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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양초의 역사

2016-12-02

양초의 역사
요즘 화제는 단연 촛불이지요. 주말마다 타오르기 시작한 촛불은 한달이 넘도록 계속 이어질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 촛불을 둘러싼 과학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먼저 초에 대해 정의를 내려보면, 초는 고체 연료와 심지로 이루어진 광원을 말하며, 촛불을 켜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양초란 서양식 초를 의미하지요. 이 때 초를 만드는 심지는 주로 실을 여러가닥 꼬아서 만들고, 고체 연료는 밀랍이나 각종 지방 성분들을 주로 이용합니다. 촛불의 연료가 되기 위해서는 탄화수소 물질이 필요한데, 밀랍이나 지방 성분에는 이런 탄화수소 성분들이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양초의 기원
이미 기원전 3000년 경에 이집트에서는 밀랍을 이용해 초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고, 1세기경 로마에서는 쇠기름에 골풀 줄기를 심지로 한 양초가 만들어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촛불의 영어 명인 candle은 라틴어 candera에서 왔는데 이건 ‘빛이 어른거리다’는 뜻이래요. 촛불의 불꽃이 일렁이면서 어른거리는 모양새를 의미하는 것이죠. 무엇이든 탄화수소가 풍부해서 타오를 수 있는 것은 모두 양초의 재료가 될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는 고래기름도 있었다고 해요. 17세기 경에는 향유고래의 기름인 경랍으로 만든 초가 인기를 끌었다는 기록도 있지요. 경랍은 점성과 밀도가 높아 휘지 않는 단단한 양초를 만들 수 있었고, 냄새가 적고 깨끗하게 탔기 때문에 가격이 매우 비쌌다고 합니다. 하지만 근대적 형태의 양초가 등장하기 전까지 주로 양초의 연료로 쓰였던 것은 대부분 소의 기름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설 중에 로라 잉걸스 와일더가 쓴 ‘초원의 집’ 시리즈가 있습니다. 이 소설은 드라마로도 방영되어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그 중 로라의 남편인 앨먼조의 어린 시절에서 양초 만드는 방법이 나옵니다. 소를 한 마리 잡아서 나오는 소기름들을 한데 모아 녹여서 굵은 실로 심지를 넣어놓은 양초틀에 넣고 식혀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양초는 그을음이 적게 나오고 더 빛도 밝지만, 소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어서 평소에는 등잔에 기름을 넣어 호롱불을 켜다가 손님이 올 때나 일요일에만 양초를 켰기에 소 한 마리를 잡으면 겨우내 쓸 양초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밀랍을 이용해 양초를 만들었지만, 가격이 매우 비싸 서민들은 엄두도 내지 못했고, 대부분은 등잔에 들기름을 붓고 면 심지를 넣은 호롱불을 밝혔다고 합니다. 근대적 양초가 나온 것은 1830년대부터입니다. 석유를 정제하고 남는 파라핀은 가격이 매우 싸면서도 그을음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곧 양초의 주재료로 자리잡게 되었지요.

양초의 연소 원리
영화에서 보면 악당이 바닥에 석유를 뿌리고 불붙은 성냥개비를 던지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이 때 석유는 성냥불이 닿는 순간 한꺼번에 맹렬히 불타오르지요. 그런데 양초는 어떤 원리로 한꺼번에 타지 않고 서서히 심지에서만 타오를 수 있는 것일까요.
양초는 전체가 연료로 구성되어 있지만, 신기하게도 실제 연소되는 건 양초의 심지 끝 부분만입니다. 연소란 어떤 물질이 산소와 반응해 열과 빛을 내며 타오르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어떤 물질이 연소되기 위해서는 연소될 물질과 산소, 그리고 발화점 이상의 높은 온도가 필요합니다. 이 세가지가 반드시 존재해야 연소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양초는 그 자체가 연소 가능한 물질이고, 산소는 대기 중에 21%나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어디서든 존재하지만, 그냥 놔두어서는 연소되지 않습니다. 양초가 스스로 발화점 이상의 온도로 올라가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초를 연소시키려면 성냥불이나 라이터 등 고온의 발화 유도물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양초를 구성하는 파라핀은 고체 상태에서는 발화점 이상의 온도로 올라갈 수 없습니다. 고온에서 파라핀은 기체 상태가 되고 비로소 연소 가능한 상태가 됩니다. 따라서 초기에는 성냥이나 라이터로 심지에 불을 붙여 양초의 파라핀을 녹여 기체 상태로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이후에는 촛불의 뜨거운 불꽃에 의해 녹아서 액체 상태가 되고 이 것은 모세관 현상으로 인해 심지를 타고 끝까지 상승합니다. 모세관현상이란 액체 속에 가느다란 관을 넣을 경우, 이 액체 사이의 인력과 액체 분자와 관 벽 사이의 인력에 의해 액체가 저절로 가느다란 관, 즉 모세관을 타고 상승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키가 큰 나무가 뿌리에서 흡수한 물을 나무 꼭대기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힘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모세관 현상입니다. 비록 너무 가늘어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식물의 줄기에는 물관이라는 가느다란 관이 있기 때문에 이 관을 타고 물 분자가 상승하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촛불의 심지 역시 대부분 식물의 섬유질로 만들기 때문에 양초 액이 상승할 수 있는데, 심지 끝에서 이미 켜져 있는 촛불에 의해 다시 충분한 열을 받아 기체 상태가 되며 연소되어 공기 중으로 날아갑니다. 따라서 실제 타는 연료는 몸체지만, 이 몸체를 태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심지가 필요하지요. 심지가 양초액을 빨아올리는 능력은 심지의 굵기에 달려 있기 때문에 심지가 너무 굵으면 많은 양의 양초액이 빨아올려져 불빛이 밝아지지만, 초가 너무 빨리 타들어가며, 반대로 양초의 크기에 비해 심지가 너무 작으면 불꽃이 작아지고, 작은 불꽃으로는 주변에서 녹일 수 있는 파라핀의 범위도 작아지므로, 촛불이 고루 녹아내리지 못하고 가운데만 움푹 파인 형태로 녹게 되지요. 또한 심지의 재질에 따라서도 달라지고요. 그래서 양초의 종류와 직경에 맞는 적절한 재질과 굵기의 심지가 필요합니다.

천연재료 양초의 등장
에디슨이 전등을 개발한 이후 촛불은 더 밝고 편리한 전기등에 밀려 광원으로써의 입지는 상실했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생일 케이크나 제사상에서처럼 제의적 의미나, 분위기를 위해서, 향을 얻기 위해서 쓰이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파라핀 성분의 양초가 해롭다고 해서 천연재료인 소이왁스나 밀랍초, 팜왁스 초 등 천연재료를 이용한 양초들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흔히 촛불은 실바람만 불어도 꺼지는 약한 것으로 보여지곤 했습니다. 바람 앞의 촛불이라는 표현도 거기서 나오는 것이죠. 하지만 요즘의 촛불은 그렇게 만만치 않을 듯 합니다. 이렇게 꺼지지 않는 촛불들의 행진을 보노라면 어둠이 닥쳐도 결코 눈감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처럼 보입니다. 비록 하나하나는 작은 촛불이지만, 이들이 모이면 결코 작지만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이번 기회를 통해 충분히 알게 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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