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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북한의 커피문화

#한반도 리포트 l 2023-11-22

한반도 리포트

ⓒ Getty Images Bank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한’ 이것은 바로 커피다. 프랑스 정치가 탈레랑( Charles-Maurice de Talleyrand-Périgord)은 커피를 이렇게 묘사했다.
현대인에게서 커피를 떼놓을 순 없다. 모닝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대신하는 사람들도 많고, 출근길에 좋아하는 커피를 사들고 사무실로 향하는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 됐다.
실제로 2020년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1인당 커피 소비량은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연간 367잔이라고 한다. 커피공화국이란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데, 북한은 어떨까? 통일연구원 이지순 박사와 북한의 커피문화를 살펴본다.

커피, 자본주의 맛으로 통해 
북한의 김정일 전국방위원장을 비롯해 핵심 고위층과 외교관, 해외 파견자들 사이에서는 1990년대 이후부터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됐다고 한다. 또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아침 식사 때 우유와 버터, 빵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북한에서 커피는 단순한 기호 식품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맛’으로 인식된다.
국제커피기구 ICO(International Coffee Organization)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북한의 커피 수입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1990년부터 1999년까지 10년 동안 북한의 연평균 커피 수입량은 60kg 포대, 1천개에도 미치지 못했다. 2000년 들어 그 양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2012년까지 연 평균 1만 9천 포대의 커피를 수입했다고 한다. 커피 한 잔에 보통 원두 7그램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 주민들은 1년에 커피 7잔 정도를 마시는 셈이다. 1990년대에 비해 증가하기는 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적은 수준으로 비슷한 시기 한국의 1인당 커피소비량의 1/40에 해당한다고 한다. 

핸드드립 커피 메뉴를 갖춘 커피숍 등장 
커피 수입량 급증은 당시 평양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핸드드립 커피를 비롯한 최신 메뉴를 갖춘 각종 커피숍이 속속 등장하는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북한의 커피숍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집중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2012년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창전거리에 완공된 해맞이 식당을 찾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북한 매체들은 북한 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하면서 선전하기도 했다. 
2013년 미국의 북한 전문여행사인 ‘우리투어’는 자사 블로그에 <북한의 커피>라는 제목으로 평양시내에서 가볼만한 커피숍 4곳을 소개하기도 했다. 평양호텔  전망대 커피점, 대동강변의 카페와 주민편의시설 해당화관 내 커피점, 순안공항 커피숍으로  커피 한 잔 가격은 3~4달러 정도라고 한다. 이 가격은 북한 물가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비싼 편으로 신흥부자들이나 고위층들, 또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층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한다. 

개성공단의 스타, 커피믹스
고위층의 전유물이었던 커피가 일반에 대중화된 것은 개성공단이 시작이었다. 당시 복지차원에서 한국 기업이 간식으로 제공했던 초코파이의 인기가 대단했다. 커피믹스도 그에 못지 않았다고 한다. 커피믹스는 커피와 설탕, 프림 등을 섞어서 일 회분씩 포장해, 물에 타서 먹을 수 있도록 해 놓은 제품으로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대단하다,
북한 주민들도 커피믹스를 좋아했다고 한다. 북한에선 커피믹스를 ‘막대 커피’로 불렀다고 하는데, 당시 손님 접대용이나 상여금과 함께 지급될 정도로 귀한 간식이었다.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에도 북한 주민들의 지속적인 구매력 증가로 장마당에서 한국산 커피 믹스가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커피믹스를 공급하는 보따리장수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최근 북한도 자체적으로 인스턴트커피를 생산한다고 한다. 북한의 유튜버 유미는 우리 커피믹스와 비슷한 개성고려홍삼커피를 소개했고, 묘향세휘 합영회사에서는 ‘삼복커피’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 주민에게 확산된 커피 문화
이제 북한도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커피를 대접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고, 커피를 마시며 회의를 하는 것이 당연한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일부 고위층들을 중심으로 즐기던 커피가 일반 주민들에게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통 ‘커피 한 잔’하자고 할 때는 ‘우리 얘기 좀 하자’라는 의미도 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간절해지는 계절이다. 언제쯤이나 남북이 서로에게 ‘커피 한 잔’을 제안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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