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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노년기 명절후 증후군

#윤종률 교수의 백세인생 l 2018-09-29

ⓒ Getty Images Bank

노화관련 연구 중에서 중요한 결과 중의 하나가 노년기 건강은 가족생활(가정환경)과 큰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즉, 건강하고 활기차게 행복한 장수를 한 사람들 중 대부분은 나이가 들어 죽을 때까지 가족들과 함께 생활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건강한 노화를 위해서는 3대, 4대가 화목하게 어울려 사는 대가족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고 그래서 대가족제도가 유지되어 오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서구인들에 비해 장수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는 외국 학자들도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에 잘 유지되어오던 대가족 제도는 저출산 경향과 함께 점차 사라지게 되어, 안타깝게도 지금은 우리나라 노인 분들 중 절반이상이 자식들을 객지로 내보내고 혼자 사시거나 노인부부만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모처럼 명절을 맞이하여 외지에 나가 따로 살고있던 자녀들이 손자손녀들과 함께 오랜만에 부모님들을 찾아왔다가, 또 한꺼번에 모두 우르르 떠나버렸다. 노인 분들만 외롭고 쓸쓸하게 지내던 집안에 오랜만에 웃음소리가 들리고 시끌벅적 생기가 돌았는데, 이렇게 또 모두 떠나버리면 찾아오는 적막이 노인분들의 마음을 더 울적하고 외롭게 만들게 된다. 이런 적막감이 ‘빈둥지 증후군’이라고 부르는 노년기 우울증을 악화시킨다. 

게다가 우울증은 낮보다 밤이 길어지고 햇빛을 보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는 추분 이후의 가을철에 유난히 심해지는 현상을 보인다. 실제로 이 시기부터는 세로토닌 같은 뇌기능촉진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울증상이 생기는 현상이 많아진다. 

따라서 추석 명절기간이 끝나고 나면 가을철 우울증에 더하여 빈둥지 우울증이 겹치면서 노년기 우울증은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노년기 우울증은 각종 질병을 악화시키며, 치매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때때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는 심각한 질병 중의 하나이므로 반드시 찾아내어 치료를 해야 하는 병이다. 


* 노년기 우울증의 증상

일반적으로 우울증상은, 만사가 귀찮고 피곤하며 생활에 즐거움이 없어지고 공연히 죄책감이 들기도 하며, 생각을 집중하기도 어렵고, 심한 경우에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려서 죽고싶다는 생각까지 들게도 된다. 노년기 우울증의 증상은 이런 증상에 더하여 추가적인 신체증상이 더 많이 생긴다. 식욕감퇴와 체중감소가 흔하고, 불면증이 생기기 때문에 밤에는 잠을 잘 못자면서 반대로 낮에는 계속 졸리고 하품이 나며 기운이 없고, 행동이 느려지고,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안절부절하는 증상이 생기기도 하고, 기억력 저하가 더 심해지면서 더 나아가 치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계속되는 두통이나 근육통 등의 신체통증이 많이 생기고, 소화장애나 식욕부진 등의 위장증상도 흔하다. 마치 심장병이 악화된 것처럼 숨이 차거나 가슴답답증이 심해지고, 괜히 불안감이 생기거나 손발이 떨리는 증상도 잘 생긴다. 

이미 대부분의 노인분들이 여러 가지 질병을 동시에 앓고 있거나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사들조차 노인들의 이런 우울증상을 노화나 다른 질병의 현상으로 잘못 알고 놓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그러나 우울증상을 초기에 제대로 찾아내기만 한다면 간단한 심리상담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노년기 우울증을 빨리 알아차리는 방법

우울증을 빨리 찾아내기 위해서는 노인분들 스스로 우울증이 생긴 것인지 아닌지 점검해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다음 증상 중에서 3가지 이상이 있다면 우울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사가 귀찮고 밖에 나가기가 싫다/ 사는게 허무하게 느껴진다/ 나나 집안에 무슨 안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아무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고 무력감이 생긴다/ 기억력이 평소보다 갑자기 더 떨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다 행복한 것 같은데 나만 불행한 것 같다/ 예전보다 더 잠자기가 어렵고 반대로 낮에는 자꾸 잠이 쏟아지고 기운이 없다/ 자꾸 죽고싶은 생각이 든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우울증이 생긴 것 아닌지 의심해봐야 하므로 즉시 의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 명절후 우울증의 치료

1) 우울증도 병이라는 인식 필요

일단 우울한 기분이 들고 기운이 없어지면 스스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힘껏 노력해 보아야 한다. 대개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의 증상이 스스로가 못나고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은 우울증의 증상 자체가 피로를 유발하고 비관적으로 만드는 병의 한가지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코 스스로 자포자기하지 않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2)혼자 있는 시간 줄이기

특히 요즘같이 추석명절이 끝나고 자식들이 다 떠나간 ‘빈둥지 증후군’ 증상이 생긴 경우에는 제일 먼저 시도해야 할 일이 혼자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의 이웃이나 친구, 친척들을 찾아다니면서 다른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얘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나같은 외로움을 나 혼자 겪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나보다 더 외롭고 힘든 사람도 있구나 라는 안도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가급적 일상생활에 빨리 적응을 하되, 자신의 할 일을 줄이고 무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에 해오던 일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하여 할 수 있는 만큼만 조금씩 해 나가는 것이 좋다. 즐길 수 있는 일이나 취미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운동모임, 영화감상, 종교활동이나 사회봉사활동 같은 일을 찾아서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외로운 증상이 금방 좋아지지 않더라도 조급한 생각을 버리고 서서히 그러나 반드시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는 태도가 좋다. 


3)자녀들의 역할

특히 자녀들의 태도가 우울증 예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부모님들을 떠나온 자녀들은 어르신들에게 ‘빈둥지 증후군’이 생기지 않도록 며칠 동안 계속 자주 전화를 드리고 대화를 나누도록 하여야 한다. 노인분들에게 우울증이 생기면 여기저기 몸이 아픈 증상이 많이 생기는데,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노인분들에게 괜히 꾀병을 부린다고 비난하는 태도는 절대로 금하고 이해하는 태도로 얘기를 많이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혹시 오랜만에 만나뵌 부모님이 많이 쇠약해져 있다고 생각이 들면, 차라리 가족 중에 한두사람이라도 며칠간 휴가를 내어 함께 더 지내거나, 아니면 차라리 집으로 모시고 와서 당분간 같이 생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4) 병원치료가 필요한 경우

만약 우울한 증상이 일주일 이상 계속된다면 이것은 단지 빈둥지 증후군이 아니라 우울증이 심해진 것이므로 반드시 병원에 모시고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기력이 급격히 나빠지거나 치매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본격적인 심리상담 치료를 받거나 우울증 치료약을 복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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