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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천국의 국경을 넘다’를 쓴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조선일보 기자인, 이학준 기자

2011-09-08

(이학준 기자) 자의든 타의든 세상을 부유하는 것들한테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그것들은 기본적으로 외로움에 몸서리 치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속성이 있습니다. 전쟁에 지친 난민이든 굶주림에 허덕이는 어린아이든 자유를 찾아 헤매는 탈북자이든, 그를 뒤쫓는 기자든, 대부분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었고요. 우리는 하나같이 외로움에 떨었고, 주위를 많이 힘들게 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저널리스트와 취재원이기에 앞서서 서로를 안타까워하는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만난, 수많은 탈북자들의 현실과 역경을 담은 책을 펴냈습니다.
바로 조선일보 기자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이학준 기자인데요. 그가 쓴 ‘천국의 국경을 넘다’는 지난 2007년부터 4년 간 중국 등지에서 숨어사는 탈북자를 만나기 위해 떠났던 취재 여정을 정리한 책입니다. 특히 이 책은 국내외 16개 언론상 수상과 국내 최초 미국 에미상에 노미네이트 되어 화제를 모았던, 이학준 기자의 동명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쓰여졌는데요. 탈북자 문제에 대한 그의 관심은 우리사회 탈북자에 대한 편견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이학준 기자) 탈북자가 외계인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사실 남한에서 탈북자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스스로도 깜짝 놀라죠? 굉장히 이상한데서 온 사람이고,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는 우리랑 똑같이 사랑하고, 고뇌하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탈북자라는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이웃이다라는 것을 좀 전달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저는 생각했어요.
차별받지 않고, 우리가 차별하지 않으려면 그들과 우리가 별반 다를게 없는 사람들이다라는 인식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죠.


자유를 찾아, 고향을 등지고 국경을 넘는 탈북자들의 모습이 마치 이상향을 쫓아 천국을 향해 떠돌아다니는 것 같아 ‘천국의 국경을 넘다’라는 제목을 붙였다는 이학준 기자 그는 탈북자들과 함께 국경을 넘기 위해 자신도 탈북자로 위장해 여섯 번이나 밀입국을 하는 등 생명을 담보하지 않으면 경험할 수 없는, 당시의 긴박한 상황과 이야기들을 생생히 풀어냈습니다. 국경에서 사람을 파는 장사꾼을 만나고, 마약을 파는 북한 군인과 흥정을 하기도 하는가 하면 엔진이 꺼진 밀항선을 탄 채 망망대해를 떠돌고, 밀림 속에서 탈진해 죽음과 마주하기도 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다음과 같은 기억을 떠올립니다.

(이학준 기자) 베트남 밀입국을 성공하고 그 다음날 돌아왔는데 국경도시에서 버스를 타려다가 주민들이 신고를 한 것 같았어요. 공안이 우리를 따라와 갖고 억류를 하기 시작했죠. 증거물이 나오면 한 2년반에서 3년 (감옥에) 그정도 있을거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마침 저한테 증거물이 있었어요. 북한분들 신분증도 있었고 촬영한 테이프도 있었고 그래서 저희가 한국 총영사관에 계속 연락을 하면서 북 한분들 신분증은 돌아가면서 씹어 먹었고요, 저희가 테이프는 조사받을 때 저희가 패스패스하는 방식으로 들키지를 않았어요. 그래서 한 이틀만에 빠져 나온 경험이 있습니다.
그 순간에 제일 든 생각은 맥을 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거기서 빠져나오려면 내가 팀장이니까 내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지 얘들(팀원)을 살릴 수 있겠다, 그 생각이 가장 컸고 두 번째는 우리 가족들이 제일 보고 싶고 마지막으로 내가 이 일을 왜 시작했을까? 생각했죠.


또, 그는 자유를 찾아 국경을 넘는 탈북자들과 함께 하며 수없이 많은 고통과 이별의 순간들을 목격했습니다. 한족에게 팔려가 매일밤 매를 맞으며 짐승처럼 일하지만, 아이 때문에 탈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탈북 여성을 비롯해 시베리아의 숨겨진 벌목소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탈북 남성들을 만나기도 했는데요.
그중에서도 함께 자유를 찾지 못한 한 자매의 이야기가 눈시울을 적시게 합니다.

(이학준 기자) 영순이라는 친군데 언니하고 그 친구랑 같이 숨어 있었어요 제가 발견했을 때 이 친구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빠져나올 돈이 둘이 합해도 한명밖에 갈 수가 없는 거에요. 그래서 언니가 포기를 했어요. 그래서 동생이 빠져나왔는데 빠져나오는 사이에 언니가 북송됐어요, 잡혀서 그래서 이 친구(영순이)는 저희가 4년동안 취재를 했어요. 언니를 구하기 위해서 남한에서 번 돈을 다 그 북한군인들에게 보내서 뇌물로 바치고 그랬는데 얼마전에 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죠.

이학준 기자는 자신이 현장을 뛰면서 탈북자들에 대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세세하게 기록, 체제에 대한 비판이나 이데올로기적 편가르기와는 거리가 먼 온전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열망과 그 희망을 위해 목숨을 걸고 위험한 길을 나서는 탈북자들의 삶과 사랑, 이별을 접하면서 무엇보다 그는 이 땅에서 우리가 함께 가야할 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학준 기자) 고민도 많이 생겼죠. 앞으로 통일이라든가, 탈북자는 나날이 늘어가는데 이분들하고 우리는 어떻게 같이 살아야 될까?
저는 두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탈북자분들이 하나원이라는 곳에서 몇 주 마음 편하게 있게 해주는 게 아니라 좀 긴 시간동안 직업 교육을 받게 하고 당신들이 여기서 살 때 특별한 대우는 없으며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으면 여기서 절대 살 수 없다는 명확하게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하고요.
두 번째는 대국민 홍보입니다. (새터민이) 벌써 2만3천명이거든요? 언제 10만명 될지 모른다는데 우리랑 같이 살아가야되는 사람이야, 이상하게 보지 말아라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 지난 4년간의 독한 여정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었다는 이학준 기자 그러나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통일의 그날이 오기까지 지금도 더많은 새터민들을 만나기 위한 마음의 국경을 건너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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