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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왜 남자는 가을을 탈까?

2016-11-11

왜 남자는 가을을 탈까?
며칠 전 입동이 지나고 보니, 이제는 가을이 아니라, 겨울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만한 계절이 되어 버렸네요. 원래 가을이란 여름과 겨울 사이에 끼어서 바람같이 지나가는 아쉬운 계절이었지만, 올 가을은 온갖 사건들이 정신없이 이어지면서 정말 오는 것도 못 느꼈는데 지나가버린 듯한 느낌이 듭니다. 오늘은 정신없이 지나온 가을의 끝자락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마지막으로 ‘가을 타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가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수확, 결실, 추석 등 풍요로운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이 더올리는 단어는 낙엽, 고독, 쓸쓸함 등 외롭고 우울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나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해서, 긴 트렌치 코트 깃을 세우고, 낙엽이 수북한 거리를 걷는 우수에 찬 신사의 의미지가 떠오르곤 합니다. 그런데 정말 남자는 가을에 더 예민해지는 걸까요?
사실 남자든 여자든 가을이 되면 다른 계절에 비해 더 가라앉는듯한 느낌이 든다고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 가장 널리 알려진 이론이 호르몬의 영향설입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24시간이라는 일주기성에 맞추어 진화해왔다. 일주기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바로 인체 내에서 생리현상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그런데 우울한 느낌을 없애주는 항우울성 호르몬의 경우 일조량이 많을수록 활발하게 분비되며, 반대로 가을처럼 일조량이 줄어들면 분비량도 줄어들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심리적 안정과 엔도르핀 생성을 촉진하는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이다. 일조량이 줄면 비타민D 합성이 줄면서 세로토닌 활성도가 낮아져 우울해질 수 있다. 이에 비해 ‘밤의 호르몬’으로 알려진 멜라토닌은 가을에 분비량이 늘어나게 된다. 수면주기를 조절하는 멜라토닌은 밤에 많이 생성되는데, 분비량이 늘어나면 에너지 부족, 활동량 저하, 슬픔, 과수면 등의 생화학적 반응이 나타난다.
햇빛이 풍부한 적도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북극 가까이 사는 사람들보다 더 낙천적인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춥고 햇빛이 적은 북유럽 지역의 우울증 발병률은 약 10%이지만, 따뜻하고 일조량이 풍부한 지중해 연안은 1%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말 남자가 더 가을을 탈까?

특히 남성의 경우 일조량 부족으로 비타민D 합성이 줄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도 줄어들게 되어 우울감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멜라토닌 같은 경우도 특성 자체가 여성의 신체리듬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유독 남자가 가을을 더 타는 이유 중 하나로 설명할 수 있다. 가을이 남자의 계절인 이유를 ‘상승정지증후군’으로 설명하는 견해도 있다. 상승정지증후군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리던 사람이 더는 성취해야 할 목표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 심리적으로 허무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모두들 결실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자기 혼자만 뒤쳐진다고 생각할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남성들은 대개 여성들보다 성취욕이 더 강하므로 가을에 이 같은 증후군에 빠질 수 있으며, 중년 남성들이 특히 더 많이 가을을 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가을을 타는 이유를 설명하는 요소 중 하나를 추가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최근에 발표됐다. 계절적 상황과 상관없이 다른 사람보다 외로움을 더 잘 느끼는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약학대학 연구진은 50세 이상 성인 1만여 명의 유전자 정보 및 건강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후 그들에게 외로움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심각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 비슷한 유전적 형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 연구진은 외로움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의 정체를 아직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 연구결과는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의 경우 외로움의 유전적 소인을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우울함을 느끼게 하는 유전자
행복을 느끼게 하는 유전자

외로움이나 우울함을 느끼게 하는 유전자가 있다면,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유전자도 있다. 개인마다 행복을 느끼는 차이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는 이미 발견됐다. 미국 휴스턴 베일러의과대학 등 17개국의 국제공동연구팀이 약 30만명의 유전자를 비교․분석한 결과, 행복에 관한 유전자 변이 3개를 찾아낸 것이다. 지난 4월 발표된 이 연구결과에 의하면, 행복 유전자는 중추신경계와 췌장 조직, 그리고 아드레날린 등의 호르몬을 분비하는 부신에서 주로 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면 가을에 유독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들은 더욱 우울해질지도 모른다. 혹시 나에게 외로움 유전자가 있어서, 혹은 행복 유전자가 남들에 비해 없어서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행복 유전자를 발견한 연구진은 이 같은 확대 해석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자신들이 발견한 행복 유전자 3개는 심리 특성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할 뿐 유전자가 개인의 행복과 우울을 결정짓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니 올 가을이 유난히 외롭고 쓸쓸하더라도 조상 탓을 할 이유는 전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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