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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낮잠은 꼭 자야하는걸까?

2017-03-17

낮잠은 꼭 자야하는걸까?
봄은 참 이중적입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마음도 같이 떠올라서 어디론가 나들이를 가고 싶은 마음에 엉덩이가 들썩거리다가도, 도로 위로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 그저 어디든 몸을 뉘이고 낮잠이나 한숨 늘어지게 자고 싶다는 생각이 동시에 드니까요. 하지만 비단 봄이 아니더라도, 점심 먹은 후 잠깐 즐기는 낮잠은 정말 꿀맛같습니다. 그런데 이 꿀맛같은 낮잠, 과연 자도 되는 걸까요?

지중해 연안의 포르투갈과 스페인, 그리스, 라틴 아메리카의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의 국가에서는 전통적으로 한낮에 낮잠을 자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를 시에스타(siesta)라고 하는데, 라틴어로 낮 12시를 의미하는 hora sexta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합니다. 이들 국가들은 여름이면 낮 기온이 40도 가까이 오르기 때문에, 이 시간에 일을 하는 경우 능률이 저하될 뿐 아니라 열사병과 같은 사고도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아예 낮잠 한 숨 자고 선선한 저녁에 일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발생한 제도입니다. 시에스타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더운 지역에서는 점심을 먹고난 뒤 1시간 정도 낮잠을 자는 일이 흔하고, 중국과 타이완 등지에서도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난 뒤 30분 정도 아예 전틍을 꺼버리고 낮잠을 자게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1시간 이하의 짧은 낮잠은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낮잠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는데?
2012년 중국 남서대학교의 다용 자오가 이끄는 연구진은 다른 음을 구별해내는 테스트를 통해 낮잠의 효과에 대해 알아본 바가 있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실험 참여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드러누워서, 한 그룹은 베개를 베고 책상에 엎드려서 낮잠을 자게 했습니다. 마지막 한 그룹은 자지 않고 조용히 앉아있게 했지요. 각각의 상태로 20분이 지난 뒤 음을 구별하는 테스트를 다시 해보았더니 졸린 정도의 차이는 당연하고, 낮잠을 잔 두 그룹 사람들의 기분과, 테스트 결과가 더 좋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누워서 자든 책상에 엎드리든 낮잠을 잔 두 그룹에 속하는 피험자들의 응답에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조는 것도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피험자들이 실험을 하는 동안 측정한 뇌전도 변화를 보자 누워서 잔 그룹이 더 깊은 잠에 빠져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낮잠은 안 자는 것보다 자는 것이 훨씬 더 좋지만, 기왕이면 누워서 깊게 자고 일어나는 경우 그 효과가 더 커진다는 것이죠.

또 다른 연구도 있습니다. 하버드대의 의학자 디미트리오스 트리코풀로스는 20세와 80세 사이의 성인 약 2만 명의 생활습관, 식습관, 운동습관, 낮잠 자는 습관을 조사해서 사망률을 비교해 본 적도 있습니다. 그 결과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 낮잠을 잔 경우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37% 낮아진다는 결과를 알아냈습니다. 실제로 낮잠을 권장하는 문화권인 남부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의 사람들이 북아메리카 사람들보다 스트레스 수준과 심장질환 발병률이 낮은 건 이와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는 혈압과 관계가 있는데 영국의 존무어대(大)의 모하마드 자레가리지 박사는 피험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한 시간 동안 낮잠을 자거나, 자지는 않되 누워있거나, 완전히 깬 상태로 일어서있게 한 뒤 혈압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낮잠을 잔 경우에만 혈압이 확연히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닥에 누운 때로부터 잠든 때 사이에 혈압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져 낮잠을 잔다는 기대만으로 혈압이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애초에 사람은 왜 잠을 자야 하는 건가?
최초의 생리학적 수면 연구는 눈이 빠르게 움직이는 ‘렘’(REM: 급속 안구운동 수면)이라는 얕은 수면 단계가 보고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지금은 널리 알려졌지만, 수면은 ‘렘수면’과 그밖의 네 단계인 ‘비렘수면’으로 구성됩니다. 렘은 약간 깬 듯한 상태로 꿈을 꾸는 단계이며, 비렘수면에선 깊은 잠에 빠지는데, 이때는 피로를 풀고 원기를 회복하는 단계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3년, 사이언스 지에서는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깨어 있는 동안에 생긴 뇌 안의 노폐물이 자는 동안 씻기는 현상을 발견했다는 논문이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특히 자는 동안에 제거되는 ‘아밀로이드베타’라는 분자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물질입니다. 잠든 뇌가 노폐물을 씻어내는 방식은 우리가 집 청소를 할 때 청소하기 쉽게 집안 물건을 한쪽에 밀어두고 청소기를 돌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신경세포 간의 틈새가 넓어지고 뇌척수액 같은 유체의 흐름이 증가해서 노폐물이 씻겨나가는 것이죠.

또한 잠은 기억을 정돈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학습 기억은 신경세포 간의 정보전달 과정이 강화되면서 생성되는데, 반복 학습을 거치면 신경세포에서는 버섯 모양의 가지가 생겨 정보 송수신이 더 원활해집니다. 연구진은 깊은 잠에 빠지는 비렘수면 단계에서 이런 수상돌기 가지가 잘 생성됨을 밝혔습니다. 또한 어릴적에 잠이 부족하면 신경세포의 시냅스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기 때문에 성장 뒤에는 학습 부진과 치매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의무적으로 낮잠을 재우는 시간이 있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낮잠은 어떻게 얼마나 자야 할까요?
낮잠은 얼마나 오래 자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5분 이내의 아주 짧은 낮잠은 사실 이익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아주 피곤한 경우 졸음을 완화시켜줄 수는 있겠지만 말이죠. 대부분 낮잠은 20분 정도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이 정도 잠을 자면 뇌가 깊은 잠에 빠져들진 않은 상태에서 몸이 이완되기 때문에,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혈압을 낮추는 긍정적인 반응이 일어납니다. 물론 이보다 더 길게 자면 좋겠지만 깊은 잠에 들었다가 깨면 30분 정도 정신이 혼미할 수 있고, 낮과 밤의 수면 사이클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낮잠은 20분 이내로 자는 것이 좋으며, 아주 피곤한 경우 아예 90분 정도 푹 자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90분 정도 자게 되면 논렘수면-렘수면으로 이엊는 수면 사이클을 한 바퀴 돌 수 있어서 깨어날 때도 정신이 또렷해진다고 합니다.

그럼 낮잠을 자는 시간은 언제가 좋을까요?
시에스타라는 명칭은 정오를 뜻하는 말이지만, 실제 시에스타를 즐기는 사람들은 보통 오후 1시에서 4시 사이에 낮잠을 잡니다. 실제로 24시간을 주기로 작동하는 생체시계에서 오후의 중반, 즉 오후 2-4시 경은 생체 리듬이 하락하는 시기로 피곤함과 무기력감을 많이 느끼는 때이며, 사고의 발생률이 가장 높은 시기이기도 해서 이 시간이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대의 수면 전문가 사라 메드닉은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에 따라 낮잠을 자기에 최적인 때가 정해진다고 말합니다. 즉, 아침 6시에 일어나면 오후 1시 반에 낮잠을 자는 것이 가장 좋고, 일어나는 시간이 30분 늦어질수록 낮잠을 자기 좋은 시간은 15분씩 늦춰진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오전 9시에 일어난다면 오후 1시 반으로부터 15x6=90분 뒤, 즉 오후 세시에 낮잠을 자는 것이 가장 좋다는 뜻입니다. 또한 낮잠을 자려면 지속적으로 매일 자야 하며, 불규칙적으로 낮잠을 자면 내부 생체 시계를 방해하고 밤에 자는 잠의 패턴을 망가뜨릴 수 있어서 안 자느니만 못하다고 말하곤 합니다. 낮잠은 밤에 자는 잠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루 동안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잠 양의 일부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지난 2014년 서울시청에서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공식적으로 한 시간의 낮잠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낮잠을 자려면 부서장의 승인을 받아야 해서 실질적으로는 이용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낮잠을 잘 수 있는 수면 카페나 가벼운 마사지를 즐기며 쉴 수 있는 힐링 카페들이 도심지에 연달아 들어서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잠과 쉼에 대해서 갈망하는 정도가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딱 30분만 등을 기대고 잠에 빠져드는 것이 사치가 아닌 세상에서 살고 싶은 것이 과한 욕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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