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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우주인의 배설물 연구

2016-12-09

우주인의 배설물 연구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몸이죠. 과학기술은 지난 삼백년 동안 천지가 개벽할 수준으로 바뀌었지만, 우리 몸은 삼백만년 전이나 별다를 바가 없습니다. 과학의 발전과는 상관없이 우린 반드시 입을 통해 밥을 먹어야 하고, 때 되면 꼬박꼬박 잠을 자야 하며, 먹은 게 있으면 그만큼 내보내야 합니다. 특히나 마지막 것, 배설의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우리 몸은 정말로 단호합니다. 배고픔이나 졸림은 어느 정도 참을 수 있고, 정 먹을 수 없으면 수액으로 영양분을 공급할 수도 있고, 카페인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잠을 쫓을 수도 있지만, 배설은 지연이 불가능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갑자기 찾아온 배설의 욕구로 인해 식은땀이 나는 경험을 해본적이 있을 것입니다.


NASA, 우주인의 배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공모

우주시대에도 여전히 배설의 문제는 골칫거리인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인의 배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기로 했습니다. '우주 변 챌린지(Space Poop Challenge)'라는 이름의 공모전인데요, 상금은 무려 3만 달러(한화 약 3500만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사실 우주선의 화장실 문제는 처음 유인 우주선을 발사할 때부터 문제였습니다. 1960년대 이루어졌던 초기 아폴로 계획에서는 우주선 자체가 너무 좁아서 화장실을 따로 만들 수 없어서 우주인들은 흡수체가 든 비닐봉투를 몸에 밀착시키고는 볼일을 봤다고 합니다. . 그리고 이 배설물 흡수체는 사용 후에는 재빨리 밀봉해야 했는데, 만약 실수라도 했다가는 무중력 상태의 우주선 특성상, 배설물이 우주선 안을 둥둥 떠다니는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1969년 5월에 발사된 아폴로 10호의 경우, 3명의 승무원들이 나눈 대화를 녹취한 기록을 보면 누군가의 배설물이 우주선 안을 둥둥 떠다니는 일에 대해서 나눈 대화가 등장한다고 합니다. 사실 이건 더러운 것의 문제 뿐 아니라, 매우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떠다니던 배설물이 우주선의 기기들에 빨려들어가기라도 하면 고장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 이 사건은 누가 범인인지 밝혀지지 않고 일단락 되었지만, 이후 점점 더 우주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우주인들의 복지를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했지요.
우주인들의 화장실

최근에 발사되는 우주선들에는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기에 이전보다는 나아지기는 했습니다만, 여전히 우주에서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작년 8월에 유투브에는 ‘국제 우주정거장 화장실 투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실제 우주정거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우주인들이 우주정거장의 화장실과 그 곳의 변기 사용법을 공개한 것인데요, 우주 화장실은 우리가 흔히 보는 화장실과 많이 다릅니다. 일단 무중력 상태로 모든 것이 둥둥 떠다니는 우주정거장의 특성상 배설은 소변은 튜브 형태의 소변기를 몸에 밀착한 상태로 보고, 대변은 지름 10cm의 작은 변기에 좌변기를 최대한 몸에 밀착시켜 사용합니다. 이 변기들의 내부에는 진공청소기처럼 배설물을 빨아들이는 팬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빨아들인 배설물 중 대변은 진공상태로 포장해 보관했다가 일부는 가지고 돌아와 우주인의 건강상태를 체크할 때 이용하고 나머지는 지구 대기권에 돌입할 때 태워버린다고 합니다. 화성에 홀로 남겨진 사람의 생존 투쟁기를 그린 영화 [마션]에서는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화성에서 감자 농사를 짓기로 하고, 거름으로 대원들이 남겨놓은 대변 봉투를 이용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심지어 대변 봉투에 이름도 써져 있지요. 이유는 앞서 말한 것 때문입니다.


소변의 재활용

소변은 조금 다릅니다. 초기에는 흡수체에 흡수시켰기 때문에 소변도 모두 버렸지만, 지금은 소변은 따로 모아 식수를 만드는데 다시 재활용 한다고 합니다. 이 방법은 2009년 5월에 처음 도입되어 국제우주정거장의 우주비행사들이 이 식수를 처음으로 시음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깨끗하게 여과하고 정수했기 때문에 순수한 물에 가깝다고 합니다. 여담이긴 하지만, 이 방법은 우주에서뿐 만이 아니라 지구상에서도 쓰이고 있습니다. 기록적인 가뭄 탓에 수원이 말라버린 미국 텍사스에서는 주 당국에서 소변 등의 폐수를 정제해 식수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된 적도 있었거든요. 소변을 먹는다는 게 일견 끔찍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다만 폐수를 정제하는 과정은 충분히 믿을만하다고 합니다. 수도국 담당자 존 그랜트(John Grant)에 따르면 “기존에 그냥 방출되던 폐수를 모아 식수용으로 공급되던 물과 합칠 것”이라며 “이는 사실 폐수가 습지대에서 자연적으로 정화되는 과정을 가속화한 것으로, 결과는 비슷하다”고 합니다. 엄격한 여과를 거치면 식수로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 소변 재활용 방안을 고려중인 지역은 텍사스 만이 아니다. 사실 LA는 2008년부터 7억 달러를 들여 이와 비슷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합니다. LA의 폐수 재활용 시스템은 1990년도에 처음 승인됐지만 소변을 식수로 사용한다는 비난여론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지요.

어쨌든 소변을 여과해 식수로 사용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는 있지만, 여전히 화장실 문제는 우주여행에 있어 큰 걸림돌입니다. 실제로 우주정거장에서 화장실은 단 1개 뿐이고, 이를 평균 10명의 우주인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고장이 잘 나는 편인데, 고장을 수리하기 위해 부품을 가져다 주기 위해서도 또 우주선을 발사해야 해서 우주 화장실 수리 비용은 1회당 2천만 달러 이상이 든다고 합니다. 우주정거장이야 그나마 지구 상공 400km에 있지만, 앞으로 우리가 화성 탐사라고 나갈라치면 이 화장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소지들이 다분합니다. 그래서 나사가 ‘우주 변 챌린지’라는 다소 웃픈 공모전까지 연 것이죠. 나사는 또 덧붙입니다. 가능하면, "우주복 안에서 배설물을 최대 144시간까지 모아놨다가 손을 쓰지 않고도 밖으로 내보내는 방법, 특히 고체와 액체, 기체가 떠다니는 극미중력 상태에서 작동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이번 공모전의 마감은 이달(12월) 16일이며, 나사는 가장 좋은 아이디어 3건을 선정해 상금을 수여할 예정입니다. 그러니 화장실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쯤 도전해 봐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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