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Go Top

생활

구제역 파동속 ’고기‘ 안심하고 먹어도 되나?

2017-03-03

구제역 파동속 ’고기‘ 안심하고 먹어도 되나?
최근 몇 년 간, 각종 바이러스성 질병들이 사람과 동물을 가리지 않고
휩쓸고 있습니다. 조류독감에 이어서 이제 구제역까지.. 정말 심각합니다.
지난 해 10월부터 시작된 조류독감으로 인해 살처분된 닭의 숫자만 3200만 마리가 넘은 상태에서, 이번엔 네발동물인 소와 돼지를 공격하는 구제역까지 발생해 걱정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5일 충북 보은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이틀 만인 7일에는 전북 정읍의 젖소 농장에서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이로인해 1400마리가 넘는 소가 이미 살처분되었고, 일단은 1주일 가까이 추가 확진 되는 것이 나오지 않아 소강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은 안심할 단계가 아닙니다.

구제역(口蹄疫)이란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발굽이 두 개로 갈라진 우제류 가죽들, 즉 소, 돼지, 양, 염소 등의 가축들만 주로 공격하는 종 특이성을 보이는 질병입니다.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축은 2-3일간 고열이 발생하고, 입과 혀, 발굽 주변에 물집이 잡힙니다. 구제역은 한자로 입 구(口)자에 발굽 제(蹄)자를 쓰고, 영어로도 foot-and-mouth disease라고 불리는데, 말 그대로 동물의 입과 발굽에 물집이 생기는 것이 특징적이기 때문입니다. 입 주변에 생기는 물집 때문에 가축은 침을 심하게 흘리면서 잘 먹지 못해 체중이 줄어들고, 발굽 주변에 생기는 물집으로 인해 걸음을 절뚝거리거나 넘어지기도 합니다. 성체의 경우에는 폐사율이 1% 정도로 낮아서 며칠 앓고 난 뒤 회복되지만, 어린 개체의 경우에는 심근염 등의 합병증이 발생해 폐사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납니다.

구제역을 일으키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원어로 피코 바이러스 류에 속하는 바이러스입니다. PICO라는 말이 라틴어로 ‘작다’라는 뜻인 것처럼 피코 바이러스는 그 작은 바이러스중에서도 가장 작고 단순한 종류의 바이러스입니다. 피코바이러스류에 속하는 바이러스 중에는 소아마비의 원인이 되는 폴리오 바이러스, 일반적인 감기의 원인인 리노 바이러스, 간염의 원인이 되는 헤파토바이러스 등이 피코 바이러스에 속하는 바이러스입니다. 구제역을 일으키는 아프도바이러스는 매우 오래전부터 우리 주변에 존재했고, 구제역과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가축의 질병은 기원전 1400년 전에 기록된 이집트의 파피루스 문서에서도 기록을 찾을 수 있을 정도이지만, 그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것은 1898년 독일의 군의관이자 세균학자였던 뢰플러에 의해서였습니다. 이후 구제역은 종종 가축들 사이에서 발생했습니다. 뢰플러는 구제역에 감염된 동물의 혈액을 추출한 뒤, 이를 포셀린 필터, 즉 도자기 필터로 걸러내어 세균을 모두 걸러낸 뒤에도 여전히 남은 액체에 다른 동물을 감염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알아냈고, 이 물질은 세균보다 훨씬 작은 바이러스가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아냅니다. 사실 바이러스라는 이름 자체가 아무리 작은 세균이라도 걸러낼 수 있는 필터보다도 작기 때문에, 생명체가 아니라 독(毒)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입니다. 구제역은 O, A, C, SAT-1, SAT-2, SAT-3, Asia-1와 같은 7가지 혈청형이 있고, 그 중 O형이 가장 흔하게 발병합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있고, 숙주가 되는 동물의 종류와 개체수가 많아서 일단 사그라든 것처럼 보여도 언제 다시 발생할지 알 수 없고, 한 번 발생하면 전염범위가 최대 250km에 달할 정도로 광범위하기 때문에 현대 축산업에서는 최대 골칫거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럼 구제역 치료방법과 예방법은 아예 없는가?
구제역 발생 시 질병 확산을 억제하거나 예방을 위해 구제역 감수성 개체에 백신을 접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구제역을 일으키는 아프도바이러스는 O, A, C, SAT-1, SAT-2, SAT-3, Asia-1 등 모두 7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들 사이에는 서로 교차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즉, O형 구제역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백신은 A형 구제역 바이러스에는 효과가 없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종류별로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으며,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이 백신의 기능 자체가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의 활동량을 줄여 전파력을 약하게 하는 것이라 이미 눈으로 보이는 증상을 나타낼 정도로 질병이 진행된 경우에는 백신을 접종해도 다른 개체에 전파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번 구제역 발생에서 초기에 갈팡질팡 혼선이 빚어진 것은 처음 보은과 정읍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O형이라 O형 백신을 준비해서 맞췄더니, 연천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A형이라 백신이 효능이 없어 다시 맞춰야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백신 자체의 효능도 제시한 것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백신의 효능에 대한 논란마저도 가열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최근, 구제역이 자주 발생하는걸까?
구제역을 일으키는 아프도바이러스는 발굽이 두 개 혹은 네 개로 갈라진 우제류를 주로 공격합니다. 동물들 중에 발굽이 있는 동물을 유제류라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발굽이 홀수로 갈라지면 기제류, 짝수로 갈라지면 우제루라고 부릅니다. 우제류에 속하는 동물들은 대표적으로 소, 젖소, 돼지, 양, 염소 등 가축을 비롯해, 멧돼지, 하마, 낙타, 사슴, 기린, 물소 등 220여종에 달합니다. 이 밖에도 야생에 사는 쥐나 고슴도치도 구제역 바이러스에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매우 높은데, 감염된 동물의 체액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더라도, 구제역에 걸린 가축과 함께 있었던 사람의 옷이나 신발, 자동차 등에 묻어서 다른 곳으로 전파되기도 합니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으로 통하는 길목에 방역선을 치고, 생석회를 섞은 판을 지나가게 하거나 자동차 전체에 소독액을 분무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생석회란 산화칼슘, 즉 산소와 칼슘의 화합물로 생석회에 물이 닿으면 100℃에 가까운 고열을 내면서 동시에 단백질을 파괴시키는 수산화칼슘을 생성하게 됩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특히나 열에 약해서 50℃만 넘어가면 사멸하므로, 열 소독과 화학적 소독을 일시에 하고자 생석회를 이용하는 것이죠.

그럼, 구제역은 사람에게도 전염되는가 궁금하실텐데요.
일반적으로 구제역은 우제류에 특징적인 질병이라 같은 발굽있는 동물이라고 해도 발굽이 한 개라 기제류에 속하는 말은 거의 감염되지 않습니다. 실험실에서는 쥐, 닭에도 인공적으로 감염시키는데 성공했다는 보고는 있지만, 자연상에서는 거의 발견된 적 없고 사람의 경우에는 세계적으로 최근 50년간 '사람이 구제역에 감염됐다'는 보고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사람의 세포 자체는 구제역 바이러스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조이고, 열처리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파괴되기 때문입니다. 비록 1969년 이전에는 40건의 인간 구제역 감염 사례가 보고된 바 있지만, 표본 수가 워낙 적고 오래된 일이라 정확한 감염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데다가 모두다 아주 가벼운 증상만 앓고 나았기에 일단은 사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구제역 바이러스는 열에 아주 약하므로,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충분히 익혀드시면 되고, 우유의 경우에는 가열 멸균 처리 후에 판매되므로 먹거리에 의해 감염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요즘 가장 논란이 되는 문제는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에 대해
꼭 살처분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조류독감의 경우, 닭은 조류독감에 걸리면 거의 100% 폐사하므로 살처분에 대한 논란이 거의 없지만, 구제역의 경우 소나 돼지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생후 6개월 마만의 어린 개체를 제외하고는 폐사율이 1% 정도로 매우 낮습니다. 즉, 99%는 살아난다는 것인데, 굳이 이들을 죽여야 하는 것이냐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또한 구제역 발생 초기에는 균의 전파와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소규모 살처분하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지난 2011년의 구제역 대량 발병 사태처럼 300만 마리의 생목숨을 살처분하는 것은 옳지 못한 대응이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확산되었으니 이젠 동물들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이죠. 분명 대규모 살처분은 비인도적이고 야만적인 방식일 뿐 아니라, 매장된 가축더미에서 흘러나오는 침출수 역시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되기에 어떤 식으로든 대안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밀집사육을 없애고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항생제와 성장호르몬 사용을 억제하는 친환경 축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번 구제역 사태가 다행히 여기서 멈출지 조류독감처럼 더 번져나갈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잇다른 동물 바이러스성 질병 사태는 어쩌면 동물을 하나의 상품처럼 사육하고 대우하는 현대의 축산업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Close

우리 사이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와 다른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이용함으로써 당신은 이 기술들의 사용과 우리의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