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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노벨상 이야기

2016-10-21

노벨상 이야기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그래도 10월이 되면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는 분야가 있지요. 바로 노벨상입니다. 특히나 물리/화학/생리의학상 등 3대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이 누구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그중에서도 생리의학상에 가장 관심이 가곤 합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최근의 공동 수상 경향에서는 이례적으로 단독 수상자로 결정된 사람은 반세기 동안 ‘자가포식' 연구에 매진했던 일본 도쿄 공업대 명예교수인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입니다.


자가포식이란?


자가포식, 영어로 autophagy란 ‘스스로’라는 뜻의 auto와 ‘먹는다'는 뜻을 지닌 phagy라는 단어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말로, 말 그대로 ’세포가 자기 몸의 일부를 먹어 치우는 것‘ 을 말합니다. 내 몸을 먹어치우다니, 얼핏 끔찍한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포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우리 몸을 비롯해 살아 있는 생명체들은 기본적으로 세포라고 불리는 아주 작은 주머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생물의 정의 중 하나가 ’세포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뜻이 있으니 그만큼 세포는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셈이죠. 사람의 몸도 예외가 아니라, 우리의 몸은 약 200여가지 종류의, 50~100조(兆) 개에 달하는 수많은 세포들의 집합체입니다. 세포들은 육안으로는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현미경을 통해 사람의 세포를 확대해보면 세포 내부 공간은 한데 뒤섞여 있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더욱 작은 초미니 사이즈의 주머니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세포내 소기관이라고 하는데, DNA를 저장하는 기능을 하는 세포핵, 세포내 에너지 생산 공장인 미토콘드리아, 세포내 단백질 합성공장인 리보좀, 세포내 재활용 센터인 라이소좀 등이 대표적인 세포내 소기관들입니다.

이들은 세포 내에서 늘상 존재합니다. 그런데 세포를 유심히 관찰하던 과학자들은 기존과든 다른 새로운 세포내 소기관을 발견합니다. 즉, 평소에는 존재하지 않다가 세포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이전에는 없던 작은 주머니들이 갑자기 만들어져 여러가지 물질들을 잡아다가 세포내 재활용 센터인 라이소좀에 전달해 분해시키는 것을 관찰한 것입니다. 이 때 생성되는 주머니들은 마치 물고기를 잡는 그물처럼 효과적으로 세포내 노폐물이나 단백질들을 수집해 분해합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이 때 관찰되는 작은 주머니들에 ‘자가포식소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자가포식소체에 의해서 라이소좀 쪽으로 옮겨진 물질들은 라이소좀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효소에 의해서 잘게 쪼개진 뒤, 세포의 다른 구성 요소를 만드는 재료로 재활용 됩니다. 자가포식소체란 재활용품을 담아 재활용 공장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입니다. 자가포식소체가 발견된 건 이미 1960년대이지만, 이 자가포식소체 자체가 늘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생겨났다가 없어지는 존재라서 연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스미 교수는 반 세기에 달하는 긴 시간을 오로지 이 연구에 매달렸고, 그 노력의 결실로 노벨상 수상자의 영광을 얻게 된 것이죠.


자사포식소체의 증가이유


자가포식소체가 평소에는 관찰되지 않다가 특정 상황이 되면 갑자기 등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가 포식소체가 등장하는 첫번째 경우는 세포 내 쓰레기들이 많아지는 경우입니다. 세포에 다른 세균이나 기타 다른 이물질이 유입되는 경우, 이들이 세포의 정상적인 생존 시스템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없애버려야 합니다. 이 때 세포는 자기포식유전자를 발현시켜 자가포식소체를 만들어내 이들을 잡아다가 분해하기 좋도록 라이소솜에 직접 갖다줍니다. 마치 우리 집에 도둑이 칩임하면, 신고를 받은 경찰들이 출동해 이들을 잡아다가 경찰서로 데리고 가는것처럼 말이죠.
두번째로 자가포식소체가 늘어나는 경우는 세포가 굶어서 먹을 것이 부족해질 때입니다. 그럼 세포들은 살아남기 위해 세포 내부를 샅샅이 뒤져 조금이라도 쓸모가 있어 보이는 것들을 모조리 쓸어다가 라이소좀에 갖다주고, 이를 분해해 세포들이 살아가는 비상식량으로 삼습니다.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건 두 번째입니다. 쓰레기가 많아지면 이를 갖다 버리는 것은 상식입니다. 그런데, 이 자가포식소체가 세포에 영양분이 부족해질 때, 즉 약간 굶었을 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단어가 되었지만, 한 때 ‘헝그리 정신’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배고프고 절박한 사람이 더욱 목표를 위해 매진한다는 뜻을 지녔는데, 이 말이 지니는 이중적 의미는 잠시 접어두고 세포는 마치 이 헝그리 정신을 아는 듯이 행동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세포를 아예 굶기는 것이 아니라, 세포에 영양분을 필요한 양보다 약간 덜 주는 것입니다. 영양소가 조금 부족해지면, 세포는 자가포식소체를 만들어내 세포 곳곳에 뭔가 쓸모있는 게 있나 눈에 불을 켜고 뒤지기 시작합니다. 풍족할 때는 동전 몇 개 정도는 여기저기 굴러다녀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이제 십원짜리 하나까지 탈탈 뒤져 찾아내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겸사겸사 이전에 미처 관심을 두지 않았던 활성 산소 한 두개라든가 작은 크기의 노페물이나 세포 건강을 위협하는 물질들도 하나하나 샅샅히 찾아내 라이소좀으로 보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 과정이 오히려 세포의 건강을 더 증진시킨다는 것입니다. 소식(小食)은 지금까지 밝혀진 거의 유일한 장수요법임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지난 100여년 동안 숱하게 이어진 실험 결과,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칼로리만 필요량보다 30% 줄여서 섭취하게 하면, 효모를 비롯한 작은 미생물들은 수명이 3배 가까이 늘어나고, 초파리는 2배 늘어났으며, 쥐의 경우에는 수명이 30~50% 증가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사람의 경우에는 인위적으로 굶기는 실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데이터는 없지만, 전 세계 장수마을의 특성을 조사해본 결과 대부분 소식하는 지역이었다는 보고도 있은 바 있습니다. 소식이 장수와 연결되고, 이 효과가 몸집이 작을수록, 즉 세포의 개수가 적을 수록 더욱 드라마틱하게 관찰된다는 건 라이소좀의 활성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소식이지 절식이나 단식이 아닙니다. 너무 오랫동안 굶으면 자가포식소체는 본능적인 행동으로 세포를 유지하는 필수적은 요소까지 갉아먹어 세포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자살소체’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자가포식소체의 적절한 활성은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데 매우 중요한 지점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 자가포식소체의 기능 저하가 당뇨병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거든요.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종종 췌장의 베타세포에 해로운 단백질인 아밀로이드가 쌓이면, 베타세포가 기능을 잃고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해 당뇨병에 걸리게 됩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아밀로이드가 베타세포를 파괴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아밀로이드가 왜 췌장에 쌓이는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자가포식소체의 역할이 알려지면서, 원래 세포 내에서 찌꺼기로 발생하는 아밀로이드를 자가포식소체의 기능 이상이 생겨 제때 제거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니까 아밀로이드는 일종의 음식물쓰레기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먹는 이상 음식물 쓰레기가 안 나올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가 나올 때마다 잘 분류해 버려주면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만약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그대로 개수대에 방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들이 썩어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것은 물론이고, 결국에는 개수대가 막혀서 더이상 쓸 수 없게 될 것이 뻔합니다. 마찬가지로 자가포식세포가 적절히 아밀로이드 쓰레기를 처리해주지 못하면 베타세포는 기능을 잃고 당뇨병의 원인이 되지요. 이 밖에도 자가포식소체의 기능 이상은 갑자기 세포가 미친듯이 폭주하여 일어나는 암이나 세포가 갑자기 기능을 잃고 죽어버리는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에도 쓰레기 단백질인 아밀로이드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 원인 중 하나거든요. 학자들은 현재 이 분야의 연구를 통해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더 좋은 항암제와 신경질환치료제를 개발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노벨상의 의미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사라지는 바람같은 존재였던 자가포식소체를, 일생을 바친 연구 끝에 잡아낸 오스미 교수의 흔들리지 않은 노력이 노벨상의 영광으로 치하될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오스미 교수가 수상자로 선정된 뒤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 참으로 인상깊습니다.
“나처럼 기초생물학을 연구해 온 사람이 이런 평가를 받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과학이 정말 사회에 도움이 되려면 100년 뒤가 돼야 할지도 모릅니다. 미래를 내다보고 과학을 하나의 문화로 인정해주는 사회를 바랍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이게 뭐지’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매우 많습니다. 그런 것을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과학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젊은 세대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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