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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새해 달력

2017-01-06

새해 달력
해마다 연초가 되면 여기저기서 달력 선물이 들어오곤 한다. 달력을 새로 받으면 아이들은 자신의 생일을 먼저 찾아 표시하지만, 어른들은 올해 공휴일이 며칠이나 되는지 설과 추석 연휴가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더 눈길이 간다.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설과 추석 연휴만큼은 꼭 사수하고 싶은 휴일이니 말이다.
올해, 2017년 정유년의 설과 추석은 그야말로 냉탕과 온탕이다. 먼저 다가오는 설이 하필이면 일요일인지라 아무리 대체휴일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주말 포함 4일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추석은 그야말로 황금 연휴다. 추석 앞뒤로 개천절과 한글날이 포진해 있는 덕에 샌드위치처럼 끼어있는 10월 2일 하루만 연차를 내면, 9월 30일부터 무려 열흘간의 휴일을 즐길 수 있으니. 그런데 여기서 가벼운 의문 하나. 왜 우리는 매 해마다 날과 요일이 어긋나는 달력을 사용하는 것일까. 매번 같은날이 같은 요일에 돌아오도록 하는 달력도 분명히 만들 수 있을텐데 말이다.

1000년은 며칠일까?
달력 이야기를 하기 전에 몸 풀기 퀴즈 하나. 1,000년을 날짜로 환산하면 며칠이나 될까. 일단 1년은 365일이니, 여기다 1000을 곱해 365,000일이라는 답을 떠올린다면 일단 탈락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은 4년마다 1회씩 윤일이 들어가 1년이 366일이 되므로, 윤일을 더해줘야 하니까 말이다. 그럼 답은 250일(=1000÷4)을 더한 365,250일이 될까. 안타깝지만, 이 것도 정답은 아니다. 실제로 1000년 간에 들어가는 날짜는, 이보다 약간 적은 365,242일과 한나절이 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하루의 길이는 지구가 1회 자전을 하는 주기이며, 1년의 길이는 지구가 태양 주변을 1바퀴 공전하는 주기다. 그런데 지구가 1회 공전하는 시간동안 자전하는 횟수는 365.2422회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 즉, 1년이 지날 때마다 365일에 더해 약 1/4일 정도가 남는 셈이다. 이 사실을 인류는 이미 2천년 전에 알아냈고, 이를 바탕으로 기원전 46년 로마의 패권을 쥔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1년을 365일로 삼고, 1/4씩 남는 날들을 모아 4년마다 한 번씩 윤일을 추가하는 달력을 만들어 공표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율리우스력이다. 이후 율리우스력은 서양 달력의 기준이 되어 1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이 이어져 내려오게 된다. 하지만 처음에는 작았던 바늘구멍도 방치하면 황소구멍이 되듯이, 처음에는 무시할만 했던 작은 오차도 시간이 지나면 존재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율리우스력과 그레고리력
율리우스력에서 무조건 4년마다 윤일을 1일 두었다. 하지만 지구가 공전을 한 번 할 때마다 남는 날짜는 정확히 1/4, 즉 0.25일이 아니라, 0.2422이다.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1년마다 달력과 실제 계절의 변화가 11분 14초씩 차이가 나는 셈이며, 128년마다 하루씩 차이가 나는 셈이다. 처음에는 1년에 11분 정도는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세월이 가고 또 지나 교황 그레고리오 13세가 즉위한 1572년 경에는 실제 계절의 변화와 달력의 날짜가 보름 정도 차이나게 된다. 달력의 날짜는 계절의 변화를 추정할 수 있게 해주므로 계절의 변화와 어긋나는 달력은 의미가 없다. 이에 그레고리오 13세는 더 정확한 달력의 필요성을 깨닫고 이를 정리하고 수정할 것을 지시했고, 드디어 1582년 새로운 달력을 공표하기에 이른다. 이른바 ‘그레고리력’이라고 불리게 된 이 달력은 4년마다 1번씩 무조건 윤일을 넣는 것이 아니라, 윤일의 개수를 400년에 97회로 수정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레고리력에서는 기본적으로는 4로 나누어 떨어지는 해에는 윤일을 추가하지만, 이 중에서 100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해(예를 들어 1900년, 2100년, 2200년, 2300년, 2500년 등)에는 추가하지 않고, 400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해(예를 들어 1600년, 2000년, 2400년 등)에는 추가한다는 것이다. 일견 복잡해 보이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해마다 달력 제조업자들이 알아서 그 해에 맞는 날짜를 조정해 줄 것이니까.
그레고리력도 완벽히 정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레고리력에서는 오차가 3300년에 1일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우린 아직 약 3000년의 여유가 있어서 이를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한 달의 날 수 계산
우리는 일단 한 달의 날 수가 왔다갔다하는 제멋대로의 달력을 쓰고 있다. 일단 1,3,5,7,8,10,12월은 31일이며, 2,4,6,9,11월은 30일이고, 2월은 28일 아니면 29일입니다. 이런 날짜 배분은 도무지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일주일은 7일이어서, 365 혹은 366으로 나누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매해의 시작 뿐 아니라, 매달의 시작 요일이 매번 달라진다. 그러다보니 이를 뜯어고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들도 있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18세기 말, 혁명을 통해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정을 세운 프랑스 혁명가들은 새로운 달력을 고안해 공표한 적이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어야 하듯이, 공화정에는 그에 걸맞는 달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었고, 달력에 남아 있는 제정시대의 찌꺼기도 맘에 들지 않았다. 영어로 7월인 July는 카이사르의 이름인 Julius에서, 8월인 August는 초대 로마의 황제인 Augustus에서 따온 말이니, 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정을 세운 이들에겐 영 못마땅한 이름이었다.

새로운 달력, 공화력
공화력은 1년을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로 나누고, 각 계절마다 석달씩을 부여한다. 그리고 봄 3개월에는 각각 파종의 달, 꽃의 달, 초원의 달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차례로 여름은 수확, 열, 열매, 가을은 포도, 안개, 서리, 겨울에는 눈, 비, 바람 이라는 자연 명칭을 붙여서 달의 이름을 짓는다. 그리고 기억하기 쉽도록 주 7일 제도를 폐지하고, 10일을 한 단위로 묶어 ‘데카드’라는 새로운 10일 1주 단위를 만들고, 한 달을 3데카드로 만들어 무조건 30일로 만든다. 이러면 1년은 30×12=360일이 되어 5일이 남는다. 그럼 남는 5일은? 이 날은 국민적 축제일로 삼아 모두가 쉬고 즐기는 날이라 따로 구분했다고 한다. 공화력은 10일, 3주, 12개월 그리고 5일(혹은 6일)의 축제일이 반복되므로, 기억하기도 쉽고 들쑥날쑥하지도 않아 정리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어쩐지 공화력은 자리잡지 못햇고, 얼마 안가 나폴레옹이 정권을 잡으면서 다시 원래대로 그레고리력으로 돌아가게 된다.
사실 사람들이 어떤 달력을 사용하든 지구는 변함없이 365.2422일을 기준으로 꾸준히 태양 주변을 도는 것만은 변함이 없다. 그 사이의 간격들을 어떻게 나누느냐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 약속일 테니. 초기에 사람들이 왜 1주를 7일로 나누고, 일년을 12달로 나누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일단 정착하자 그게 당연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매달의 길이가 같고 축제일을 보장해주는 공화력은 매우 편리해 보인다. 다만 1주가 10일이라는 것만 제외하고. 혹시 당시 사람들도 주말에 열흘에 한 번씩 돌아오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은 것은 아닐까. 혹시나 공화력에서 1주를 10일이 아니라 5일로 나누었더라면, 그래서 더 많은 휴일을 보장했더라면 어땠을까. 어쩌면 공화력의 실패는 달력 자체의 유용성이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를 읽지 못했던 것이 원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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