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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사이보그여도 괜찮아!-사이배슬론

2016-11-18

사이보그여도 괜찮아!-사이배슬론
혹시 ‘600만 달러의 사나이’를 기억하시나요? 우주비행 중에 사고로 인해 장애를 입은 스티브 대령이 첨단 과학기술의 힘으로 인공 신체를 이식받아 보통 사람보다 더 뛰어난 초인이 되어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으로,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지이이잉~’하던 효과음과 함께 슬로우모션으로 달리던 스티브 대령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날 정도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600만 달러의 사나이는 미국 ABC 방송국에서 1974년부터 78년까지 방영한 드라마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6년과 1988년 2번 방영되어서, 7080세대들에게는 익숙한 내용이었죠. 이처럼 이미 대중문화 영역에서는 신체의 일부를 기계로 보강한 사이보그 인간의 모습을 수십년전부터 흔히 볼 수 있었지만, 현실의 사이보그는 아직 명확히 그려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이보그란 개념이 더이상 상상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은 지난달 스위스에서 치뤄진 사이배슬론 대회만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사이배슬론 대회

사이배슬론 대회란 기계로 신체의 일부를 대치한 사람이라는 뜻의 ‘사이보그(cyborg)’와 경기를 의미하는 라틴어인 ‘애슬론(athlon)’의 합성어로서, 다시 말하자면 사이보그가 된 사람들의 경기라는 뜻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경기에 출전하는 사람들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며, 이들이 생체공학적 로봇을 이용해 일종의 경기를 하는 것입니다. 흔히 장애인들의 경기라고 한다면 올림픽에 뒤이어 치뤄지는 패럴림픽을 많이 떠올립니다. 패럴림픽이나 사이배슬론이나 모두 출전하는 선수들은 신체적 장애가 있는 선수들이지만, 패럴림픽은 장애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경기를 치루는 것인 반면, 사이배슬론은 로봇 기술을 이용해 장애를 극복하는 정도를 경쟁하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실제로 사이배슬론에 출전한 선수들은 옷처럼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로봇이나, 전자 의수 혹은 전자 의족, 뇌파송신기 등을 착용한 채 출전하기 때문에 일명 ‘아이언맨 올림픽’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지난 10월 8일 스위스 취리히에서는 ‘인간과 기계가 함께 일할 때’라는 표어 아래, 전세계에서 모여든 66개팀의 선수들이 참여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대회에서는 각 종목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공식적으로 ‘파일럿’이라는 명칭을 붙여주었다는 것입니다. 파일럿은 수많은 기술에 둘러싸여 도움을 받으면서도 자율적으로 비행기를 조종해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또한 시험적으로 방송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처럼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처음 시도하는 경우도 파일럿이라고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사이배슬론 대회 출전 선수들을 파일럿이라고 부르는 건 매우 적절한 단어 선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첨단 기술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들의 의지대로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는 모습들을 보여준 사람들이니까요.
사이배슬론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모습

사이배슬론 대회 종목

사이배슬론 대회는 작년인 2015년에 처음 시작되어 올해가 2회째인데요, 대회의 특성상 진행은 장애를 가진 선수들, 즉 파일럿들이 첨단 보조 장비를 개발하는 과학자들과 한 팀을 이루어 참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렇다면 사이배슬론에는 어떤 종목이 있을까요? 영화 속 아이언맨처럼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초인적인 지능을 발휘할 수는 없지만, 매우 신기한 경기들이 많습니다. 이번에 열린 2회 대회의 종목으로는 △뇌파를 이용한 컴퓨터 자동차 게임 △신체 전기 자극을 이용한 자전거 경주 △전기 자극을 이용한 휠체어로 미션수행 시합 △로봇 의족을 이용한 미션수행 시합 △로봇 의수를 이용한 미션수행 시합 △외골격 로봇 착용 후 걷기 등 총 6가지 종목이 진행됐습니다. 좀더 자세히 소개하자면, 뇌파를 이용한 컴퓨터 자동차 게임 종목은, 센서가 장착된 헤드셋을 이용해 착용자의 뇌파를 읽어서 컴퓨터 화면 속의 자동차를 조종해 결승선을 통과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자동자 경주 게임 속 자동차를 모형 핸들을 돌리거나 조이스틱을 움직여서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뇌파 즉 생각만으로 조종해서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이죠. 이 기술은 원래 사고나 질병 등으로 전신이 마비된 장애인들을 위해 개발한 기술로, 마비되지 않은 마지막 신체인 뇌를 이용해 사물을 조종하는 기술이 적용된 것이죠.
또한 로봇 의수를 이용한 미션 수행 시합은, 팔이 절단된 파일럿이 로봇 의수를 장착하고 정해진 시간 내에 가능한 한 많은 미션을 수행하는 경기로, 예를 들면 구부러진 철사 사이로 물건 통과시키거나 옷걸이에 옷 걸기, 또는 매끄럽게 나무 표면 칼질하기, 빨래집게를 줄에 매달기 등 실생활에서 꼭 필요한 행위를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는지를 요구하는 종목입니다.
마지막으로 외골격 로봇 착용 후 걷기 분야는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된 사람들만 출전할 수 있는 경기로, 옷처럼 착용 가능한 외골격 로봇을 착용하고 걸어서 징검다리를 건너기, 계단 오르내리기, 장애물 피해 걷기 등을 겨루는 경기입니다. 특히나 이 종목은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 연구진이 메달을 따서 더욱 의미있는 종목이 되었는데요, 서강대 기계공학과, 로봇개발업체 SG메카트로닉스, 세브란스 재활병원 연구진로 꾸려진 공통연구팀이 개발한 외골격 로봇, 일명 ‘워크 온(Walk-on)’을 입은 하지마비 장애인 김병욱 씨가 파일럿으로 출전해서 세계 각국에서 온 이들과 겨뤄 당당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고 합니다. 워크온은 다리에 착용하는 외골격 지지대와 손에 끼우는 두 개의 지팡이형 보조 장치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20대에 교통 사고를 당해 20년 동안 휠체어에서 생활해 온 김병욱 씨는 이번 대회에서 워크 온의 도움을 받아 20년 만에 처음으로 두 다리로 걷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사이배슬론 대회에 거는 기대

사이배슬론 대회는 겨우 2회째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대회가 되었습니다. 인간이 자신의 몸이 가지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감동적인 모습입니다. 그리고 사이배슬론 대회는 그 감동의 순간들을 은유가 아니라, 실제로 구현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습니다. 이들 파일럿들의 움직임들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꾸준한 전진이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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