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Go Top

생활

페로몬은 과연 이성에게 영향을 주는걸까?

2017-04-07

페로몬은 과연 이성에게 영향을 주는걸까?
이성을 유혹하는 향기..페로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신다구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중국 드라마 ‘황제의 딸’에서는 몸에서 신비한 향기가 나서 사람들을 사로잡는 향비라는 여성이 등장합니다. 이 향비의 실제 모델은 건륭제의 후궁이었던 위구르인 용비라는 설이 있는데요. 용비 역시도 몸에서 꽃향기나 분내가 아닌 신비한 향이 났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또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에서는 천재적인 후각을 가진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가 만든 향수에 빠져든 이들이 집단적으로 광기에 빠져드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상당수 과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성의 체취에 반해 빠져드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등장합니다. 오늘은 봄을 맞이해서 이성을 유혹하는 향수, 페로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럼 페로몬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아볼까요? 원래는 동물에게서 나는 화학물질을 일컫는 말이였다구요?
페로몬(Pheromone)이란 그리스 어로 Pheran(운반하다)과 Horman(흥분)는 뜻이 더해져 만들어진 합성어로, 원래는 동물들 사이의 의사소통에 쓰이는 화학물질을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동물의 체외로 배출되어 같은 종(種)의 개체에게 전달되어 행동이나 발달 측면에서 특정한 반응을 일으키는 화학물질로, 기능에 따라 이성을 유혹하는 성 페로몬, 같은 개체군을 부르는 집합 페로몬, 동료들에게 소식을 전달하는 길잡이 페로몬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이전부터 생물학자들이 궁금해 한 것은 짝짓기철이 되면 서로 떨어져 있던 개체들이 어떻게 알고서들 서로 모여든다는 것이었습니다. 독일의 유기화학자 부테난트(Buten안드로스타디에논t) 박사는 번식기에 들어선 암컷 나방 주위로는 수컷 나방들이 몰려든다는 것을 관찰하는데, 암나방은 소리를 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방이 보이지 않도록 검은 천으로 가려놓아도 여전히 숫나방들이 모여드는 것을 보고는 이들은 시각적 정보나 청각적 정보가 아니라, 후각적 정보를 통해 서로가 있는 것을 안다고 생각해 이 화학물질을 분리하는 작업에 착수합니다. 부테난트 박사는 이후 20년 동안 50만 마리에 달하는 암컷 나방의 배마디에 있는 분비샘을 하나하나 떼어낸 끝에 0.012그램의 순수한 화학물질을 얻어내는데 성공합니다. 이 것이 최로로 분리된 페로몬인 봄비콜(bombykol)입니다. 암컷 나방이 분비하는 봄비콜의 숫나방 유혹 효과는 어마어해서, 숫나방들은 공기 분자 1조개 속에 봄비콜 분자가 딱 1개만 섞여 있어도 이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며, 무려 4km 밖에서도 이 냄새를 맡고 암컷을 찾아낸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입니다. 이후 다른 학자들의 연구에서도 나방 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화학물질을 통해 이성을 유혹하거나 무리를 불러들이는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아냈고, 이에 페로몬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게 됩니다. 페로몬의 특징은 첫 번째, 아주 희석된 낮은 농도에서도 효과가 뛰어나며, 두 번째, 같은 종의 페로몬이 아니라면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봄비콜은 나방에게는 엄청난 유혹 효과가 있지만, 나비나 꿀벌에게는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는 것이죠.

사람도 페로몬을 발산하나요?
이렇듯 페로몬의 종류와 효능에 대한 것이 점점 더 알려지자, 사람들의 관심은 스스로에게 쏠렸습니다. 즉, 사람도 페로몬을 방출하는가였지요. 많은 과학자들이 이 연구에 뛰어들었지만, 결과는 그다지 눈에 띄는 것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냄새는 본질적으로 측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1994년 6월, 베데킨트는 - 오늘날 도발적인 것으로 악명높은 실험을 통해 - 해묵은 난제에 도전했습니다. 그는 먼저 49명의 여학생과 44명의 남학생을 모집하여 여학생들에게 비강분무제를 지급하여 14일 동안 후각을 잘 관리하게 하면서, 패트릭 쥐스킨트의 판타지 소설 『향수』를 읽혀 후각을 예민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학생들에게는 이틀 동안 순면 티셔츠를 입게 하고, 체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행위, 흡연, 음주, 탈취제 사용을 금했으며, 심지어 냄새 나는 방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이틀 후, 남학생들이 입었던 티셔츠를 수거하여 삼각형 구멍이 뚫린 판지상자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여학생들에게 1인당 6개의 티셔츠 냄새를 맡게 한 다음, ‘강렬함’, ‘기분 좋음’, ‘섹시함’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각각 0점에서 10까지의 점수로 평가하게 했지요. 비교분석 결과, 여학생들은 자신과 다른 적합유전자를 가진 남학생의 체취를 ‘기분좋다’거나 ‘섹시하다’고 느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를 종합해 연구진들은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우리와 다른 적합유전자를 가진 성적 파트너를 선호한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그리고 이후 비슷한 연구결과들이 나와서 이런 체취에 따른 선호도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의 과학적 원인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의외의 결과도 있었습니다.

의외의 결과요?
하지만 최근 새로 발표된 논문이 "인간의 페로몬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인간으로 하여금 서로에게 이끌리게 한다'고 주장해온 체취에 관련된 물질이 이성(異性)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힘으로써, 인간 페로몬에 관한 아이디어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Royal Society Open Science》 3월 7일 호에 실린 연구에서, 연구진은 이성애 참가자들을 인간의 페로몬으로 간주되어온 두 가지 물질에 노출시키고, 이성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며, 호감도를 평가하라고 했습니다. 이 두 물질은 안드로스타디에논(rostadienone)과 에스트라테트라에놀(ratetraenol)이었는데, 전자는 남성의 땀과 정액에서, 후자는 여성의 소변에서 검출되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여성에게는 안드로스타디에논이, 남성에게는 에스트라테트라에놀이 참가자들로 하여금 이성의 얼굴을 좀 더 후하게 평가하게 할 것"이라고 추론했지요. 연구진은 또한, 참가자들에게 (남성과 여성의 이미지를 합성하여 만든) 중성적인 얼굴(성별이 모호한 얼굴)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다. 연구진은 "만약 안드로스타디에논과 에스트라테트라에놀이 페로몬이라면, 안드로스타디에논에 노출된 여성 참가자는 중성적인 얼굴을 남성으로 인식할 것이며, 에스트라테트라에놀에 남성 참가자들은 중성적인 얼굴을 여성으로 인식할 것"이라고 추론했습니다. 그러나 연구진의 추론은 빗나갔습니다. 연구진은 "안드로스타디에논과 에스트라테트라에놀은 참가자의 행동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드로스타디에논과 에스트라테트라에놀에 붙었던 '잠정적인 인간 호르몬'이라는 딱지를 떼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죠.

안드로스타디에논과 에스트라테트라에놀..어쨌든 인간의 감정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건가요?
물론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중국 과학아카데미의 웬 조우 박사(행동심리학)는 안드로스타디에논과 에스트라테트라에놀이 인간의 페로몬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다. 그녀는 2014년 발표한 논문에서 "안드로스타디에논과 에스트라테트라에놀이 참가자들의 성별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한 바 있는데, Science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연구의 설계와 수행이 엄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녀는 연구진이 사용한 중성적 얼굴이 '진정한 중성'이 아니었으며, 참가자의 얼굴에 '스테로이드에 적신 면봉'을 부착하기 위해 사용한 테이프가 스테로이드의 냄새를 가렸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페로몬이 존재하는 건 확실하지만, 사람에게도 페로몬 역할을 하는 물질이 있는지, 그 것이 얼마나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사람은 냄새보다는 시각에 대한 반응 정도가 훨씬 크니,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페로몬을 찾아 헤매느니 지금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따뜻한 눈맞춤을 나누는 것이 어떨까요?
Close

우리 사이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와 다른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이용함으로써 당신은 이 기술들의 사용과 우리의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