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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인간-돼지 잡종배아

2017-02-17

인간-돼지 잡종배아
중국 명나라 시절의 작가 오승은이 지은 고전소설 [서유기]에는 돼지의 얼굴을 한 일종의 요괴인 저팔계가 등장합니다. 저팔계는 원래 천계의 수군대장이었지만, 죄를 짓고 지상으로 쫓겨났는데 우연히 들어간 곳이 암퇘지의 태내라 돼지와 인간의 모습이 합쳐진 요괴의 모습으로 태어났다고 하지요. 그런데 최근 현대판 저팔계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이 일어나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솔크 생물학 연구소의 후안 벨몬테 교수팀은 지난 1월 26일 저명한 생물학 저널 ‘셀(cell)]에 인간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돼지의 배아에 주입한 ’인간-돼지 잡종 배아‘를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저팔계와 같은 ‘사람-돼지 잡종 인간’이 태어난 건가?
아직 거기까지 진행된 것은 아닙니다. 현재 진행 된 것은 첫째, 돼지의 배아에 사람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주입해 잡종 배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지, 둘째, 이렇게 만들어진 잡종 배아를 암퇘지 자궁에 성공적으로 착상시키는 것이 가능한지까지만 테스트한 실정입니다.

먼저 연구팀은 지난 4년간 총 1500개의 돼지 배아와 40명 이상의 사람들로부터 채취해 배양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발달 시기별로 주입해서 잡종 배아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란 성체의 피부세포에 특수 처리를 해서 줄기세포로 변화시킨 세포로, 일본 교토대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사람이나 돼지나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수정란이 만들어지고, 이 수정란이 배아로 자라나 자궁에 착상해 임신이 됩니다. 그리고 돼지는 약 4개월, 사람은 10개월의 임신 기간을 거쳐 태어나게 되지요.

이번 연구에서는 먼저 돼지 배아를 둘러싼 껍질에 작은 구멍을 내고, 그 틈으로 인간의 줄기세포를 집어 넣은 뒤, 이를 다시 암퇘지의 자궁에 이식해 과연 서로 다른 종의 세포들이 더해진 잡종 배아가 착상과 임신이 가능한지 테스트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이 알아낸 건, 주입하는 인간의 줄기세포가 너무 착상 전 초기 발생 단계에서 나온 '나이브(naive)형' 만능분화세포나 착상 직후 단계에서 나온 '프라임드(primed)형' 만능분화세포보다 그 사이 단계의 '중간단계' 만능분화세포가 돼지 배아에 주입됐을 때 가장 오래 살아남고 발달을 계속할 잠재력도 가장 큰 것을 확인했습니다. 연구진은 돼지에게 착상 시킨 뒤 임신이 유지되는지를 관측했고, 약 4주간의 추적 기간을 통해 임신이 유지되었으며, 인간에게서만 발견되는 항체와 단백질이 이 돼지 배아에게서도 나타남을 확인해, 초기에 주입한 인간의 줄기세포가 융합되어 살아남았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럼 도대체 이런 연구는 왜 하느냐?
기본적으로는 장기이식의 고질적인 문제인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1954년 머레이 박사에 의해 일란성 쌍둥이 사이의 신장이식이 처음 성공한 이후, 신장을 비롯해, 간, 심장, 폐, 췌장, 각막, 조혈모세포 등 다양한 신체 부위의 이식이 가능하져 심각한 질환이나 사고로 인해 신체 주요 장기의 기능을 잃은 사람들의 마지막 희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치료법의 등장이 가져온 또 다른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오히려 의학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부분에서 나타났습니다. 바로 수요와 공급의 심각한 불균형입니다. 누구나 심각한 질병에 걸리면 장기를 이식받고 새 삶을 얻기를 희망하지만, 누구에게나 장기는 스페어가 없는지라 선뜻 내어줄 수도 없습니다. 실제로 국립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장기이식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총 85,000명에 달하지만, 이 중에서 실제로 장기를 기증 받은 사람은 총 4.393명입니다. 즉, 전체 장기 이식 희망자의 약 5%만이 실제로 장기를 기증받고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고질적인 장기 부족 문제를 나름대로 타파하고자, 장기이식센터에서는 그간 많은 홍보활동과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장기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이 문제는 자칫하면 인체의 장기를 상품처럼 보는 인체의 상품화로 변질되거나, 불법 장기 매매 등 끔찍한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부족한 이식용 장기의 수요를 대체하고자 다방면의 연구를 수행하였는데, 그중 하나가 동물의 장기를 이용하는 이종이식이었고, 다른 하나가 사람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줄기세포 이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둘다 시작 단계에서부터 막혀 버렸지요. 동물의 장기는 거부반응이 너무 심해서 인간에게 이식한다는 것 자체가 난관이었고, 줄기세포는 거부반응 문제는 덜 하지만, 세포덩어리들을 제대로 된 장기로 분화시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따로 분화시킨 장기는 이상하게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다른 장기들과 함께 자란 장기들은 제 기능을 하지만, 이 중에서 하나만 떼어내서 만들면 원래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잃어버린 물통의 뚜껑 대신 다른 뚜껑들을 이용해 보았는데, 하나는 모양은 비슷해 보이는데 아예 아귀가 안 맞아 쓸 수가 없고, 하나는 아귀는 맞는데 아무리 돌려도 뚜껑이 닫히지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제시된 겁니다. 바로 이종이식과 줄기이식의 장점 은 합치고 단점은 제외하고자 제시된 방법이 바로 이처럼 돼지의 배아에 사람의 줄기세포를 넣어 하이브리드 배아를 만드는 것이었죠. 이론대로만 흘러간다면, 거부반응이 심해 쓸 수 없었던 돼지의 장기는 인간의 세포와 융합해 거부반응 비율일 떨어질 것이고, 단독으로 분화되어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줄기세포 역시, 돼지의 배아 속에서 주변 세포와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발생해 제대로 된 기능을 하는 장기로 자라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서로 다른 동물의 세포를 섞어 잡종 배아를 만들어 이식에 사용하는 것은 이미 동물 실험에서는 성공한 바 있습니다.

역시 비슷한 시기인 지난 1월 25일, 일본/영국/미국의 과학자들이 의기투합한 국제연구진들이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것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쥐(rat)의 배아에 생쥐(mouse)의 줄기세포를 넣어줍니다. 그리고 이 잡종 쥐 배아에 원래 쥐의 췌장을 만드는데 필요한 유전자를 없애버리면, 몸은 쥐이지만, 생쥐의 췌장을 가진 잡종 쥐가 탄생합니다. 우리는 쥐와 생쥐를 같은 것으로 종종 혼동하는데, 실제 사진만 봐도 쥐는 생쥐보다 몸 크기가 3-4배 이상은 더 큰 서로 다른 종입니다. 이렇게 생쥐의 췌장을 지닌 채 태어난 쥐의 췌장을 당뇨병에 걸린 생쥐에게 이식했더니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장기이식이 가능했고, 실제로 이식한 췌장이 기능을 발휘해 생쥐의 당뇨병 증세가 호전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종이 다른 동물의 배아에 원하는 종의 줄기세포를 이식해 장기를 만들어내는 기술은 이미 동물 실험에서는 성공한 것이었는데, 이번에 발표된 바로는 비록 실제 돼지를 탄생시키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줄기세포를 돼지의 배아에 주입해도 착상과 임신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다시금 이 문제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돼지에서 키워진 장기를 이식받는 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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