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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명절 스트레스

#윤종률 교수의 백세인생 l 2019-02-02

ⓒ Getty Images Bank

나날이 혼자사는 가구가 많아지고 있다. 통계청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가구 중 1인 가구는 대략 30퍼센트 가까이나 된다. 보편적 가구 형태가 4인 가구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1인가구가 4인가구보다 많아진 것이 벌써 10년 가까이나 되고 있다. 이처럼 혼자사는 가구 중에서도 그 증가비율이 가장 높은 부분이 독거노인가구의 증가이다. 이미 혼자사는 노인분들의 숫자가 전체 노인인구중 1/4 정도에 달할 정도로 혼자 외롭게 사는 노인분들이 많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제 설 명절을 맞이하고 있는데, 이렇게 외로운 독거노인들의 가구에도 가족들이 모이고 이웃들이 신경써서 이번 명절에는 외로운 분들이 한 분도 없기를 바란다. 


* 명절에 느끼는 스트레스 

오랜만에 온가족이 모이는 명절은 참 반갑고 즐거운 것이 틀림이 없지만, 혼자사는데 점차 익숙해지면 사람들은 오히려 시끌벅적한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자주 경험한다. 잘 아시다시피, 노처녀, 노총각은 언제 시집장가 가느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공부 잘하고 있냐는 물음에, 제대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자식들은 언제 취직하느냐는 추궁에, 주부들은 끊임없이 음식장만하고 일하느라 모두들 명절이 지나고 나면 병원에 들러 몸과 마음의 병들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제가 소속된 한림의대의 정신과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기혼여성들의 명절 스트레스’라는 논문의 연구결과를 보면, 이들의 평균 스트레스 점수가 39점이나 되었다. 스트레스 점수는 배우자의 죽음을 100점, 가장 편안한 상태를 0점으로 하여 그 상대적인 점수를 매기는 것인데, 서양인들이 그들의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에 느끼는 스트레스 점수는 12점에 불과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 명절은 여성들에게는 스트레스 유발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말이다. 


* 명절 스트레스 예방을 위한 마음가짐 

이런 명절 스트레스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바로 가족 간의 애정도와 협력정도라는 것이 연구결과에서 밝힌 사실이다. 

즉, 알게 모르게, 크든 작든 겪게되는 명절 스트레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족 간의 따뜻한 보살핌과 속깊은 이해심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이다. 몸이나 마음이 힘든 것을 참지말고 대화를 많이 나누라는 것이고, 명절에 부쩍 많아지는 집안 가사노동은 반드시 서로 분담할 필요가 있다. 틈틈이 모두 같이 모여앉아 쉬면서 예전의 즐거웠던 추억들을 나누거나 온 가족이 함께 즐길수 있는 놀이를 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서로간에 따뜻한 배려와 속깊은 이해를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 노년기 명절 스트레스와 우울증

노화관련 연구 중에서도 중요한 결과 중의 하나가 노년기 건강은 가족생활과 큰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즉, 건강하고 활기차게 행복한 장수를 한 사람들 중에는 나이가 들어 죽을 때까지 가족들과 함께 생활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건강한 노화를 위해서는 2대, 3대가 화목하게 어울려 사는 대가족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고 그래서 대가족제도가 유지되어 오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서구인들에 비해 장수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는 외국 학자들도 있다. 그렇지만,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독거노인이 근년에 부쩍 늘었고, 사실상 우리나라 노인 분들 중 절반이상이 자식들을 객지로 내보내고 혼자 사시거나 노인부부만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런 노인분들에게는 모처럼 명절을 맞이하여 외지에 나가 따로 살고있던 자녀들이 손자손녀들과 함께 오랜만에 부모님들을 찾아왔다가, 설이 끝나면 또 한꺼번에 모두 우르르 떠나버리는 것이 오히려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하는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가 많다. 노인 분들만 외롭고 쓸쓸하게 지내던 집안에 오랜만에 웃음소리가 들리고 시끌벅적 생기가 돌았는데, 이렇게 또 모두 떠나버리면 찾아오는 적막이 노인분들의 마음을 더 울적하고 외롭게 만들게 된다. 이런 적막감이 ‘빈둥지 증후군’이라고 부르는 노년기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명절 스트레스성 우울증의 치료

일단 우울한 기분이 들고 기운이 없어지면 스스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힘껏 노력해 보아야 한다. 대개 우울증상이 생기면 사람들은 자신의 증상이, 스스로가 못나고 마음이 예민하고 약해서 생기는 병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은 우울증상 자체가 피로를 유발하고 몸을 지치게 만드는 병의 한가지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코 스스로 자포자기 하지않고 적극적으로 이겨내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명절이 끝나고 자식들이 다 떠나간 ‘빈둥지 증후군’ 증상이 생긴 경우에는 제일 먼저 시도해야 할 일은 혼자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의 이웃이나 친구, 친척들을 찾아다니면서 다른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얘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나같은 외로움을 나 혼자 겪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나보다 더 외롭고 힘든 사람도 있구나 라는 안도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가급적 일상생활에 빨리 적응을 하되, 자신의 할 일을 줄이고 무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에 해오던 일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하여 할 수 있는 만큼만 조금씩 해 나가는 것이 좋다. 즐길 수 있는 일이나 취미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벼운 운동, 영화감상, 종교활동이나 사회봉사활동 같은 일을 찾아서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외로운 증상이 금방 좋아지지 않더라도 조급한 생각을 버리고 서서히 그러나 반드시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는 태도가 좋다. 


*자녀의 역할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들의 태도이다. 명절이 끝나고 부모님들을 떠나온 자녀들은 어르신들에게 갑자기 우울증이 생기지 않도록 며칠 동안 계속 자주 전화를 드리고 대화를 나누도록 하여야 한다. 노인분들에게 우울증이 생기면 여기저기 몸이 아픈 증상이 많이 생기는데,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노인분들에게 괜히 꾀병을 부린다고 비난하는 태도는 절대로 금하고 이해하는 태도로 얘기를 많이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혹시 오랜만에 만나뵌 부모님이 많이 쇠약해져 있다고 생각이 들면, 차라리 가족 중에 한두사람이라도 며칠간 휴가를 내어 함께 더 지내거나, 아니면 차라리 집으로 모시고 와서 당분간 같이 생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약 우울한 증상이 일주일 이상 계속된다면 이것은 단지 빈둥지 증후군이 아니라 우울증이 심해진 것이므로 반드시 병원에 모시고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기력이 급격히 나빠지거나 치매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본격적인 심리상담 치료를 받거나 우울증 치료약을 복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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