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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미세플라스틱의 공포

2016-11-04

미세플라스틱의 공포
역사적 시대 구분에서 도구를 이용하는 방법은 가장 흔하고 보편적입니다. 주로 자연물인 돌을 이용해 도구를 만들었던 석기 시대는 다시 돌을 가공하는 방식에 따라 뗀석기시대와 간석기시대로 나뉩니다. 이 다음에 오는 시기는 금속을 제련하고 가공할 줄 알게 된 금속시대로 다시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로 나뉘지요. 그렇다면 현대는 어떤 시대일까요?


플라스틱의 시대


후대의 역사가들은 20세기 이후의 시대를 플라스틱의 시대로 구분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현대인들이 살면서 접하는 물질의 절반 이상이 플라스틱 제품이라고 할 정도로 플라스틱은 우리 사회에 매우 흔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수전 프라인켈은 이 이야기를 듣고 ‘플라스틱 없이 살아보기’를 결심해봅니다. 평소 천연물질 애호가였던 수전은 플라스틱 제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그래서 없어도 살 수 있을 듯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플라스틱 없이 살기 결심한 바로 그 날 아침, 잠에서 깬 그녀는 겨우 10초 만에 고민에 빠지고 맙니다. 수전은 매우 시력이 나빠 잠에서 깨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안경을 찾아 쓰는 일이었는데, 가만 보니 안경 코받침이 플라스틱이었거든요. 그래서 안경을 두고 더듬더듬 화장실에 밤새 참은 소변을 보려 했더니 변기 커버도 플라스틱입니다. 어찌어찌 처리하고 주방으로 가서 시원한 물 한 잔 마시려고 했더니 냉장고 손잡이가 플라스틱이었고, 심지어 생수는 페트병에 담긴 채 냉장고 안 플라스틱 선반에 놓여 있었지요. 거기에 칫솔과 화장품과 신발과 가방과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이 안 들어간 제품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그녀는 깨닫습니다. ‘플라스틱 없이 살아가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요.


플라스틱 공해



포기가 빠른 수전은 목표를 바꿉니다. 플라스틱 없이 사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에 대해 알고 살아가기로요. 그래서 그녀는 그날 하루 종일 자신이 접하는 플라스틱의 목록을 빠짐없이 기록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녀의 ‘플라스틱 리스트’에는 무려 196종의 이름이 기록됩니다. 그야말로 수전을 비롯한 현대인들은 플라스틱에 둘러싸여 살고 있었던 것이죠. 우리는 플라스틱 섬유로 만든 옷을 입고, 플라스틱으로 물건을 포장하며, 플라스틱으로 내부가 마감된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휴대폰과 컴퓨터로 일을 합니다. 심지어 전혀 플라스틱이 들어 있을 것 같지 않은 치약과 스크럽 제품 등에도 플라스틱이 들어있었다고 하니 말 다했지요. 여기서 말하는 플라스틱은 치약 튜브나 화장품 용기를 만드는 플라스틱이 아니라, 그 내용물 자체에 들어 있는 미세 플라스틱을 말합니다. 치약과 스크럽 화장품에는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크기의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들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들은 치아나 피부 표면과 마찰을 일으켜 이물질들을 좀더 깨끗하고 꼼꼼하게 닦아내는 용도로 쓰입니다. 이런 미세 플라스틱들은 대부분 양치 혹은 목욕용을 사용되기 때문에 사용 이후 그대로 하수도를 타고 흘러나가는데요, 유렵연합환경집행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이런식으로 바다로 흘러드는 미세 플라스틱의 양이 연간 8천톤인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유해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바다 속 미세 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은 종류에 따라 크기가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0.01~0.33mm 정도의 아주 작은 입자라서 사람의 맨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물 속에 사는 물고기들은 숨쉬기 위해 아가미로 물을 걸러낼 때마다 이 미세플라스틱도 같이 들이켜게 되며, 이들은 그대로 물고기의 몸 속에 쌓이게 됩니다.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진들은 미세 플라스틱이 없는 수조와 지름이 0.09mm인 작은 폴리스티렌 입자가 들어 있는 수조에서 각각 유럽 퍼치(European perch)라는 이름의 물고기를 키웠습니다. 0.09mm는 매우 작은 크기라서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크기이기 때문에, 얼핏 보기엔 두 수조의 물은 똑같아 보였지요. 하지만 미세 플라스틱이 없는 수조에서 키운 물고기가 낳은 알의 부화율은 96%였지만, 미세 플라스틱이 있는 수조에서 키운 물고기 알의 부화율은 81~89%로 떨어졌고, 미세 플라스틱의 농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거기에 비례해 부화율이 낮아졌다고 합니다. 또한 여기서 깨어난 치어(어린 물고기)의 경우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많이 함유된 물에서 태어난 경우 잘 움직이지 않고 활동성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수조 안에 유럽 퍼치를 잡아먹고 사는 강꼬치고기라는 천척 물고기를 넣어주었더니,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높은 쪽 수조에서 태어난 퍼치 치어들은 빠르게 움직이지 못해 24시간 후에는 한 살아남지 못햇다고 합니다. 같은 시간 동안 깨끗한 물 속의 치어들은 거의 절반에 달하는 46%가 살아남았는데 말입니다.

미세 플라스틱 함유 화장품

지난 4년간, 이를 비롯해 비슷한 종류의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면서 미세 플라스틱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를 결과로 각국에서는 뒤늦게나마 미세플라스틱의 사용 금지 조치가 취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식약청에서 지난 9월 28일, ‘화장품 안전 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통해 2017년 7월부터는 화장품에 미세 플라스틱 함유를 금지하고, 2018년 7월 이후에는 기존에 만들어진 제품이라도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된 제품은 판매 금지한다는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치약이나 화장품에 들어가는 미세 플라스틱을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처럼 원래부터 크기가 작은 1차 미세 플라스틱들을 금지한다 하더라도,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생기는 2차 미세 플라스틱까지 막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2차 미세 플라스틱이란 플라스틱에서 나온 부스러기들을 말합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수많은 자동차 타이어들은 아스팔트 바닥을 미끄러지며 공기 중으로 미세한 타이어 조각들을 흩뿌립니다. 우리가 입고 있는 화학섬유 옷에서는 끊임없이 작은 실오라기들이 분출되고,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오랜 시간 파도에 휩쓸려 떠다니면서 화학적/물리적 충격을 받아 잘게 부스러지면서 미세 플라스틱들을 만들어냅니다. 플라스틱은 썩지 않기 때문에 다른 물질로 바뀌지 않고 그저 작게 쪼개지면서 언젠가는 모두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지게 되겠지요. 그러니 궁극적으로 미세 플라스틱을 없애기 위해서는 모든 플라스틱 제품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미 플라스틱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현재의 익숙한 편리함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아마도 플라스틱 시대를 살아갈 현대인들을 오랫동안 괴롭힐 숙제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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