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Go Top

생활

세부모 아기

2016-10-28

사람처럼 유성생식을 하는 생명체들은 엄마와 아빠, 두 명의 부모를 가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인간 세상에서는 친부모와 양부모, 의붓부모 등 사회적/법적으로는 여러 명의 부모를 갖는 것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생물학적으로 아이에게 유전자를 물려주는 이들은 생물학적인 어머니와 아버지 둘 뿐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바로 지난달, [뉴사이언티스티]지는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웃으며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 의사의 사진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그는 미국 뉴욕의 새희망출산센터(New Hope Fertility Center)의 생식의학 전문가 존 장(John Zhang) 박사이며, 그의 품에 안긴 갓난아이는 세계 최초로 세 명의 부모에게서 유전물질을 받아 태어난 세부모 아이였습니다.


대리모를 통한 탄생


사실 물리적으로 세 부모 아이가 태어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바로 대리모 기술 때문입니다. 원래 사람의 임신 과정은 여성의 몸 속에서 일어납니다. 여성은 생식세포인 난자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이 난자와 남성의 정자가 합쳐져 만들어진 수정란을 자궁에 착상시켜 아홉달 동안 키우는 것까지 전담합니다. 즉, 수정과 임신이 모두 같은 여성의 몸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죠.
바로 4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아이들은 이런 방법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1978년 영국에서 산부인과 의사였던 제임스 스텝토와 생식의학 전문가였던 로버트 에드워즈 박사가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 루이즈 브라운을 탄생시켜면서 이 법칙을 깨뜨립니다. 이들은 엄마의 난자와 아빠의 정자를 엄마의 몸 밖에서, 즉 시험관 위에서 수정시킨 후, 이렇게 만들어진 배아를 다시 어머니의 자궁에 착상시켜 아기를 탄생시킴으로써, 수정과 임신을 분리합니다. 이는 곧, 이렇게 수정된 배아가 원래 난자를 제공한 엄마가 아니라 다른 여성의 자궁에 착상해 자라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이 가능성이 제시되자, 난소는 문제 없어 난자를 만들 수는 있지만, 자궁에 문제가 있어서 아이를 임신할 수 없는 여성들에게 자궁을 빌려주는 사람, 즉 대리모(代理母)가 등장하게 됩니다. 대리모란 이미 생성된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켜 임신한 뒤 출산하는 과정까지만 담당하는 사람으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씨받이 개념과는 다릅니다. 이렇게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아기의 경우, 난자를 제공한 엄마, 정자를 제공한 아빠, 임신하고 낳아준 엄마 까지 세 명의 부모를 가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에게 유전자를 제공한 사람은 난자와 정자를 제공한 부모 뿐이며, 대리모는 아기에게 어떤 유전자도 전해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친자확인 검사를 한다면, 이 아기는 대리모가 아닌 부모의 아기로만 판정될 것입니다.



세부모 아이의 탄생



이 아기는 세명의 부모에게서 각각 유전자를 물려받았습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한 여성이 결혼을 하고 사랑의 결실로 아이를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아기는 태어난 뒤 얼마 못 된 치명적인 신경계 질환을 앓다가 먼저 세상을 떠났으니까요. 아기를 먼저 보낸 부모의 심정은 아마 겪어보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여성은 이 끔찍한 경험을 두 번이나 겪게 됩니다. 그녀가 낳은 두 명의 아이가 모두 치료할 수 없는 신경 질환을 앓다가 어린 나이에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하게 된 것입니다. 검사 결과, 그녀는 리 증후군(Leigh Syndrome)이라는 희귀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음이 밝혀집니다. 사람의 유전자는 거의 대부분이 세포 안에 들어 있는 세포핵이라는 주머니 속에 들어 있지만, 미토콘드리아라는 주머니 속에도 0.1% 정도가 들어 있습니다. 리 증후근은 이 미토콘드리아 속 유전자가 이상이 있어서 생겨나는 질환입니다. 리 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아기들은 초기에는 아무 이상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생후 3~12개월 사이 갑자기 뇌와 척수에 염증이 발생해 점점 몸이 마비되다가 2~3살을 넘기지 못하고 호흡마비,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이 여성의 두 아이도 리 증후군으로 사망한 것이죠. 아기들은 어머니에게서만 미토콘드리아 DNA를 물려받으므로, 어머니가 미토콘드리아 DNA에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다면 아기는 모두 이 돌연변이를 물려받게 됩니다. 이미 엄마의 난자 속에 돌연변이가 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들어 있음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이 여성의 경우 또 다시 임신을 하더라도 그 아이에게 리 증후군이 나타날 것이 거의 확실했죠. 이런 비극을 또 되풀이 할 수 없었던 여성은 의료진의 도움을 청합니다. 편의상 이 여성을 A라고 합시다. A 여성의 요청을 받은 의료진들은 건강한 여성인 B에게서 난자를 기증받습니다. 여기에 A 여성의 난자에서 뽑아낸 세포핵을 주입시켜, 혼합 난자를 만든 뒤 여기에 A 여성의 남편인 C의 정자를 주입해 수정란을 만듭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배아를 A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켜 임신하여 아기를 낳게 한 것이죠. 이 아기의 경우,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가 없는 여성의 난자를 이용했기 때문에 리 증후군의 걱정이 덜어집니다. 하지만, 이 아기는 세포핵에는 A여성과 C 남성의 유전자를, 미토콘드리아 속에는 난자 기증자인 B 여성의 유전자를 지닌채 태어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세명의 부모로부터 모두 유전자를 받은 채 태어난 최초의 아기가 된 것입니다.



윤리적 문제의 대두


사실 이 기술은 치명적인 유전질환을 가진 부모가 건강한 아기를 얻기 위한 마지막 시도였고, 그런 점에서 그 의도는 선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문제시 되는 것은 이 과정이 아직 미국에서는 정식으로 승인되지 않은 기술이며, 의학적으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다소 위험한 기술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연구소는 미국 뉴욕에 있지만, 이 시술 자체는 멕시코에서 시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멕시코가 미국보다 인간의 수정란을 조작하는 실험적 절차(experimental procedure)에 대한 허가가 덜 까다롭기 때문이죠. 게다가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다섯 개의 배아 중에서 네 개는 시술 과정에서 심각한 염색체 이상이 나타나 배아 수준에서조차 제대로 자라지 못했으며, 겨우 하나의 배아만이 정상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는 성공률 20%로, 일반적인 시험관 아기 시술에서 대부분의 난자가 정상적인 수정란을 형성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성공률입니다. 따라서 혹시나 리 증후군을 막으려고 했던 시술이 아기에게 다른 유전적 이상을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도 따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세 부모 아기는 많은 법적, 윤리적, 의학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어떤 쪽으로 가닥을 잡아갈지 아직은 불투명하지만, 제발 이번에 태어난 아기만큼은 부모의 바람대로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Close

우리 사이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와 다른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이용함으로써 당신은 이 기술들의 사용과 우리의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