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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거짓말의 과학

2016-11-25

거짓말의 과학
옛말에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고,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커다란 범죄를 저지르고 엄청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사소한 규칙위반부터 시작하다가 그 어긋남이 점점 더 커지는 경우는 그리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사소한 잘못에서 시작되어 점점 더 대담한 잘못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이어지는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거짓말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영국 런던대 심리학과 탤리 샤롯 교수는 "거짓말을 반복하면 뇌에서 제동장치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점점 더 정도가 심한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10월 25일자 발간된 국제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최신호의 논문을 통해 말했습니다.
이 연구팀은 거짓말을 할 때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 촬영장치(fMRI)로 관찰했습니다. fMRI란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의 줄임말로 우리말로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이라고 합니다. 흔히 MRI는 ‘비싼 검사법’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요,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서 몸 속에 가려진 부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치입니다. 일반적으로 MRI는 엑스레이나 CT로를 잘 보이지 않은 연부조직, 즉, 뇌와 척수, 근육, 연골, 인대같은 부위를 자세히 보는데 매우 유용합니다. 일반 진단용 MRI와 달리 fMRI는 두뇌의 움직임을 관찰하는데 사용되는 MRI입니다. 우리의 뇌는 매우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는 가성비가 낮은 기관입니다. 그래서 두뇌의 특정부분이 활성화되면 그 쪽으로 혈류가 증가하게 되고, 이로 인해 혈당과 산소공급이 증가합니다. 이 때 뇌에 산소를 전달해주는 것은 적혈구인데, 적혈구는 철 성분이 풍부합니다. 그런데 MRI는 강력한 자기장을 발산하는 기계이고, 철 성분이 자석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를 fMRI로 측정하면, 뇌에 어떤 부분에 피가 더 많이 모이는지 알 수 있고 지금 뇌의 어떤 부분이 더 활성화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이죠. 샤롯 교수의 연구팀은 18~65세 사이의 자원자 80명에게 '거짓말 보상 게임'을 시키면서 동시에 fMRI를 통해 이들의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했다고 합니다. ‘거짓말 보상 게임’이란 피험자에게 동전이 들어있는 병 사진을 보여주고, 병 속에 든 동전의 개수를 파트너 역할을 하는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단순한 게임입니다. 이들에게는 파트너들에게는 동전이 든 병이 일부만 보이거나 잘 보이지 않아서 정확히 보이지 않기 때문에, 피험자들이 정확한 숫자를 세어서 알려주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죠. 물론 병 속에 동전이 입체적으로 쌓여 있으니 가려진 것까지 계산해야하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병 속의 동전 개수를 셀 수 있지요. 피험자들에게는 동전의 개수를 정확히 맞춰야 보상을 해주겠다고 미리고지를 해둔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을 60회 정도 진행하다보면 참가자들은 실제 자신이 생각한 동전의 숫자보다 부풀린 액수를 말할 때 더 많은 점수를 얻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파트너 역할을 맡은 연구진이 참가자의 거짓말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금액을 부풀려 말한 것이죠. 처음에는 ‘이 사람이 왜 내가 얘기한 것보다 더 많이 얘기해“?:’라고 의아해 하던 피험자들은 결국 그렇게 숫자를 늘려서 이야기할 때 점수를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알자, 애초에 더 큰 숫자를 알려주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처음에는 1파운드 정도 액수를 부풀려 얘기하다가 점차 액수가 커지고 거짓말하는 빈도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최대 8파운드까지 늘려서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지요

거짓말은 왜 갈수록 심해질까?

fMRI 분석에서 거짓말이 갈수록 심해지는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참가자들이 처음 거짓말을 할 때는 뇌의 부위 중에 특히 '편도체'가 활성화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편도체는 위치상 양쪽 관자놀이 안쪽 깊숙한 부위에 존재하는 부위로, 양쪽에 각각 하나씩 2개가 존재하며, 그 모양이 복숭아 씨앗처럼 생겼다고 하여 편도체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편도체는 공포와 불안감, 부끄러움을 느끼고 윤리적인 문제를 판단할 때 주로 반응하는 부위로 생쥐를 이용한 실험 결과, 편도체를 인위적으로 제거한 동물들은 공포심이 사라지고, 두려움을 못 느껴 고양이에게 덤비는 행동을 한다고 합니다. 사람의 경우에도, 사고로 인해 편도체를 다치게 되면 지능이나 판단 능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 공격적으로 행동하거나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참가자들이 처음에 동전갯수를 부풀려 말할 때 편도체가 활성화되었다는 것은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뜻이 됩니다. 동전 개수가 공포심과 연결되지는 않으니까요. 그런데 거짓말을 반복할수록 편도체 신호가 점점 약해졌다고 합니다. 우리의 뇌는 자극이 반복되면 이를 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거짓말을 제어하는 양심의 작동에도 이것이 적용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샤롯 교수는 "거짓말을 많이 할수록 자신에게 부끄럽거나 거리끼는 감정이 줄어들면서 더 능숙해지는 것"이라며 "정치인이나 부패한 금융업자, 연구 결과를 조작하는 과학자 등이 왜 엄청난 거짓말을 서슴없이 하는지 이번 실험이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거짓말도 심하면 질병?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공상허언증이라는 일종의 병적 증상까지 나타난다고 합니다. 거짓말을 자꾸 반복해 편도체가 더 이상 활성화되지 않을 수준이 되고도 이를 반복한다면, 우리의 뇌는 자신이 한 거짓말이 거짓이 아니라 진짜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이 것이 심각해지면 공상허언증이라는 일종의 정신장애 증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공상허언증은 거짓말을 지어내 떠벌이면서도 자신도 철썩 같이 믿는 증상으로 ‘병적 거짓말’ 중 가장 극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상허언증’의 유명한 예로는 잭 몽고메리 판사가 있다. 1992년 미국에서 수뢰 혐의로 재판을 받다 자살한 그는 평소 “한국전쟁 때 중공군에게 붙잡혀 모진 고문을 받았다”고 말하곤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사 도중 밝혀진 바에 따르면, 애초에 그는 군복무 때 한국에 간 적 자체가 없었다고 합니다. 다만, 그를 진료한 정신과 의사에 따르면 그는 어릴 때 아버지에게 심각한 학대를 받으며 자라났고, 성인이 되어서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그럴듯하게 합리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낸 것이 자꾸 반복되다가 결국 거짓말을 진짜로 받아들이게 된 경우라고 했습니다. 뇌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고 등으로 뇌, 특히 편도체 등에 손상을 입은 사람의 경우에 공상허언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공상허언증 환자들이 뇌손상을 입은 것은 아닙니다. 거짓말을 자꾸 반복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상실하고, 거짓말이 너무 쌓이게 되면 본인 스스로가 자신이 만들어낸 거짓의 세상 속에서 진실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죠. 처음에는 그저 칭찬받고 싶어서, 혹은 괴로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작은 거짓말이 점점 쌓이고 증폭되어서 자신마저 삼켜버리는 괴물이 된 셈이죠. 어찌되었든 간에 거짓말이란 결국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바닥없는 진창이라는 사실만은 꼭 기억해두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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