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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공룡 이야기

2017-01-13

공룡 이야기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자꾸 공룡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름마저 주문같고, 무섭게 생긴 공룡이 왜 좋은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공룡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공룡은 크게, 브라키오사우르스로 대표되는, 즉 초록색의 거대한 몸집을 지니고 네 발로 걸어다니면서 나뭇잎을 뜯어먹는 초식공룡과 티라노사우르스로 대표되는 두 다리로 걸어다니면서 다른 공룡들을 사냥하는 갈색 피부의 육식 공룡입니다. 각각 커다란 도마뱀과 두발로 선 악어를 닮은 모습이었는데요, 이 두 가지 공룡의 원형은 아주 오랫동안 일종의 원형이 되어서, 쥐라기공원부터 한반도 공룡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만들어진 대부분의 공룡 관련 영상물들은 이 원형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공룡 관련 영상물을 제작하시는 분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최근의 화석 결과들을 보면, 공룡들은 우리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화려한 색을 가졌고, 도마뱀이나 악어 같은 파충류라기보다는 조류에 가까웠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최근에 미얀마에서 발견된 생생한 공룡의 깃털 화석은 공룡이 생각보다 훨씬 더 새의 모습에 가까웠을 것이라는 추측에 쐐기를 박아주었습니다.


공룡의 깃털 화석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월 8일, 영국의 리다 싱 중국지질대 박사 연구팀은 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은 논문에서 깃털 덮인 공룡 꼬리 화석을 발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꼬리의 주인은 백악기에 살던 코엘루로사우르스로 추정됩니다. 코엘루로사우르스는 타조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두 발로 걷는 육식공룡입니다. 코엘루로사우르스의 골격은 이미 1914년에 발견되어 명명된 바 있지만, 이번에 발견된 화석은 매우 특이했습니다. 비록 3.6cm 밖에 안 되는 꼬리의 일부였지만, 호박 속에 갇혀서 화석화된 탓에 모양은 물론이거니와 색깔까지도 원형 그대로 고스란히 보존된 상태로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발견된 코엘루로사우르스의 꼬리에는 놀랍게도 풍성한 깃털이 빽빽하게 돋아나 있었답니다.

주황빛의 투명한 광물인 호박(amber)은 흔히 한복 마고자의 단추나 장신구를 만들 때 쓰이는 보석의 일종인데, 호박의 기원은 아주 오래전 지구에 살던 나무들의 수액에서 비롯됩니다. 나무의 수액, 즉 나뭇진이 화석화된 것이 바로 호박인데요, 지금이야 딱딱한 광물이지만 원래는 끈적한 수액이었기에 종종 호박 속에는 먼 옛날에 살던 작은 곤충들이나 벌레, 나뭇잎이나 씨앗들이 달라붙었다가 같이 화석화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수액 속에 갇혀 화석화 되는 경우, 외부와의 접촉이 완벽히 차단되기 때문에 호박 안에 갇힌 것들은 썩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되곤 합니다. 그래서 호박에서 수천만년 전에 살던 작은 개미나 곤충, 씨앗 등이 원형 발견되는 건 드문 일만은 아닙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쥐라기 공원]에서 현대판 공룡 테마파크의 탄생 계기가 된 것이 바로, 호박 속에 갇힌 모기였습니다. 이 모기의 몸 속에서 모기가 빨아먹은 공룡의 혈액을 추출해 이를 되살려내어 공룡들을 복원한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것이죠. 쥐라기 공원에 나오는 공룡 복원 프로젝트는 아직까지는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호박 속에 묻혀 같이 출토되는 고대 생물들의 화석은 당시를 연구하는 고생물학자들에게는 귀중한 연구자료가 되어 주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고생물학을 연구하는 중국 지질대학의 리다 싱 박사는 시간날 때마다 각지의 재래시장에서 파는 호박들을 둘러보곤 했는데, 미얀마의 한 시장에서 우연히 곤충들과 깃털이 달린 동물의 꼬리 일부분이 든 화석을 발견하게 됩니다. 비록 길이 3.6cm의 작은 일부였지만, 꼬리뼈와 살갗, 그리고 깃털까지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본 싱 박사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 호박을 사들고 와서 공동 연구진인 캐나다의 왕립 박물관의 라이언 맥켈러 박사와 함께 CT 를 이용해 스캔해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호박 안에는 모두 여덟개의 척추 뼈와 이를 둘러싼 조직들, 그리고 흰색과 갈색의 깃털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관찰 결과, 이 호박에서 발견된 척추뼈들은 단단하게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채찍처럼 유연하게 구부릴 수 있는 특징을 보였는데, 이 것은 공룡의 꼬리가 가지는 특징이었습니다. 그렇게 기존 화석과 비교해 보니 이 꼬리뼈의 주인은 육식 공룡인 코엘루로사우르스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깃털로 보건대, 코엘루로사우르스는 온몸이 깃털로 시노사우롭테릭스의 화석과 복원도 뒤덮인 모양새였을 것으로 추측하는게 타당해 보입니다.


공룡의 피부를 둘러싼 논란들
공룡이 파충류처럼 가죽이나 비늘로 뒤덮인 피부가 아니라 깃털을 가지고 있었다는 주장은 이미 19세기 말부터 전설처럼 떠돌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조류와 공룡, 특히나 두발로 움직이는 수각류 공룡들의 골격 구조가 매우 비슷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룡이 새의 조상이었을 것이라는 가설이 널리 퍼져 있었거든요. 현대의 새들은 하나같이 깃털을 가집니다. 그러니 새의 조상인 공룡도 깃털을 가지고 있으리라 추측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깃털은 뼈나 치아와는 달리 단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석으로 남는 일이 굉장히 드물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다가 1996년 중국에서 확실히 꼬리에 깃털이 달린 것으로 보이는 시노사우롭테릭스의 화석이 출토되면서 깃털을 가진 공룡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확실히 증명됩니다. 당시 과학자들은 이 깃털에 남은 색소를 분석한 결과, 시노사우롭테릭스는 적갈색 바탕에 꼬리에 흰색 줄무늬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 화석 이후, 공룡이 새의 조상임이 확실하며, 새처럼 깃털을 가진 공룡도 다수 존재했을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화석의 한계상 깃털이 모두 납작하게 짓눌려 있었기에 어떤 식으로 몸에 붙어 있었을지는 추측하기 어려었지요.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코엘루로사우르스의 깃털의 경우, 호박 속에 묻혀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공룡 꼬리깃의 3차원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현대 조류의 깃털은 깃털 줄기와 돌기, 작은 가시로 이뤄져 있습니다. 새에게 있어 깃털은 보온용, 비행용, 장식용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데, 각각의 용도에 따라 깃털의 모양새가 조금 다릅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공룡의 깃털은 깃털 줄기가 짧고 형태도 달라서 비행용 깃털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깃털은 보온이나 장식용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은데, 개인적으로는 보온보다는 장식용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싶답니다. 현대의 새들도 보온용 깃털은 주로 가슴에 돋아나는 것이 보통이니까요. 그러면 이 깃털은 장식적 용도로 쓰였을 것이라는 가설이 남는데요. 9900만년 전에 살던 공룡이, 암컷에게 아름답게 보이고자 꼬리를 복슬복슬한 깃털로 치장하고 이를 흔들어 과시하는 장면, 어떠세요? 멋지지 않나요? 우리가 여러가지 난관에도 불구하고, 공룡에 대해서 계속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수억년의 세월을 건너 이어지는 생물체만의 독특한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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