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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콜레라, 더 이상 괴질이 아니다

2016-10-07

회 좋아하시나요? 원래 더운 여름철에는 식중독 등을 이유로 회와 같은 날것은 먹는데 주의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올 여름에는 유난히 심했던 무더위와 겹친 콜레라 발생이라는 악재로 인해 특히나 회와 해산물 소비가 급락했습니다. 이번 콜레라는 2016년 8월 25일, 경남 거제에서 2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총 4명의 환자가 확진되었습니다. 다만 이번 사태는 이들 모두 회복된 후, 최장 잠복기가 지난 후까지 더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지 않아, 지난 9월 20일 최초 진원지였던 거제시는 콜레라 발생 상황 종료를 선언하고 콜레라비상대책본부를 해체했습니다.


국내 콜레라 발생 현황


다행히도 이번 콜레라 환자 발생은 초기 진화되어 더 이상의 큰 피해 없이 상황이 종료되었지만, 발생자 사이의 연결고리가 발견되지 않아 초기에는 발생 경로를 파악하는데 애를 먹었지요. 특히나 국내에서는 지난 2001년 경북 영천에서 발생했던 콜레라 유행 이후 처음 발생한 국내 콜레라 발생이어서 더욱 우려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당시 영천의 한 식당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콜레라에 걸린 사실을 모른 채 음식을 만들어 팔아 무려 100여명에 가까운 식당 손님들에게 콜레라를 옮겼으며 이 환자들을 중심으로 가족들의 2차 감염이 일어나 총 160여명의 환자들을 발생시킨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때의 유행 이후 15년 간이나 콜레라의 국내 발생은 보고되지 않았고, 이 시기 콜레라로 진단반은 40여명의 환자들은 모두 해외 여행 중에 콜레라에 감염된 채 귀국한 경우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콜레라 환자 4명 중 3명은 외국에 체류한 적이 없으며, 2001년의 경우와는 달리 서로 접촉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유전자형을 지닌 콜레라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져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지요. 결국 지난 9월 10일, 질병관리본부는 역학 조사 결과, 바닷물이 콜레라균에 오염되어 있었으며, 오염된 바닷물에서 잡은 해산물을 회로 섭취한 것이 콜레라 감염 경로였음을 밝히고, 해산물의 생식을 금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콜레라는 무엇인가?


원래 콜레라는 비브리오 콜레라(vibrio cholerae) 균이라는 세균이 일으키는 질병으로, 주로 콜레라균에 오염된 물과 음식을 통해 입으로 전염되는 수인성 전염병입니다. 콜레라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며, 발병한 뒤 치료를 하지 않으면 40~70%의 사람들이 발병 3~7일 내에 사망하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원래 콜레라는 기원전 300년 전부터 인도의 갠지스강 유역에서 존재하던 일종의 풍토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서구 열강의 식민지 지배 과정에서 이들의 위장에 올라탄 콜레라는 곧 전 세계로 유입되어 19세기 전세계에서 가장 맹위를 떨치는 질병이 되었습니다. 이중 1817년 인도 캘커타 지역에서 발생한 콜레라는 1823년까지 6년간 동남아시아, 중국, 서남아시아는 물론이거니와 극동에 위치한 우리나라와 일본까지 번져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이후 대여섯번에 걸친 전세계적 콜레라 유행으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기록에 따르면 1821년 여름, 처음 콜레라가 상륙합니다. 당시 평안도 지역에서 처음 발병한 괴질은 순식간에 수만의 사망자를 내고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져 나갔습니다. 이전에도 대규모 역병이 돈 적은 많았으나 이번은 달랐습니다. 이 병은 처음에는 가벼운 배앓이와 설사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정도야 흔히 있는 일이었기에 색다를 것도 없었지만, 문제는 그 속도와 양이었습니다. 일단 증상이 발병한 환자들은 환자들은 무서운 속도로 몸 속의 수분을 쏟아냈고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탈수로 인해 기진맥진한 채 죽어간 것이죠. 이 괴질의 진행이 얼마나 빨랐는지 약을 쓰고 굿을 할 시간도 없었다고 합니다. 가족의 3일장을 채 치르기도 전에 도 다른 가족이 숨을 거두는 지경이었기 때문이지요. 또한 치사율은 어찌나 높았는지 병에 걸린 이들 중 열에 아홉은 숨을 거두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 괴질은 호열자(虎列刺)라고 불렀습니다. 이 말은 콜레라의 한자 음차인 동시에, ‘호랑이가 살을 찢는 듯’ 무섭고 고통스러운 질환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호열자의 기세는 좀처럼 꺾일 줄 모르고 지속되었고 이후에도 몇 년에 한 번씩 등장해 수십만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곤 했습니다. 이는 바로 현대인들은 콜레라(cholera)라고 부르는 질환이었습니다.


콜레라의 원인, 오염된 물


콜레라는 대표적인 수인성 질병입니다. 수인성 질병이란 질병의 전염원이 식수에 기인한다는 뜻입니다. 콜레라균은 물 속에 살기 때문에, 오염된 식수 그 자체나 이 식수를 이용해 만든 음식들, 혹은 오염된 물에서 살아가는 생선이나 해산물로 인해 전염이 됩니다. 이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낸 건, 1854년이었습니다. 당시 영국 런던의 브로드가에서는 경찰들이 주민들의 식수원이었던 공용 우물의 물펌프를 강제로 뜯어가는 일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이는 주민들을 괴롭히거나 탄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살리기 위한 처치였습니다.
당시 런던에서는 콜레라가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첫 환자가 발생한지 열흘 만에 런던에서만 5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이 기세가 이어지면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때 당시 영국의 의사였던 존 스노는 콜레라 환자들의 발병 분포를 살피다가 뭔가 이상함을 느낍니다. 수백명에 달하는 콜레라 환자들이 런던의 특정 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발생했고, 심지어는 길 하나 사이로 이쪽 지역에는 사람들이
런던 콜레라 유행시 폐쇄되었던 일명 존 스노우 펌프. 지금은 더 이상 쓰이지 않지만, 기념으로 남겨져 있다.
http://www.ph.ucla.edu/epi/snow/snowpub.html
줄줄이 죽어나가는데, 길 너머 지역에는 환자가 하나도 발생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스노 박사는 이 발병 패턴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콜레라가 집중적으로 발병한 지역의 사람들은 모두 같은 공용우물에서 물을 길어다가 먹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아직 콜레라균의 존재조차 모르던 시절이었지만, 어쨌든 이 패턴을 통해 이 우물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감’을 잡은 스노 박사는 당국을 설득해 우물 폐쇄를 이끌어냅니다. 그리고 우물이 폐쇄된 뒤 며칠 만에 콜레라는 잦아들면서 스노 박사의 예상이 맞았다는 것이 증명됩니다. 이리하여 1854년 런던의 콜레라 유행은 최종 616명의 사망자를 낸 채 막을 내리게 됩니다. 비록 뼈아픈 희생이었지만, 스노 박사의 발빠른 대처 덕에 이전처럼 수십만명이 몰살당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지요. 이 사건은 작게는 런던에서 콜레라 유행을 멈추는 일이었지만, 크게는 인류에게 최초로 ‘환경을 바꾸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http://www.ph.ucla.edu/epi/snow/snowpub.html

과거, 괴질로써의 콜레라


이처럼 콜레라는 19세기에 걸쳐, 갑자기 등장해서는 수십만~수백만명의 사람들을 죽이고는 또다시 사라졌다가 등장하는 ‘귀신같은 질병(怪疾)’이었습니다. 몇 년 전 MBC에서 방송한 드라마 ‘닥터 진’에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타입슬립하여 구한말 조선시대로 날아간 의사 닥터 진이 당시 조선을 휩쓸었던 괴질의 유행을 접하고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19세기의 조선에는 이전에는 전혀 발생한 적이 없었던 새로운 질병이 발생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중이었습니다. 당시 콜레라가 유행하자 집집마다 대문에 커다란 고양이나 호랑이 그림을 그린 부적을 붙이는 것 또한 유행이 됩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 무서운 질병을 쥐 귀신의 행패로 여겼다. 즉, 쥐 귀신의 난동으로 인해 콜레라가 발생하므로 대문에 쥐 잡는 고양이 그림을 그려두어 이를 쫓아내고자 한 것이죠. 이 장면은 ‘닥터 진’에서도 등장합니다. 질병을 귀신의 장난질로 여겨 귀신을 달래거나 겁을 주어 쫓아내고자 하는 벽사(辟邪) 의식의 일환인 것이죠. 하지만 아무리 고양이와 호랑이를 무섭게 그려 붙여도 콜레라를 일으키는 쥐 귀신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 때 이미 현대 의학을 공부해 콜레라는 콜레라균이 일으키는 수인성 질병이며, 탈수 증상을 막으면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닥터 진은 사람들에게 모든 종류의 물과 음식을 반드시 팔팔 끓여 마시면 콜레라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이미 콜레라에 걸린 사람들은 탈수 증상이 심해지지 않도록 끓인 물에 소금과 조청(당시에는 설탕이 귀했기 때문)을 넣어 만든 일종의 전해질 용액을 마시게 해서 이들을 치료합니다. 실제로 WHO는, 콜레라 예방을 위해 모든 물과 음식을 끓여먹고 용변을 보고 난 뒤 손을 비누로 깨끗이 씻는 것을 권장하며, 콜레라 환자들에게는 끓여서 식힌 물 1리터에 소금 2.5g과 설탕 30g을 녹여 만든 경구 수액을 투여해 탈수 증상을 완화시킬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콜레라 치료법

사실 콜레라균은 그렇게 강한 균은 아니어서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우리의 면역계가 스스로 퇴치할 수 있는 균입니다. 그런데 콜레라균은 사람에게 이런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사람의 경우, 체중의 60~70%가 수분으로 이중에서 10~15%를 잃게 되면 탈수 증상으로 목숨을 잃게 됩니다. 그런데 콜레라균이 콜레라톡신은 장점막을 마비시켜, 내부의 수분들을 모조리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작용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콜레라에 걸린 사람들은 거의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뜨물에 가까운 흰색이나 엷은 황색의 설사를 반복하다가 탈수증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콜레라에 걸린 사람에게는 수분 보충이 가장 중요합니다. 일단 탈수를 막아야 살아날 위험이 있으니까요. 이렇게 수분만 충분히 보충해 주어도 정상적인 면역력을 가진 사람은 살아날 수 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19세기 말, 로베르트 코흐가 콜레라의 원인이 물 속에 든 콜레라균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덕에 콜레라균을 퇴치하는데 효과적인 항생제도 구비되어 있으니 예전처럼 콜레라가 무서운 질병은 아니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번 사건은 한 번 퇴치된 것으로 보이는 질병이라고 하더라도 순간의 방심으로 인해 얼마든지 다시 유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일종의 경고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손발을 깨끗이 씻고 식수와 음식을 충분히 익혀 먹는다는 가장 기본적인 생활 습관만 잘 지켜도 질병의 상당수가 예방된답니다. 손씻기의 귀찮음과 콜레라의 고통은 비할 바가 되지 못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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