 지진의 원인


이 지역 암반층에 존재했던 양산단층의 활동 결과로 인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반도 역시 한덩어리의 균일한 땅덩어리가 아니기에 우리나라에는 양산단층 외에도 여러개의 단층이 존재하고, 이 단층면 사이에 지진이 발생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단층에서 발생한 지진들은 비교적 규모가 작았고, 여진의 횟수도 적었던 것이 비하면, 이번 경주 지진의 경우 그 규모나 여진의 횟수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큽니다. 구체적으로 비교하자면, 1996년에 있었던 영월 지진의 규모는 4.5에 잇따른 여진이 13회 발생했고, 2007년 발생한 오대산 지진의 경우 규모 4.8에 여진이 4회 발생한 것에 비하면, 이번 경주 지진은 두 차례의 본진의 규모 자체가 5.1, 5.8로 컸던 데다가 여진이 400차례 이상 발생하는 등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지진이 일어나 암반이 불안정하게 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작은 움직임들이 뒤이어 발생하기 때문에 지진의 경우, 강력한 본진 뒤에 이보다는 규모가 작은 여진들이 뒤이어 일어납니다. 따라서 여진은 본진 직후에 가장 강하게 많이 발생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횟수와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지진 직후 여진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가 10일이 지나면 첫날의 1/10, 100일이 지나면 첫날의 1/100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지진은 여진이 상당히 많이 오래동안 지속되었는데, 전문가들은 이 이유를 경주지진의 원인이 되는 양산단층이 다른 단층들과 다른 구조를 가지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위치하는 한반도는 지질학적 기준으로 고생대(약 5억 8천만년~2억 2500만년)에 낭림·경기·영남지괴의 커다란 3개의 땅덩어리가 합쳐져 생성됐는데, 이 때 이때 사이사이에 임진강습곡대와 옥천습곡대라는 작은 지층들이 끼어듭니다. 오대산 지진이나 영월 지진은 이 경계지점에서 발생한 지진입니다. 반면 경주 지진의 원인인 양산단층의 경우, 마이오세(2600만~700만년 전)에 형성되었는데, 이 때는 아직 한반도가 일본과 붙어 있는 경우여서, 환태평양 조산대의 판 경계부의 활동지대에 위치해 있었다고 합니다. 양산단층이 완전히 떨어져 나온 건 약 1500만년 전 쯤 동해를 사이에 두고 일본이 완전히 떨어져 나간 뒤였습니다. 그러니까 한반도에 생성되었던 다른 단층대가 수억년 전 고생대에 만들어진 부위라 비교적 오랫동안 다져져서 안정된 편이라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반면, 1500만년 전에야 자리잡은 양산단층의 경우 상대적으로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피부에 상처가 난 뒤, 시간이 지나면 아물게 됩니다. 이 때 이 부위를 무리하게 움직이게 되면 아무래도 오래된 흉터보다는 최근에 생긴 상처가 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그래서 전문가들은 비교적 근래에 생성되어 아직 안정화가 덜 된 활성 단층인 양산단층의 특성이 경주 지진의 특성을 종래의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과 다른 양상을 보여주게 만들었다면서, 이런 불안정성으로 인해 앞으로더 더 오랫동안 여진이 지속되거나, 혹은 비슷하거나 이보다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양산단층은 경북 영덕군에서 시작해 경남의 양산시를 거쳐 부산의 낙동강 하구까지 약 200km의 긴 구간에 존재하며, 근처에는 이미 올해 6월 발생한 규모 5.0의 울산 지진의 원인이 되었던 울산단층도 존재합니다. 문제는 이들 단층이 위치한 지역에는 월성, 고리, 울진 원자력 발전소 뿐 아니라, 대규모 정유공장과 화학단지가 조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도호쿠 대지진으로 후쿠시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미 알고 있기에 걱정이 안 될 수 없는 상황이죠.


지각 변동의 근본적인 원인


혹자는 최근 이런 대규모 지각 변동이 자주 일어나는 것이 인간이 자연의 무서움을 모르고 무분별하게 파헤쳤기 때문이라는 종말론적인 시각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각판과 단층은 생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죠. 그들은 그저 물리적인 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이동하고 부딪칠 뿐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아무리 속죄하고 뉘우친들, 지진이 덜 일어나거나 화산이 잠잠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지진이 일어나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습니다. 다만 이로 인한 피해는 줄일 수 있습니다

지각 변동의 근본적인 원인


일반적으로 큰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일어나는 작은 지진들을 감지하면 다음에 올 강진과 해일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나라들에서는 수중 800~1000m 지점에 해저지진감지장치를 설치해 감시체제를 가동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내진 설비를 갖춘 건물을 짓고, 전국적인 경보시스템과 대피처를 만들어 유사시에 시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모의 훈련을 실시하는 것만으로도 피해가 커지는 걸 막을 수는 있습니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과 2010년에 있었던 아이티 지진은 규모 자체는 7.0 정도로 비슷했지만, 구마모토에서는 49명의 사망자와 10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던 반면, 아이티에서는 사망자만 최대 22만명에 부상자 30만명에 달하는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비록 인간이 천재(天災)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을지 몰라도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로 인재(人災)로 인한 더 큰 피해는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차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지진이 그냥 일시적인 뒤척임이었는지, 본격적인 지각활동의 전조였는지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작은 뒤척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건 어디까지 인간의 몫이라는 건 기억해 두었으면 합니다.
Close

우리 사이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와 다른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이용함으로써 당신은 이 기술들의 사용과 우리의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