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항공기, '드론'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구글 알파벳 산하의 윙(Wing)처럼 드론을 이용해 배송을 하기도 하고, 재난이 발생해 접근할 수 없거나 복구가 어려운 상황에서 유용하게 사용됐다. 그밖에 고공 촬영, 농약 살포, 공기질 측정에도 활용된다. 

북한은 드론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 정은찬 통일부 국립 통일교육원 교수와 북한의 드론을 살펴본다.

북한은 백두산을 이른바 ‘혁명의 성지’로 불리죠? 북한에서 특별하게 여기는 백두산에 관한 기록 영화가 지난달 방영됐다. 그동안 백두산은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백두혈통의 선전도구로 활용됐다. 그런데 이번에 제작된 기록 영화는 최고 지도자가 아닌 백두산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드론을 동원하는 공을 들여 촬영한 만큼 백두산을 홍보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백두산 8경’이라는 기록 영화에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을 담았다. 이에 따라 관광 확대를 위한 홍보용으로도 풀이된다. 드론을 활용해 백두산의 절경을 담은 북한은 요즘 영상 제작에 드론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촬영 장비는 드론이다. 백두혈통의 뿌리를 상징하는 백두산 인근 삼지연시를 촬영할 때도 드론으로 풍광을 담았다. 첨단 촬영 장비인 드론을 활용해 북한이 발전하고 있음을 주민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북한 매체가 드론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시기도 2018년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 때로 이 시기 북한은 드론을 공연 문화 콘텐츠로도 활용했다. 2018년 9월 9일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은 북한은 집단 체조 공연 ‘빛나는 조국’을 선보였다. 공연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북한은 대형을 구성한 드론으로 ‘빛나는 조국’이라는 대형 문구를 새기며 화려한 쇼를 펼쳤다. 새해맞이 행사 때도 드론으로 축하 문구를 만들었다. 드론 자체를 활용한 새로운 공연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 북한은 농업에도 드론을 도입하고 있다. 과학기술을 통한 자립경제 건설에 힘쓰는 북한은 생육 관리, 농약 뿌리기 등에 드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날 달에는 자국 기술로 제작했다는 농업용 드론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의 군사용 드론 개발은 20세기에 시작됐다. 경제가 어려운 북한으로서는 수십억 원이 소요되는 미사일보다 수백만 원이면 만들 수 있는 드론이 가성비가 높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집권 후, 첫 군사훈련 참관지로 드론(무인기) 부대를 택했을 만큼 드론 개발에 공을 들였다. 

드론은 김정은 정권의 주요한 군사 부문으로 올해 7월 개최된 열병식에서 신형 무인기를 대거 내세웠다. 북한이 열병식에서 선보인 드론은 전략 무인정찰기 ‘샛별-4형’과 공격형 무인기 ‘샛별-9형’으로 미군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및 무인 공격기와 흡사하다. 미국의 무인정찰기는 20㎞ 상공에서 고성능 레이더를 통해 지상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첩보 위성급 드론이다. 미국의 무인 공격기도 최대 15km 고도까지 상승해 목표물에 접근한 뒤 공격할 수 있다. 

북한 드론에 탑재된 장비와 무기의 수준은 질적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북한의 드론 전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드론 5대를 수도권으로 침투시켰고, 이 중 한 대는 한강을 따라 서울 중심으로 진입했다. 최근에는 전략군 예하에 드론 부대를 편성하기도 했다.

2021년 김정은 위원장은 국방 분야 5대 과업 중 하나로 무인 정찰기 개발을 예고했다. 그 뒤 북한은 빠르게 드론 전력화에 나서고 있다. 탐지가 어렵고 요격 또한 쉽지 않은 드론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위협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지난 9월 자국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드론을 선물해 우려를 낳고 있다.

무선 전파나 자율 항법 장치로 조종되는 드론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위협하기도 한다. 최근 드론 사용을 전 방위로 확대하고 있는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지, 면밀한 예측과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